싱글ㆍ엔젤ㆍ실버 ‘3대 키워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창업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소비 잠재 수요가 감소하는 대신 1인 기업과 은퇴자들이 증가하면서 창업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 또 잠재 소비자를 실질 소비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등장, 창업 시장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숙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급속한 초핵가족화=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만혼이나 이혼 등에 따른 독신 세대의 증가는 생활편의형 서비스업이나 판매업의 성장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신 직장인들이 많은 오피스가나 오피스텔 주변을 중심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구체적으로는 혼자서 생활하는 독신자들을 위해 청소나 세탁을 대행해 주는 ‘가사 서비스’나, 에어컨이나 수도 등을 수리하는 ‘관리 서비스’, 1인용으로 판매하는 ‘반찬 판매점’, 나홀로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도서 대여점, DVD방 등 ‘오락 관련 사업’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업종들은 클러스터 형태로 집적화해 하나의 상권을 이룰 수있고, 서비스와 판매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복합 매장도 가능하다.특히 ‘골드미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혼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골드미스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들을 겨냥한 시장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골드미스들이 뷰티, 여행, 쇼핑 등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관련된 업종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자녀를 하나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이혼율 증가에 따른 가족 해체 등으로 3인 이하의 미니 가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이러한 미니 가족은 대체적으로 부모(이혼인 경우 싱글 맘 또는 싱글 대디)가 모두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신 부모는 자신의 부재를 만회하기 위해 탁아나 보육 등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따라서 ‘베이비시터 파견업’ 등 육아 서비스업의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종래의 육아만을 강조한 베이비시터가 아니라 놀이와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저녁 준비 시간이 부족한 워킹 맘을 위해 ‘식사 재료 배달 서비스’ 등도 고려할 만하다.초핵가족화는 개인의 다양성 실현으로 이어져 이와 관련된 업종들 또한 발달할 것이다. 인터넷 마켓플레이스 등 쇼핑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접목한 업종 등이 다양한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 대 일 밀착 서비스로 성장해 나갈 것이고, 결혼 준비 대행업 등 결혼 컨설팅 사업도 성장할 전망이다.또 ‘정보 백화점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서비스 업종이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판매만 하던 점포는 시간의 제약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 기능이 추가될 것이고, 그러한 점포만이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성장해 나갈 것이다.◇저출산에도 엔젤 산업은 호황=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05년 1.08명까지 떨어지며 홍콩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출산율 감소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빨라, 일부에서는 1.0명 이하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러한 초저출산율이 오히려 영·유아 관련 사업, 즉 ‘엔젤(Angel)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자녀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강력한 소비 세력인 ‘듀크족(Dual Employed with Kids)’이 조기 교육 바람을 타고 소수의 자녀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영·유아를 위한 각종 사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절대적인 아동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엔젤 산업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수요자의 욕구가 질적 수준 향상으로 나아가면서 엔젤 산업의 방향은 양적 팽창이 아닌 고급화·차별화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엔젤 산업으로 분류되던 교육, 완구, 아동 의류 등에서 기존 형식을 업그레이드하거나, 틈새를 파고든 새로운 형태의 엔젤 비즈니스가 각광받고 있다.엔젤 시장 가운데 가장 뜨거운 곳은 역시 교육 시장이다. 가계 총지출에서 자녀를 위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엔젤계수’는 가계 지출 중 식비의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계수와 함께 최근 가계의 생활 패턴을 반영하는 지수로 많이 쓰인다. 특히 이 엔젤계수는 불황일수록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부모들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교육비를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해 가계 비용에서 교육비 지출 비율을 늘리기 때문이다.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전통적인 ‘교육’ 형태에서 벗어나 교육과 오락을 접목한 ‘에듀테인먼트’나 인터넷이나 간단한 설비를 동원한 형태의 사업들이 주목받고 있다.‘이동어린이영화관사업’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신종 아이템이다. 대형 차량의 내부를 극장식으로 개조해 DVD 영상 음향 시스템을 갖추고 교육용 영상물을 상영해 준다.또 글로벌 스탠더드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국제어로서의 영어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영어 관련 업종들이 유망 업종군을 형성하고 있다. 그중 조기 유학의 폐해가 늘어나면서 그 대안으로 국내에서 조기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영어 전문 베이비시터 파견업, 영어 놀이방, 영어 유치원 등이 있다.인터넷 인프라를 배경으로 인터넷을 통해 학습을 지도하는 ‘인터넷학습방’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학습방은 학생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수준의 교과목을 교사의 관리를 받으며 학습하고, 학부모는 아이의 학습 과정 및 결과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인터넷학습방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접속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그동안 아이들을 주고객으로 삼지 않았던 틈새 영역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살리는 전문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엔젤 산업은 점차 전문화, 다양화되는 추세다.‘어린이 화장품 전문점’은 틈새를 파고든 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베이비 로션, 스킨 같은 기초화장품을 포함한 어린이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성인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성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색조화장품도 판매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어린이 6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색조화장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어린이가 전체의 57.9%를 차지했다.이 밖에 이미 동네에 1~2개 정도는 자리 잡고 있는 ‘어린이 전용 사진관’도 틈새 영역을 개척한 엔젤 비즈니스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실버 비즈니스 팽창=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에 따른 ‘고령 친화 산업(실버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령 친화 산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버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02년 12조8000억 원에서 2010년에는 43조9000억 원으로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148조6000억 원으로 12배 이상 급팽창할 전망이다.이는 우리나라가 지난 2000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후, 2018년에는 ‘고령사회’(14% 이상),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로 진전되는 등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비영리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 복지 사업과는 기본적으로 구분되는 실버 산업은 경제력 있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노인 복지의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노후 생활의 안락과 안전을 제공하는 영리 산업이다. △연금, 보험 등 금융 사업 △서비스 사업 △여가 사업 △의료, 보건 관리 사업 △주거 관리 사업 △노년층 또는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품을 판매하는 노인용품 판매 사업 등이 있다.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실버 산업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요양 사업= 재가 요양 서비스(가정 간호 사업), △의료 기기 사업= 케어 시스템, 생활보조기구, 스포츠용품 △정보 사업= 유비쿼터스 건강 안심 시스템 △여가 사업= 교양 및 엔터테인먼트 등이 유망하다.가장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업종으로는 ‘실버시터 파견업’을 들 수 있다. 지난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이거나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환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요양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집에서도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실버 용품 전문점’, ‘건강 제품 전문점’ 등이 있다.강병오·FC창업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