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홈쇼핑업계

유통공룡 롯데 가세… 판도 변화 ‘촉각’

식음료 분야에서 롯데(Lotte)의 브랜드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질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백화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행복한 여자’로의 완성은 쇼핑을 통해 완성된다는 환상을 통해 고객을 끌어당기는 노하우가 남다른 것이 ‘롯데’의 BI(Brand Identity: 브랜드 정체성)다. 홈쇼핑 업계 4위였던 우리홈쇼핑이 5월 1일부터 ‘롯데홈쇼핑’으로 채널명을 바꾸고 대대적인 마케팅전에 들어가자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브랜드 파워 때문이다.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롯데홈쇼핑이 초반 세몰이에 성공하자 경쟁 업체들은 묘한 긴장감을 보이면서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지난해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할 때만 해도 험난한 산고를 예상했지만 롯데홈쇼핑은 그런 우려들을 깨고 아직까지는 순항하고 있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사명 변경. 사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주주의 3분의 2가 넘는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앙숙이 되어버린 태광이 47%의 지분을 가지고 버티고 있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은 사명은 ‘우리홈쇼핑’으로 그대로 둔 채 채널명만을 변경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채널명을 바꾸는 데는 이사회의 의결만으로도 충분하고 또 주주 과반수의 승인만 있어도 가능하다. 롯데쇼핑은 이미 우리홈쇼핑 지분 53%를 확보하고 있다.우리홈쇼핑은 4월 19일 이사회를 통해 채널명을 롯데홈쇼핑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4월 23일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다만 등기부에는 아직 우리홈쇼핑으로 되어 있고 기업 공시 자료를 검색하기 위해서도 우리홈쇼핑으로 입력해야 한다. 5월 2일 3년 만기로 돌아오는 방송 허가 재연장도 롯데홈쇼핑은 가뿐하게 통과했다. 지난해 최대 주주 변경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진통을 이미 겪었기 때문에 이번 재허가는 쉬운 편이었다.방송 첫날 31억 매출 올려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롯데홈쇼핑이 프리미엄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채널 사용료가 급등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S급’으로 불리는 프리미엄급 채널이 3개밖에 없는 이상 채널 확보를 위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S급 채널이란 시청자들이 자주 보는 공중파 방송 사이에 낀 채널을 말한다. 보통 6, 8, 10번이 S급에 해당된다. 4, 12번 등 한 쪽만 공중파 방송에 접한 채널은 A급으로 분류된다.롯데홈쇼핑은 전국 200만 가입자망을 가진 케이블TV 사업자인 씨앤엠(C&M)으로부터 서울 5개 지역에서 S급 채널을 확보했다. 통상 해마다 1월에 재계약이 이루어지지만 올해 협상에서 채널 확보를 위한 진통이 동반되면서 4월에야 채널 재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S급 채널이 롯데홈쇼핑 차지가 되면서 지역에 따라 GS홈쇼핑 또는 현대홈쇼핑이 밀려났다.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이 기존 우리홈쇼핑 시절의 2배나 되는 송출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롯데의 홈쇼핑 진출 선언 때 우려했던 채널 경쟁 격화로 인한 송출 수수료 인상이 현실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등장으로 결국 케이블TV망(SO) 사업자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실제 SO들도 홈쇼핑 채널이 가장 쏠쏠한 효자 업체라고 얘기할 정도다.초반 롯데홈쇼핑의 물량 공세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채널명을 바꾼 5월 1일부터 나흘간 상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액의 10%를 적립해 주는 이벤트를 열어 첫날부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00%가 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또 5월 한 달 내내 3일마다 한 명씩 총 10명에게 행사를 통해 각 1000만 원, 총 1억 원의 상품권을 제공하는 퀴즈 행사를 진행 중이다.롯데홈쇼핑은 15일 보도 자료를 내고 1일부터 13일까지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평균 매출이 약 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1분기 대비 33% 늘었다고 밝혔다. 시청률도 1분기 대비 36%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경쟁 업체들은 아직까지는 ‘두고 봐야 안다’는 반응이다. 브랜드를 바꾸면서 물량 공세를 편 것은 예상했던 일이고 이럴 경우 매출은 당연히 느는 것인데, 이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CJ홈쇼핑 측은 “롯데라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했다. 관건은 롯데홈쇼핑이 3위인 현대홈쇼핑을 넘어서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홈쇼핑이 처음 진출했을 때도 백화점 브랜드의 힘 때문에 긴장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며 “문제는 상품 구성인데 향후 롯데만의 독특한 성격을 반영한 상품들이 경쟁력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예상했다.‘홈쇼핑 전체 파이 커질 것’ 기대도지난 2일 방송위가 후발 홈쇼핑 업체 3개사의 방송허가 재연장을 허가해 주면서 롯데홈쇼핑에는 중소기업 제품 비율을 80% 이상, 농수산홈쇼핑에는 농수축산물 비율을 60% 이상으로 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아직까지 롯데홈쇼핑은 백화점 입점 브랜드를 홈쇼핑에 도입하지는 않고 있다. 중소기업 의무 비율에 대해서는 “어차피 가전제품을 빼면 대부분의 상품이 중소기업 제품”이라며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홈쇼핑 업계 1위인 GS홈쇼핑은 롯데가 홈쇼핑 사업 진출을 선언한 지난해 보였던 반응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당시 GS 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오프라인 유통 노하우를 가진 현대백화점 계열의 현대홈쇼핑이 들어왔지만 결국 기존 업체의 장벽을 넘지 못했던 것을 보면 롯데의 브랜드 파워도 결국 태풍이 되지 못하고 소용돌이에 그칠 것으로 보는 것이다. GS홈쇼핑은 저가 홈쇼핑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디 홈쇼핑으로의 변신, TV와 카탈로그 주문 고객도 인터넷으로 배송 확인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차별화, 인터넷 쇼핑과 TV홈쇼핑의 컨버전스, 영상통화를 통한 3원 생방송 등 차별화된 노하우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현대홈쇼핑은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롯데홈쇼핑의 등장으로 홈쇼핑 전체의 파이가 커질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롯데홈쇼핑이 기존 고객을 가져가기보다는 홈쇼핑을 이용하지 않던 백화점 고객을 끌어들임으로써 전체 고객 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롯데홈쇼핑은 TV홈쇼핑의 개편과 동시에 기존 인터넷쇼핑몰인 ‘우리닷컴(www.woori.com)’을 ‘롯데아이몰(www.lotteimall.com)’로 변경했다. 현재는 홈쇼핑 상품만 취급하고 있지만 점차 백화점 상품을 취급할 예정이다. 그럴 경우 롯데백화점의 인터넷 쇼핑몰 ‘롯데닷컴(www.lotte.com)’과 역할이 겹치게 된다. 현재 롯데아이몰은 롯데홈쇼핑의 사업부이고, 롯데닷컴은 롯데쇼핑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두 부문이 합쳐지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는 상태다. 부모의 불완전한 결합으로 자식의 호적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돋보기 제6홈쇼핑 생길까계획 없다는데… 일각서 인가설 ‘솔솔’홈쇼핑 채널을 하나 더 만든다는 논의가 업계에서 공공연히 떠돌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문의 진상은 방송위원회가 제6홈쇼핑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한 것 때문이다. 4월 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 국회에서 “홈쇼핑 채널을 더 만들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연구 용역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어 아직 꺼지지 않은 불꽃인 셈이다.홈쇼핑 채널 추가를 원하는 곳은 중소기업중앙회인 것으로 알려진다. 열악한 중소기업의 유통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인천방송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던 중소기업중앙회는 방송사업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은 극구 반발하고 있다. 한 업체는 “이미 홈쇼핑 시장이 포화 상태다. 애초 중소기업의 유통망 확보를 위해 우리홈쇼핑을 허가해 주었던 방송위가 이를 대기업에 넘겨 놓고 다시 중소기업 채널을 거론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방송위는 이에 대해 5월 15일 홈쇼핑 업체 대표 5명을 불러 의견 청취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는 제6홈쇼핑 논란이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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