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 취업시장

고용률 높아졌다고?…‘악 소리’ 여전

‘취업자는 235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만8000명(1.2%) 증가. 실업률은 3.4%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하락.’지난 5월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의 골자는 고용률과 경제 활동 인구가 증가하고 실업률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만 보면 경기가 청신호를 받았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속에 숨어있는 세부 통계치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고용률이 높아진 것은 50~60대 취업자 수가 높아져서일 뿐, 정작 20~30대는 마이너스 2.0% 이상의 감소를 나타냈다. 게다가 30대는 지난해 4월에 비해 실업자가 3만5000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청년 실업률은 7.6%로 지난해 4월에 비해 0.4% 하락하는 데 그쳤다. 취업 관련 통계는 테두리만 보면 밝은 빛인 듯 보이지만 그 속사정은 딴판인 셈이다.실제로 구인 구직 현장에서는 경기 호조의 조짐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더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연세대 취업정보실 오영민 씨는 “통계가 현실 반영을 못하는 것 같다”면서 “대졸자 취업의 경우만 보면 외환위기 이후 어려운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 채용 인원 증가 등 고용 정책의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올 상반기 취업 경쟁률이 116 대 1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취업 전문 업체 커리어가 상반기 공채를 실시한 56개 대기업(공기업 포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인 23개 업체가 1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고 200 대 1을 넘긴 곳도 9개사나 됐다. 또 은행권 공채도 지원자가 크게 몰려 외환은행의 경우 145 대 1을 기록해 금융권 최고 기록을 세웠다.대기업 입사경쟁률 100 대 1 ‘예사’지표와는 전혀 다른 이런 ‘실제상황’은 몇 가지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신길자 커리어 팀장은 “대기업·공사 취업 경쟁은 지난해보다 더 치열해졌다”면서 “평균 10 대 1 정도 더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또 “삼성 등 대기업이 채용 인원을 늘려도 취업 장수생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경쟁률은 낮아질 기미가 없다”고 밝혔다.특히 올 들어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채용 인원을 줄이거나 아예 채용을 기피하고 있어 전체 채용 볼륨이 오히려 작아졌다. 한 가전 기업의 경우 연간 600명의 신입사원을 뽑다가 최근 2년동안은 아예 공채를 하지 않고 있다. 연간 1500명을 뽑던 한 합작기업도 올 상반기 공채를 하지 않기로 했다.조금씩이나마 고용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취업 희망자들이 일자리를 기피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통계청 고용통계과 관계자는 “대기업만 고집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학력자들이 당장 취업 가능한 일자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20~30대 실업률이 호전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취업을 미루는 경향이 추세화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이에 반해 중소기업은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신 팀장은 “취업 시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지원자가 부족해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인사·취업전문 업체 인크루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족 인원의 비율인 ‘채용부족률’은 대기업이 7.8%에 불과한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40%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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