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장동혁

인터넷사업가 변신… ‘오래 가는 사업할 터’

이름 석 자보다 ‘노마진’으로 더 유명한 인기 개그맨 장동혁(29). 그가 여성 의류 전문 쇼핑몰 ‘비바시티(www.vivact.co.kr)’를 오픈한 지 딱 석 달이 지났다. 석 달 안에 이윤 창출이 되지 않으면 곧 망하고 만다는 게 쇼핑몰 업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그는 월 평균 5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걸 보면 그의 표현대로 일단 ‘망할 징조는 무난히 피한 셈’이다.게다가 이준희 김규리 등 내로라하는 패셔니 스타(Fsahionista)들의 쇼핑몰 창업이 경쟁적으로 붐을 이루는 요즘 같은 때에 단골손님까지 쏠쏠하게 늘고 있는 걸 보면 그에겐 눈에 보이지 않는 남다른 경쟁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일단 그는 스스로의 장단점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연예인’ 간판을 내걸었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소비자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자기 돈 들여 자기 이름 걸고 하는 사업에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게 당연하고 그래서 사업에는 탄력 있는 노하우와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그는 일단 그냥 ‘열심히’ 하는 평범함은 기본이지 경쟁력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소비자 심리 꿰뚫는 비즈니스 마인드고정된 선입견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누군가를 첫 대면하는 것이 좋은 습관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개그 콘서트의 간판 프로그램 ‘봉숭아 학당’에서 더할 수 없이 꺼벙한 스타일과 숨넘어가는 황당한 입담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세일즈맨 ‘노마진’이나 최근 이영자와 함께 진행하는 ‘해피FM 이영자 장동혁의 싱싱한 12시’에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같은 재담꾼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어 놓았던 터라 그의 반듯하고 예의바른 첫인상은 무척 의외였다.게다가 무대에서 매번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이고 있거나 과장된 표정으로 연기를 하고 있던 모습에 익숙해져 적당히 피트 되는 말쑥한 블랙 슈트에 감각적인 빨간 넥타이가 썩 잘 어울리는 모습은 무척 낯설고 신선했다. 예상외로 대단히 세련된, 일명 ‘옷발 서는’ 남자인 것이다.평소에도 미니멀한 세미 정장 스타일을 선호해 개그계에서는 옷 잘 입는 스타일리시한 남자로 뒷소문이 났다. 개그맨이라는 직업 특성상, 게다가 지금 하는 쇼핑몰도 남자 옷이 아닌 여자 옷을 파는 곳이니 그가 가진 진면목을 대중에게 보여줄 기회는 여전히 많지 않은 셈이다. 슬쩍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개그맨이 의류 사업을 한다는 거, 어쩌면 처음엔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에게는 기대치라는 게 있잖아요. 잘 생기고 멋진, 늘 스타일리시한 모습만 보이던 배우나 가수들에게는 그만큼의 기대치가 있어서 그 사람이 선보이는 옷들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소비자들의 실망도 그만큼 커지죠. 하지만 늘 어설프고 평범해 보이던 사람이 제대로 된 옷을 선보였을 때, 기대치보다 훨씬 멋진 스타일을 뽑아낼 때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게 되어 있어요. 그걸 신뢰로 이어가는 거죠. 게다가 물건을 팔아봤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뭔지, 구매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게 제 강점이죠.”별것 없을 줄 알았던 곳에서 별천지를 만났을 때의 기쁨, 그 의외성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이 아니라 남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여자가 입어서 예쁜 옷을 선택 기준으로 삼은 독특한 전략도 성공적이었다.물론 그것을 꾸준히 매출로 이어가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하고 꾸준히 업데이트에 매진하며 다른 사이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옷들은 아예 품목에서 제외하는 신중한 선택까지 어느 한 가지도 몸과 머리가 따로 움직여도 되는 부분은 없는 셈이다.그는 최근 KBS1 TV ‘폭소클럽 2’의 ‘나라걱정위원회’로 다시 무대에 컴백했다. 본업에 무게중심을 실은 셈이다. 매일 진행하는 KBS 2라디오 ‘싱싱한 12시’만으로도 하루 일과가 그리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ETN ‘영화 속 세상’도 꼼꼼한 준비가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본업까지 더해졌으니 이래저래 바쁘고 지칠만도 하다.하지만 “하나도 안 바쁘다”며 너스레를 떤다. 일이 즐거우니 뭐든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열심히만 하면 되는, 그야말로 ‘즐거운’ 상황이란다. 게다가 최종 목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인 만큼 그에게는 모든 것이 훈련이자 실전인 셈이다.“옷을 구입하러 갈 때도 절대 한 번에 결정하지 않아요. 최소한 2~3일은 돌아다니며 다른 곳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옷은 아닌지,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소위 ‘트렌드’에 부합하는 옷인지 세세한 부분까지 따져보고 판매할 옷을 결정합니다. 쇼핑몰은 업데이트가 조금만 늦어도 소비자들이 금세 외면하니까 새로운 옷들을 자주자주 선보이는 게 중요해요. 운영과 배송을 도와주는 친구는 있지만 판매할 옷을 고르는 일부터 촬영까지 모든 작업에 직접 참여하다 보니 일이 적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제 이름을 내건 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자신감도 있어요.”쇼핑몰의 콘텐츠 구성에서도 그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십분 역량을 발휘했다. ‘노마진’ 코너에는 말 그대로 소비자 서비스 차원에서 원가에 가깝게 판매하는 물품만 모아놓았다. 하루에 한 시간씩 랜덤으로 시간을 정해 무료 배송의 깜짝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멋지고 예쁜 옷을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아놓은 쇼핑몰, 그의 진중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재기발랄하게 빛을 발하는 공간인 셈이다.‘끼보다는 진실성으로 다가가고 싶어’“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에는 진실성이 담겨 있어요. 개그건, 사업이건 그게 빠지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는 법이죠.”‘노마진’의 아이디어가 과거 세일즈맨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라 밝혔을 만큼 그는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목욕 청결 관리사, 일명 ‘때밀이’에서부터 가전제품 세일즈맨, 영어교재 세일즈맨, 무선 검침기 설치 기사에 이르기까지 아르바이트도 남들 다 하는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이처럼 만만치 않은 경험들은 그에게 무한 경쟁력을 갖춘 개그의 소재이자 재치 넘치는 입담의 원천이 되었다. 삶에서 나오는, 몸에 밴 자연스러움이 자신감을 만들어 냈고 그 진실성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어냈던 것이다.“오히려 연예인이라는 간판이 사업에는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연예인들 중에는 이름만 빌려주고, 얼굴만 내비추고 자기가 직접 사업에 뛰어든 것처럼 선전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저만 해도 ‘노마진’이라는 캐릭터가 사랑받을 무렵 여기저기서 사업체에 이름만 빌려달라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러기는 싫었어요. 제가 책임지지 못할 상황에서 남이 하는 사업에 이름만 빌려주었다가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고객 관리에 소홀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결국 그 불만은 다 저한테 돌아오는 것이거든요. 자업자득이죠. 모든 일에 진실성이 빠지면 대가는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품질력에 문제가 있거나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아 두고두고 회자되며 욕을 먹거나 오래가지 못하고 쫄딱 망한 경우도 많다. 연기든, 사업이든 반짝하고 마는 것은 체질적으로 그에게 맞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대박을 기대하기보다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언제나 ‘차별성 있는 쇼핑몰’로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쇼핑몰 경영론이다.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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