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운용되나

투자 대상·기간 ‘다양’…수수료 2~3%

한국에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 전문가가 나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사모 펀드의 활성화에 그 해답이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버핏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펀드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한 주에 1억 원이 넘는 벅셔해서웨이의 주식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사모 펀드와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그렇다면 사모 펀드를 얘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가치 투자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공모 펀드는 수십 개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가치주를 발굴해서 투자한다기보다 ‘시장’을 산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는 얘기다.사모 펀드 예찬론자들은 “값이 오를지 내릴지는 신도 예측할 수 없지만 어떤 주식이 가치주인지는 판단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전반적인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공모 펀드보다 투자자의 성향이나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사모 펀드가 가치 투자에 보다 적격이라는 것이다.가치 투자하기에 ‘제격’아직까지 국내에 사모 펀드 형태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활성화돼 있지 않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모 펀드는 이름만 사모 펀드일 뿐 실제로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의 기관이 투자한 것이 90%가 넘는다. 이는 ‘간접투자자산운용법(간자법)’에서 기계적으로 30인 이하의 투자자로 구성된 펀드를 사모 펀드로 분류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내용과 구성은 공모 펀드와 똑같지만 기관 물량은 공모 펀드에 포함하지 않고 사모 펀드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기관투자가처럼 대량의 투자금이 펀드에서 빠져나가거나 하면 펀드 운용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한꺼번에 몇 백억 원씩 투자하는 기관은 따로 사모 펀드를 구성해 운용하게 되는 것이다.” 산은자산운용 관계자의 말이다.이 외 우리가 흔히 부르는 PEF(Private Equity Fund: 사모 투자 펀드)는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특별 펀드로 개인의 자산 투자 목적으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법적으로도 간자법의 간접 투자 기구가 아닌 합자회사로 별도 취급된다.그렇다면 개인 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펀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국내에서는 아직 사모 펀드 투자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 보니 전문적인 투자 기법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고, 그러다 보니 사모 펀드를 결성할 주체들이 많지 않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기관의 물량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30억~50억 원 규모의 사모 펀드는 모집하려 하지 않는다.KB자산운용의 관계자는 “펀드도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대신 소규모 자산운용사들이 기존 자산운용사들이 건드리지 않는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사모 펀드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사모 펀드가 결성되기 위해서는 뜻이 맞는 투자자들이 모여야 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 은행·증권사의 PB(Priv-ate Banking)센터와 재무 컨설팅 업체 등이다. 블리스에셋(옛 굿앤리치자산운용)의 윤종엽 상무는 “현재 몇 개의 사모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PB센터나 재무 컨설팅 업체가 사모 펀드 설명회를 통해 투자자들을 결성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동호회처럼 결성된 모임에서 상품 설계를 의뢰해 오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사모 펀드는 대외 홍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가 있어야 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펀드는 최소 30억 원으로도 결성이 가능하지만 50억 원 이상이 보통이다. 주식형의 경우 50억 원 이하는 5~10종목에, 50억 원 이상은 10~20종목에 투자한다. 주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채권은 시장 거래 단위가 100억 원이 넘기 때문에 소규모 사모 펀드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편이다. 여러 개의 펀드가 공동으로 채권을 매입할 수도 있지만 관리가 어려워지게 된다.최근에는 미술품이나 드라마 같은 특별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가 생겨나고 있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부터 미술품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아트 펀드’라는 이름이 붙은 사모 펀드의 결성도 늘어나는 추세다. 소수의 마음이 맞는 투자자들끼리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투자를 빠르게 결정·집행하는 데 덩치가 작은 사모 펀드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공·경매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을 정도로 투자 대상과 기간이 매우 다양하다. 흔히 지인들끼리 ‘계’를 결성해 투자하기도 하지만, 억 단위의 투자가 이루어질 때는 법적인 보호를 위해 등록된 자산운용사의 사모 펀드를 이용하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일반적인 펀드는 폐쇄형과 개방형이 있는데, 폐쇄형은 펀드를 해산해야 돈을 되찾을 수 있고 개방형은 투자자가 원할 때 환매할 수 있다. 드라마 펀드처럼 드라마 방영 기간이 끝나면 해산되는 펀드는 폐쇄형을 취하고, 주식형 펀드는 개방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별 투자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블리스에셋의 윤 상무는 “보통 1억 원 이상이 기본이지만 그 이하로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투자성향 감안해 펀드 골라야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소규모 사모 펀드의 운용을 꺼리는 이유는 운용 수수료 때문인데, 소규모 자산운용사들은 수수료를 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블리스에셋의 경우 기본 보수는 공모형이 2.5%(순자산의 2.5%)지만 사모 펀드는 2%다. 그러나 사모 펀드는 수익률이 10%가 넘을 때부터 초과 수익의 15%를 성과 보수로 받는다. 예컨대 수익률이 30%라면 초과 수익 20%에 대한 15%이므로 순자산의 3%다.사모 펀드를 고객에게 판매한 PB센터에서도 판매 수수료를 받게 되는데, 수수료율은 정해진 것이 없고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또 PB센터가 직접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한 경우는 수수료율이 높고, 운용사가 의뢰한 경우는 낮아진다. PB센터의 역할에 따라 정해지는 셈이다.사모 펀드가 공모 펀드에 비해 매력적인 요인은 자신의 투자 성향을 잘 반영할 수 있고, 운용사로서도 투자한 종목이 소수이므로 집중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투자 종목이 수십 개가 넘을 경우 일일이 그 회사에 대한 리서치가 불가능하지만, 10개 안팎이라면 회사를 드나드는 화물 차량의 변화까지도 포착할 만큼 훤히 꿰뚫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또 투자자의 수가 적다 보니 펀드매니저와 투자자와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투자자도 함께 전문가적인 시각과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버핏의 투자처럼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10종목 안팎의 가치주에 장기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직접 투자해도 되지만 비전문가들이 종목 선정과 회사 경영을 매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용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펀드의 장점을 살린 것이 사모 펀드다. 흔히 말하는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의 중간쯤에 있는 셈이다.물론 투자 종목이 소수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주의사항이다.INTERVIEW 윤종엽 블리스자산운용 상무‘선택과 집중으로 꼼꼼하게 투자’사모 펀드 시장 상황은.“지금 4~5개의 사모 펀드를 운용 중인데, 앞으로 이를 주 전략으로 삼으려고 한다. 지금은 투자의 시대다. 은행예금처럼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 개인들도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사모 펀드도 공모 펀드만큼 시장이 커질 것이다. 지금은 PB센터나 운용사에서 펀드를 만들지만 앞으로는 개인들이 주도적으로 펀드를 결성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공모 펀드와 어떻게 다른가.“공모 펀드는 수십 개의 종목에 투자하는 일종의 분산 투자로 초보자가 하는 방법이지만 전문가의 방식은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잘 찾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다. 10개 안팎의 가치주에 장기 투자하는 버핏식 투자에는 사모 펀드가 더 적합하다.”사모 펀드의 장점은 무엇인가.“‘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공모 펀드는 리서치를 통한 종목 선정과 투자 이후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지만 사모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회사를 찾아가 경비원에게까지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종목 관리에 신경을 쓴다. 또 투자자와 펀드매니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 투자 내용을 투명하게 알 수 있어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인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종목 수가 적어 오히려 시장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아닌가.“종목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통해 안전 마진이 확보된 저평가 주식을 발굴하기 때문에 하방경직성을 유지해 오히려 위험이 적다. 미국의 경우 종목 수가 적을수록 변동성이 작고 수익성도 좋았다. 국내 펀드 평가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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