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한국상륙

안방 점령 시동…‘아이팟 신화’ 이을까

애플이 3월 21일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개시한 디지털 미디어 어댑터(DMA) ‘애플TV’가 한국에서 5월 7일 첫 판매를 시작한다. 애플TV는 PC에 있는 동영상, 음악, 사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무선으로 전송받아 TV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어댑터의 일종으로 애플 거실 공략을 위한 전략 제품이다. 애플코리아는 4월부터 국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애플TV를 31만9000원에 예약 판매하고 있다.DMA는 PC와 무선 또는 유선으로 연결돼 PC에 저장된 멀티미디어 파일을 TV를 통해 재생하거나, 이와 반대로 TV로 입력되는 방송 신호를 PC에 전달하는 기기를 말한다. 안방에 있는 PC에 내장된 동영상, 음악, 이미지 파일을 거실에 있는 대형 TV로 별도의 선 연결 없이 볼 수 있다. 일부 제품은 내장 튜너를 통해 케이블TV 방송을 볼 수 있는 셋톱박스 기능도 갖추고 있다. TV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PVR(Personal Video Recorder)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도 있다.사실 애플TV와 같은 DMA는 이전에도 나와 있었고, 한국 업체들 중에 몇 곳은 수년 전부터 관련 제품을 출품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능상으로는 특별한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에서 애플TV를 주목하는 이유는 애플이 ‘아이팟’에서 보여준 저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업계는 MP3 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한 애플이 애플TV를 거실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은 MP3 플레이어 종주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발 주자인 애플에 주인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애플은 간결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앞세운 아이팟으로 전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아이팟 시리즈는 MP3 재생이 가능한 ‘아이팟셔플’, ‘아이팟나노’를 거쳐 동영상까지 재생 가능한 ‘아이팟비디오’까지 나와 있다. 이에 맞춰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까지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TV는 이 동영상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소비자들은 애플의 다운로드 사이트인 아이튠즈에서 음악이나 영화를 손쉽게 구입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기나 지불 방법에 대해 학습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점이 애플TV가 다른 경쟁 제품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분이다. 케이블TV 업체와 방송국, 콘텐츠 업체들이 시청자들의 지갑에서 콘텐츠 비용을 끌어내기 위해서 갖가지 아이디어와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애플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밥상(아이튠즈)’에 숟가락 하나만 추가해 완벽한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영상 서비스) 환경을 구축한 셈이다.다기능보다 편의성으로 승부다른 경쟁 제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애플TV’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별다른 조작 없이 PC 아이튠즈와 동기화를 유지하며, 복잡한 네트워크 설정도 필요 없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무언가 ‘변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애플TV는 완벽한 대안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HD 콘텐츠를 비롯해 멀티미디어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비디오나 DVD 플레이어를 대체할 디지털 콘솔을 원하고 있었고 업계에서도 이런 요구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윈도 미디어센터 에디션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은 복잡한 PC 환경을 거실까지 가져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인텔도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노리고 ‘바이브(VIIV)’ 플랫폼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MS는 윈도 비스타(Window Vista)에 미디어센터 에디션 기능을 기본 탑재했지만 아직까지 신통치 않은 상황이고, 인텔은 바이브보다 코어2듀오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다.한국은 아직 DMA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북미와 유럽 시장에는 이미 DMA 시장이 개화하고 있다. DMA는 국내 업체로는 아이큐브, 에이엘테크 등과 해외 업체인 슬링미디어 등이 제품을 출시했으며 디지털 가전제품 확산에 따라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제품 가격은 20만 원대로 기존 시스템 교체 없이 무선랜카드 또는 인터넷공유기만 추가하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체제부터 시스템까지 전부 교체해야 하는 홈시어터PC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간편하다. 하지만 웹서핑과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 시청은 불가능하며 각 업체별로 규격과 사용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가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애플TV는 TV와 연결해 유선랜 또는 무선랜으로 PC에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TV에서 재생할 수 있다. HDMI 단자 또는 콤포지트 단자를 통해 디지털TV와 연결해 HD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으며 자체 내장된 40GB 용량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콘텐츠를 저장할 수도 있다. 아이튠즈에서 구독한 CNN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오디오 및 비디오 팟캐스팅 서비스를 TV에서도 즐길 수 있고 게임과 같이 아이팟 비디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TV에서도 대부분 즐길 수 있다. 애플답게 연결 부분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마감이 잘 돼 있으며 깔끔한 디자인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개조하면 매킨토시 운영체제도 설치기존 DMA는 사용상의 어려움과 높은 가격 등을 이유로 대중화되지 못했지만 애플TV는 브랜드와 편의성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특히 애플TV는 아이튠즈와 연동돼 기존 아이팟 사용자라면 이미 정리해 둔 동영상, 음악, 사진 파일을 바로 TV에서 즐길 수 있으며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경쟁 제품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하지만 애플TV가 국내에서 성공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국내에는 음악 및 동영상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는 아이튠즈 스토어 서비스가 미정이기 때문에 애플TV 능력을 십분 사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애플TV는 고급 사용자나 일부 얼리어답터들에게만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애플TV 최대 강점인 콘텐츠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기존 판매되고 있는 디빅스플레이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우리나라보다 일찍 발매된 해외에서는 애플TV 자체 기능보다 애플TV를 개조해 구현할 수 있는 일들이 더 화제가 되고 있다. 30만 원에 불과한 애플TV는 인텔 CPU, HDD 등 PC와 같은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개조해 매킨토시 운영체제인 ‘OS X’를 설치할 수 있고 게임기 에뮬레이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애플TV를 개조하는 방법과 의견을 교환하는 블로그 및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을 정도다.WMV9나 디빅스(DivX) 파일 등 아이튠즈에서 지원하지 않는 파일은 애플TV에서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이팟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기능보다는 편의성과 디자인으로 극복한다는 것이 애플의 전략이다.업계 관계자들은 애플TV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음악 부문에서 아이팟으로 성공한 애플이 영상 부문에서도 ‘싹쓸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영화계 및 콘텐츠 업계는 애플TV의 성공으로 콘텐츠 판매 시장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애플TV의 가장 큰 역할은 PC에 잠자고 있는 콘텐츠를 TV로 끄집어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에도 애플TV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나와 있지만, 애플TV는 전략에 따라 아이팟처럼 1억 대가 팔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이형근·디지털타임즈 기자 bass00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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