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부르는 공동창업(5) - 형제·부부

든든한 동반자…사업도 ‘탄탄대로’

외환위기 이후 40대 명예퇴직 창업자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기업마다 새로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갈 곳 잃은 명퇴자들이 창업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40대 명퇴자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창업 자금도 넉넉하고, 열정도 있어 창업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추세다.그러나 이들의 창업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오랜 기간 조직 문화인 직장 생활에만 전념한 상태여서 창업 시장에 대한 흐름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한 고객 접대 서비스나 메뉴의 전문성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철저한 사전 준비와 자신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부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부부가 손잡고 새 출발= ‘아내는 홀, 남편은 주방.’ 일본 전통 라면전문점 ‘하코야(www.hakoya.co.kr)’ 서울 이대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우(49) 전재은 씨(42) 부부는 색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장을 던진 부부 창업자다. 이정우 씨는 지난해 6월, 20년 넘게 근무했던 금융회사를 명퇴했다.이 씨는 지난해 초부터 명퇴를 예감하고 편의점이나 제과점 창업을 고려했다. 직장 문을 나서기 전부터 창업 준비를 했던 셈이다. 그러던 중 하코야라는 브랜드를 알게 됐고, 색다른 아이템으로 도전해 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하코야는 일본에서 유명한 라면 집 60여 곳의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해 일본 전통 라면의 맛을 살린 브랜드다. 아직 국내에는 널리 소개되지 않았다. 전업 주부였던 부인 전재은 씨와 오랜 상의 끝에 유명해진 아이템보다는 신규 아이템으로 틈새시장을 겨냥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지난해 가을 매장을 오픈하면서 주방은 이 씨가, 홀과 서빙은 전 씨가 맡기로 했다. 이대 앞에 있어 여성 고객이 많아 전 씨가 홀을 맡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전 씨는 “집에만 있다가 매장에 나와 고객을 접대하면서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처음에는 낯설고 긴장돼 실수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이 씨는 주방을 책임지는 한편으로 한가한 시간에는 전단지를 나눠줬다. 아직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홍보의 중요성이 컸기 때문이다.지금은 이 씨 부부 모두 숙달된 솜씨를 자랑한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내 집같이 느끼도록 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맛이 있고, 서비스가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앙드레김 같은 유명 인사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이 씨는 “기존 유명 아이템보다는 가능성 있는 신규 아이템으로 틈새시장을 겨냥한 것이 지금의 성공을 불러온 것 같다”며 “고객 접대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던 아내가 지금은 고객들로부터 맏언니라고 불리며 든든한 동업자가 됐다”고 말했다.◇20대 형제 ‘패기’로 똘똘 뭉쳤다= 자유와 낭만을 한껏 즐겨야 할 20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취업이라는 큰 고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취업보다 창업을 선택하는 20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창업 자금이 빈약하기 때문에 공동으로 창업하는 경향을 보인다.베트남쌀국수 ‘호아센(www.hoas-en.co.kr)’ 의정부점의 사장은 김성식(29) 김경식 씨(27) 형제다. 지난해 3월 호아센 매장을 오픈했다. 호아센이 이들 형제의 첫 창업은 아니다. 이들 형제는 지난 2003년 공동으로 PC방을 창업했다. 당시 형 김성식 씨는 직장에 다니던 중이었고 동생 김경식 씨는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 복학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동생 김경식 씨는 “사촌형이 PC방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장사가 잘 됐었다. 그것을 보고 나도 PC방을 창업하려고 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혼자 하는 것보다는 둘이 함께 창업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해 형에게 공동 창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동생은 대학 복학을 포기하고 형은 과감히 직장을 나왔다. 창업으로 진로를 확 바꾼 것이다. 초보 창업자인 형제는 경험자인 사촌형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부족한 창업비용은 부모님이 도움을 줬다. 하지만 김 씨 형제는 2년여 후 PC방을 처분했다. PC 사양이 떨어지면 고객이 줄어드는 PC방의 생리 때문이었다. 자금을 마련해 재투자했지만 한 번 떨어진 매출은 다시 오르지 않아 정리하게 된 것이다.이들 형제는 6개월 정도 쉬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았다. 그러던 중 김경식 씨가 군대 가기 전에 1년 정도 주방을 경험했던 베트남쌀국수로 재창업하기로 결정했다.지난해 3월 호아센 의정부점으로 제2의 창업에 나섰다. 동생은 서비스와 고객 접대, 주방 관리 등의 운영을 전담하고 형은 매출, 매입 등 금전적인 사항을 맡기로 업무를 분담했다. 형은 일에 대한 추진력이 강한 반면 동생은 꼼꼼하고 세심해 작은 일을 잘한다는 장점을 살린 것이다.매장을 운영하면서 메뉴 결정이나 가격 등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릴 경우에는 대부분 형의 의견에 따른다.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통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막고 있다. 창업비용은 형제가 50 대 50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수익도 절반씩 나누고 있다.김경식 씨는 “아무리 형제라도 공동 창업은 금전적인 문제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처음부터 수익 배분에 대해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며 상대방에게 서로 솔직해지는 것이 공동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헌·창업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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