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완전 회복…기업들 ‘돌격 앞으로’

일본 경제에 탄력이 붙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각종 지표들이 보여주는 일본 경제의 현주소는 ‘부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쾌속 항진’에 가깝다. 마치 ‘잃어버린 10년’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듯한 기세다.우선 일본 대표 기업들의 역동성이 두드러진다. 실적 발표 기사엔 어김없이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도요타자동차는 작년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에 2조2500억 엔(약 18조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7년 연속 이어진 사상 최고치 행진이다. 매출액 역시 24조 엔(약 190조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4% 정도 늘었다. 올해도 이런 성장세는 이어져 1분기(1~3월)만 놓고 볼 때 판매 대수 면에서 사상 처음 미국의 GM을 꺾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이 밖에 캐논은 올 1분기(1~3월) 중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고 혼다와 스즈키의 작년 생산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전 왕국’ 소니도 올해 4000억 엔 정도의 영업이익을 거둬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완연한 봄날이다. 이 이달 중순 일본 주요 기업 대표 1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9%가 ‘일본 경제는 확장 중’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경기 회복이 풍성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며 취업 시장의 숨통도 확 트였다. 일본 리크루트사가 7315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봄 대졸 예정자 채용 인원은 올해보다 13% 늘어난 93만3000명에 달했다. 반면 내년 봄 대학 졸업 예정자 중 취업을 원하는 학생은 절반 수준인 43만7000명에 그쳤다. 대학 졸업생 한 명에게 일자리가 두 개씩 돌아가는 셈이다.체력을 회복한 일본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소매를 걷어 붙였다. 중국 인도 등 잠재력이 큰 나라들이 주 타깃이다. 중국 투자의 선봉에는 자동차 기업들이 나섰다. 혼다자동차는 영업점을 올해 말까지 지난달 대비 39% 늘어난 560개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혼다의 대표적 중형 세단인 ‘어코드’ 매장을 종전보다 30%가량 많은 350개로 늘리고 신형 ‘CR-V’ 판매점은 이전보다 60% 확대하기로 했다. 도요타자동차도 현재 400개인 영업점을 연말까지 500개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특히 고급 차종인 ‘렉서스’ 매장은 두 배로 확장할 계획이다.국가 신용등급도 32년만에 ‘업’인도 시장에 대한 공격 명령도 떨어졌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최근 “국내 시장 정체라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쓰시다전공의 앵커일렉트리컬스 지분 인수다. 앵커일렉트리컬스는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건축 자재 및 조명 생산 업체로 마쓰시다전공은 이 회사의 지분 80%를 4억2000만 달러에 사들였다.일본 정부 차원의 해외 투자도 적극성을 띠고 있다. 는 최근 “일본의 총리실 산하 경제자문위원회와 금융청의 정책연구그룹, 자민당 등에서 싱가포르 테마섹을 모델로 한 국영 투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000억 달러를 웃도는 외환 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테마섹 같은 공격적인 투자회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일본 경제가 전반적으로 활기를 띠면서 국가 신용등급도 32년 만에 상향 조정됐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4월 24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외화표시 장기채권 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높였다. S&P가 일본의 등급을 높인 것은 1975년 이후 처음이다.이번에 신용등급이 회복된 것은 일본 정부의 구조 개혁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물론 재정 및 금융 정책도 정상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2002년 말 8.2%에서 현재 5.0%까지 개선됐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고령화라는 걸림돌만 지혜롭게 해결하면 조만간 예전의 역동성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안재석·한국경제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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