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부추기는 봄바람

본격적인 봄의 중턱에 들어섰다. 검게 시들어 있는 나무들도 각기 초록의 싹을 틔우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머리카락은 계절이 바뀌어도 쉽게 싹을 보이지 않는다. 행여 속 빈 머리가 들킬세라 봄볕에도 모자를 벗을 수 없는 탈모 남성들. 탈모에 민감한 남성들은 자신감이 결여돼 사회생활에서도 위축된다.특히 젊은 탈모 남성들은 취업과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시기인 데다 한창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탈모로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더욱 심각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탈모 남성의 82%가 탈모로 인해 나이가 더 들어 보이고 이로 인해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응답했다.남성형 탈모는 우리 몸속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인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생기는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물질에 의해 나타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을 남성답게 만들어주는 호르몬으로, 성기와 근육을 발달시키고 음모와 겨드랑이 털의 성장을 돕는다. 반면, DHT는 우리 몸속에서 모발의 성장 기간을 단축하고 머리카락을 힘없고 가늘게 만들어 탈모를 촉진한다.탈모가 남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일어나는 만큼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는 가을에 심해진다. 이 때문에 탈모 남성들은 가을, 겨울이면 더욱 적극적으로 탈모를 치료하려 한다. 가을이면 탈모 때문에 피부과를 찾는 사람이 다른 계절에 비해 1.7배 정도 많아진다.그러나 새싹 같은 머리카락이 날 것 같은 봄에도 탈모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많은 탈모 남성들은 간과한다. 남성호르몬은 수염이나 몸의 털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지만 머리카락을 빠지게 작용하는 청개구리다. 이 남성 호르몬은 가을뿐 아니라 봄에도 왕성하게 분비된다. 게다가 봄철은 환절기의 큰 일교차와 건조한 날씨 변화로 두피에 각질이 많아져 탈모를 부추긴다. 중국에서 넘어 오는 황사 바람 역시 머리카락을 앗아가는 요인이다. 두피의 모공 세포 사이에 황사의 미세먼지가 끼어 두피의 호흡이 방해되므로 모낭 세포의 활동이 줄어들게 된다.탈모 치료는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집트 고대 문서인 파피루스에는 악어의 지방과 하마의 배설물을 두피에 발라 탈모를 치료하고자 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검증된 탈모 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20세기의 끝자락에서다. 미국 제약회사 MSD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경구용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가 나오면서 비로소 전 세계 남성은 탈모라는 블랙홀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됐다. 이 약물은 탈모의 근본 원인인 DHT의 생성을 억제해 탈모를 치료해 준다. 프로페시아 외에도 현재 탈모 치료제로 인정받고 있는 제품은 미녹시딜 제제의 머리에 바르는 약물이 있다.이들 탈모 치료제는 탈모 조기에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머리카락이 심하게 빠진다고 여겨질 때 바로 탈모 전문의와 상담한 뒤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치료 외에도 봄에는 모발을 잘 보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황사가 심하거나 봄볕이 따가운 날은 외출할 때시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황사 먼지로부터 두피를 차단하고, 강한 봄날의 자외선으로 인해 두피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외출 후에는 깨끗하게 머리를 감아 두피나 모발에 남아 있는 먼지 등을 씻어내야 한다.다행히 봄에서 초여름 사이에는 모발의 성장이 빨리 진행된다. 그러므로 봄이야말로 탈모 치료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탈모 치료의 효과는 최소한 3개월 이상 돼야 나타난다. 프로페시아의 5년 임상 연구에 따르면 초기 탈모 남성의 경우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지 3개월 후 탈모가 멈추고, 6개월 후에는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해 12개월 후에는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 탈모 치료를 시작하라. 그리하면 가을철, 당신의 머리가 풍성해질 수 있다.전병환 미사랑 피부과 원장 derma2000@hanmail.net의학박사. 중앙대 용산병원 피부과 교수. 미사랑피부과 모발레이저센터장(현). 중앙대 피부과 외래교수(현). 을지의대 피부과 외래교수(현). 대한피부과학회 정회원. 대한레이저학회 정회원. 미국 피부과학회(AAD)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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