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과 노력의 힘을 깨우쳐 주신 분

올해 90세인 아버지는 미자립 시골 교회 목회 활동을 하셨다. 우리는 어릴 적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웠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성품이 강직하셔서 가정교육과 신앙교육 모두 엄격하시다 못해 무서울 때도 많았다. 가벼운 거짓말이라도 한 번 하면 한 끼를 건너뛰어야 할 정도로 작은 잘못도 용납하지 않으셨다. 특히 자립심과 꾸준한 노력을 강조하셨는데 이러한 아버지의 가르침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면 3개월 후 항상 어떤 변화가 있는지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얼마나 발전했는지 자문하면서 1년 후에는 더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확신하곤 한다. 무슨 일이든 조금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끈질기게 시도하고 실천하는 습관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교훈 덕분임에 틀림없다.아버지는 이웃집에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면 우리에게 그 근처에 절대로 기웃거리지 못하게 하셨다. 얻어먹는 거지근성을 길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손님이 찾아와 먹을 것이 생기기라도 하면 이웃집 아이를 우리 집으로 불러 함께 나누어 먹곤 했는데 어린 마음에 나눠 먹는 것이 참 아까운 생각이 들곤 했다.아버지는 당신과 우리 가족에게는 엄격했지만 남에게는 참 관대하셨다. 크면서 아버지가 나에게 왜 그렇게 가르치셨을까 생각해 보니,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어 달라고 그러셨던 것 같다. ‘얻어먹는 근성을 경계하라.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얻어먹으려 하지 말고, 네 스스로 자립해 오히려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하루에 몇 번씩 들었던 아버지의 기도 중에 빠짐없이 나오는 대목을 기억한다.나는 한글은 물론이고 한자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이 역시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나에게 성경책을 내밀며 하루에 한 쪽씩 읽으라고 하셨다. 당시 성경책은 대부분 한자로 되어 있어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성경책을 매일 읽기 시작했다. 막히면 아버지가 한자를 읽어주시고 뜻도 풀어 주셨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읽기 어렵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수월해지더니 일곱 살이 되자 자연스럽게 한글을 깨쳤고 한자도 꽤 많이 알게 됐다. 동네 골목을 지나가다가 영화 포스터나 가게 간판에 씌어진 한자를 가리키며 친구들이 “저게 뭐냐?”라며 옥신각신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 내가 나서서 읽어줄 때마다 뿌듯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얼마 후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한글을 떼고 한자를 많이 아는 아이로 칭찬을 받았다.초등학교 5학년 때에는 나와 몇 명의 학생들이 서예부문 교내 학예발표대회에 나가게 됐고 나는 장려상을 받았다. 수상자들은 학교 대표로 마산시 학예발표대회에 출전했지만 아무도 입상하지 못했다. 그 후 서예반 선생님이 결핵으로 휴직하시자 아버지가 직접 나를 지도해 주셨다. 아버지는 글씨 교본을 모방해 하루에 한 장 이상씩 연습하라고 하셨는데 한자 글씨를 흉내 내기 귀찮고 하기 싫어 맹목적으로 하는 날이 많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3개월 전에 쓴 것과 오늘 쓴 것을 비교해 보니 신기하게도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렇게 1년이 지나 6학년 때 다시 마산시 학예발표대회에 출전했고 1등을 차지했다.돌이켜 생각하면 아버지는 매일 꾸준히 무엇인가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아시고 나에게 이런 가르침을 주신 것이었다. 경험으로 깨달을 수 있는 살아있는 교훈 말이다.나도 모르게 정직과 인내심, 자립심,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체득하게 해주신 아버지의 가르침이 원동력이 되어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하다. 억만금의 유산보다 더 소중한 정신과 성품을 심어 주신 아버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 고민해도 이제는 그 방법이 별로 없다. 90세가 되신 지금도 틈나면 전도하시고 자녀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아버지가 큰 병이나 고통 없이 오래 사셔서 꼭 100살을 채우시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으로, 행동으로 잘 해드리고 틈나는 대로 찾아뵙고 자주 전화 드려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그러하셨듯, 나도 내 아이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주어 더욱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해야겠다.글/ 김성오메가스터디㈜ 중등부 엠베스트 대표. 마산고, 서울대 약대를 졸업했다. 영남산업 대표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 중등교육 사이트 1위인 메가스터디 중등부 엠베스트의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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