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와 전망

글로벌화·신사업 발굴 ‘돌격 앞으로’

“한화의 당면 과제는 글로벌화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입니다.”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한화의 과제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다. 김승연 회장이 이미 이를 선포했고 그룹의 전 계열사가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사실 글로벌화와 신사업 발굴은 다소 식상한 목표다. 세계화의 흐름과 함께 거의 모든 기업이 이를 향해 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 입장에선 이 비전은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화약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기간산업과 안정적이고 내수 지향적인 사업을 영위하던 한화의 전면적인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대장정의 첫걸음을 내디딘 상태지만 한화가 지향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한화는 대표적인 내수 기업이다. (주)한화와 한화석유화학 등이 해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로 크지 않다. 한화는 이를 2011년까지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의 한계를 해외 사업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5년 내 수출 4배 늘려한화는 글로벌 경영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 회장이 올초 CI 선포식에서 “올해 사업은 모두 해외에서 한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해외 시장에서 ‘무명의 신인’이나 다름없는 한화가 겨우 5년 동안 매출 포트폴리오를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가능하다는 것이 한화 측의 입장이다. 지난 1월 말 김 회장의 주재로 태국에서 열린 ‘해외 사업 진출 전략회의’에서 나온 실행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한화가 수립한 해외 진출 실행 전략은 6가지다. △그룹 전략 및 계열사 기업 전략 업그레이드 △해외 사업 추진 프로세스 재구축 △해외 조직 관리 체계 재정비 △해외 사업 추진을 위한 인력 확보 △해외 사업 활성화를 위한 목표 관리 체제 구축 △그룹의 해외 사업 전략 컨트롤 타워 구축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그동안의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임하겠다는 다짐이라고 할 수 있다.6가지 실행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몇 가지 변화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진출 국가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한화 무역부문은 중국 중심의 사업에서 탈피할 계획이다. 지난해 이 지역 비중은 4% 정도 낮아진 반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지역의 비중은 10% 정도 증가한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하고 있다.해외 현지 생산을 통한 진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종합화학은 2003년 이미 중국 베이징에 자동차부품 공장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허화법인, 상하이사무소, 화난사무소, 베이징사무소 등 중국에만 4곳의 영업 거점을 두고 있는 한화석유화학은 중국, 이머징 마켓 등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 지역을 물색 중이다. 한화증권과 대한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도 해외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해외 진출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각자 독립적으로 진출하기보다 동반 진출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효과는 배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그룹 경영기획실에 해외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할 예정이다. 해당 사안별로 관련 계열사의 실무진이 모여 그룹 차원의 사업 검토를 하자는 취지다.인재 확보·육성에 총력전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을 인수한다면 짧은 기간에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규모가 대형이라면 해외 매출을 크게 불릴 수 있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이미 몇 건의 대형 M&A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르면 올 연말께 첫 번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화의 신르네상스 시대’를 열 또 하나의 열쇠는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한 그루의 과수를 심어놓고 그 나무가 늙을 때까지, 두고 따먹을 생각만 해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며 “생존 차원에서 기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면밀히 재분석하고 검토해야 한다”며 미래 성장 동력의 발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한 바 있다.사실 한화의 계열사 가운데 흔히 말하는 ‘미래형 사업’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 전통적인 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금융 계열사 정도가 그나마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쯤 되면 김 회장이 미래형 사업의 발굴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한화 측은 새로운 사업의 범위를 정해 놓고 있지 않다. 성장 가능성만 있다면 업종을 가리지 않을 방침이다.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어도 좋고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미 주력 계열사들은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 (주)한화는 한국형 헬기 개발과 보잉787 부품 공급을, 플라스틱 건축 자재 위주이던 한화종합화학은 전자소재, 자동차부품 등으로 아이템을 확대하고 있다.미래 성장 동력 확보 역시 M&A로 풀 공산이 크다. 자체적으로 처음부터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반면 M&A를 통한다면 수고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룹의 신사업 전담 부서가 이를 지원할 예정이다.글로벌화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 한화의 미래를 가르는 승부처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이러한 한화의 방향 설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문제는 한화가 과연 이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며 그 결과는 무엇보다 ‘인재’ 확보에 따라 명암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한화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인재 확보와 양성’을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을 정도다. 이를 위해 한화는 외부 인재 영입과 내부 인재 양성이라는 두 가지 길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계열사의 CEO를 외부에서 수혈한 상태이며 매년 해외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리크루팅 투어’를 실시하고 해외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제도를 시행하는 등 외부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설립 예정된 그룹 연수원을 통해 인재 양성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계획이다.보수적인 조직 문화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 회장 스스로 “우리 최대의 적은 경쟁사가 아닌, 현실에 안주하는 내부의 타성임을 자각”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혁신적인 풍토가 시급히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화든, 신사업이든 ‘혁신 마인드’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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