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

전문성 무장…하이브리드 경영 전파

최근 한화그룹의 인사 스타일은 ‘하이브리드 경영’을 반영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사장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주어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라는 얘기다. 하이브리드 경영이란 내부 인재와 외부 영입 인재를 가리지 않고 능력과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것을 뜻한다.실제 한화 전문경영인들의 면면을 보면, 한화에서 전통 사업군으로 커 온 계열사는 내부에서 육성된 인재를 중심으로, 2000년 들어 새롭게 성장축으로 뜨는 사업군에는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들이 축을 이루고 있다.창업 때부터 주축 사업이었던 건설·제조업과 1980년대에 인수한 레저·유통사업군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함께 성장한 내부 인재 풀이 탄탄하다. 2002년 이후 새로운 성장축으로 성장한 금융 사업군은 타 사업군처럼 내부 인재가 많지 않아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특히 삼성그룹 출신의 전문경영인들이 대거 영입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기존 사업군에도 외부 전문가 영입의 물꼬가 조금씩 트이고 있다.대한생명 신은철 대표이사(부회장)는 삼성생명, 한화손해보험(옛 신동아화재)의 권처신 대표이사는 삼성애니카랜드 출신, 한화개발(프라자호텔) 김광욱 사장은 신라호텔 출신이다. 또 그룹 경영기획실 장일형 부사장(전략홍보담당)은 삼성전자 전무를 거쳤다.삼성 출신 이외에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은 대우건설 출신, 윤욱진 경영기획실 상무는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출신이다. 그 외에 한화증권 진수형 대표이사는 산은자산운용 대표 출신이고, 경영기획실 법무 담당 채정석 부사장은 서울남부지청 부장검사 출신이다.한화석유화학 허원준 대표이사는 1968년 한국화약에 입사한 이후 40년 동안 줄곧 석유화학 분야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이사를 거쳤고 1997년에는 신사업 추진실장, 1998년에는 그룹의 화학부문 구조조정 태스크포스팀(TFT) 팀장을 맡았다. 현재 한화석유화학공업협회 부회장, 한국 클로로-알칼리 공업협회장을 지내고 있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허 대표는 정통 엔지니어답게 분석적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대표이사 취임 후에도 화학 업종은 거대 장치산업이 아니라 기술력이 필요한 첨단 산업이라는 ‘기술 경영’을 주창했다. 연구개발에 전폭적 투자를 해야 한다는 지론을 통해 한화석유화학의 독자적 기술인 CMP슬롯, 초고압전선용 피복, 나노기술을 확보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한화갤러리아의 양욱 대표이사는 한화종합화학 원료부문(현 한화석유화학)의 뉴욕지사 대표를 시작으로 미주법인 담당을 거치면서 풍부한 해외 경험을 쌓았다. 해외 정보에 밝고 유통 분야에도 해박하다. 기계학과를 졸업하고 화학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2005년 귀국 후 60 가까운 나이에 새로운 분야인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를 맡았다.양 대표는 “만물상식 유통은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색깔이 있어야 된다”며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을 명품 백화점화하는 등 3개의 백화점을 명품 백화점으로 탈바꿈하는 데 공을 세웠다. 대전에 있는 한화타임월드(옛 동양백화점)의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한화리조트의 홍원기 대표이사는 한화기계(현 한화테크엠) 출신으로 기획관리실, 창원공장 생산관리, 업무개선팀을 거쳤다. 전임 김관수 사장과는 달리 조용하면서도 꼼꼼한 성격으로 관리형 CEO로 분류된다. 1994년부터는 그룹 비서실에서 감사업무를 맡기도 할 정도로 조직의 관리 측면에서는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화리조트의 규모가 2000년 이후 급속히 커지면서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자 사업 확장과 활발한 해외 진출과 동시에 사업의 수익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홍대표가 적임자로 판단되었다고 한다.(주)한화의 남영선 대표이사는 1978년 한국플라스틱에 입사한 이후 30년 동안 한우물을 파온 정통 ‘한화맨’이다. 그 사이 한국플라스틱은 1988년 한양화학과 합병돼 한화종합화학으로 바뀌었고 1999년 한화석유화학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다시 한화석유화학에서 건자재 분야가 분리되면서 한화종합화학 이사를 맡았다. 이후 2년 가까이 한화구조조정본부(구조본) 홍보팀장을 맡았다. 당시는 2002년 12월 대한생명 인수와 대선자금 수사가 있던 때로 한화의 대외적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자리였다.남 대표는 덕장 타입으로 분류되며, 친화력이 큰 무기라고 회자된다. 매일 출근 시간인 8시가 되면 팀장들(부장급)과 커피 타임을 가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는 평소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다. 주위에서는 이를 ‘티타임 경영’으로 칭하기도 한다. 퇴근 후에도 직원들과의 술자리를 가지는데, 주로 막걸리를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대한생명 신은철 대표이사(부회장)는 1972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30년 동안 재직했다. 독일어를 전공한 신 부회장은 삼성생명에 입사 후 영업관리부 부장, 인사부 부장, 영업국 국장, 인사담당 이사를 거쳤다. 이후 도쿄 주재 상무를 1년 간 맡은 뒤 보험영업본부장, 보험영업총괄 대표이사를 지내다 보니 영업 관리와 인사에 있어 최고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힌다.2002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할 때 고문으로 영입된 신 부회장은 당시 대한생명의 매각이 늦어져 내부 조직이 무너지고 자산이 급속히 줄어드는 위기를 1년 만에 거뜬히 수습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상품을 대거 내놓고 전문 분야인 영업조직을 신속히 재정비하면서 이후 3년 동안 꾸준히 흑자를 낼 수 있는 체질을 만들었다. 현재 대한생명은 계열사들 중 가장 많은 규모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캐시카우가 됐다.올해 1월 한화S&C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관수 대표는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다양하게 경력을 쌓았다. 전기공학 학사, 무역학과 석사를 취득한 뒤 태평양건설에 입사, 제일증권 총무부장, 한양화학 기획관리실장, 여천NCC 지원담당 상무, 한화건설 기획·인사·외주담당 상무를 지냈다. 여러 회사를 거치며 기획과 업무 지원을 꾸준히 맡다 보니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조직 적응을 잘하는 스타일로 통한다.2년 전 한화국토개발(현 한화리조트) 대표이사를 맡을 때 김 대표는 업계 최초로 PO(Program Organizer)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행사 클럽메드의 펀 매니저와 같은 개념으로 리조트가 단순히 숙박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었다. 리조트 직원들은 손님들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오은영 마술사로부터 마술을 배워 직원들 앞에서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한화건설 김현중 대표이사는 대우건설에 입사해 국내에서 5년 근무한 뒤 20년 가까이 해외 현장을 누볐다. 리비아 건축현장 담당, 런던지사 구매담당, 홍콩지사 중국개발사업팀장, 해외개발사업본부장을 지냈다. 특히 해외에서의 개발사업 전문가다.중소 건설 업체에 불과하던 한화건설이 5년 만에 메이저 업체로 성장한 데는 이런 김 대표의 개발 사업 노하우가 큰 역할을 했다. 한화건설은 미국 시카고에서의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는가 하면, 플랜트 공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동 진출을 노리고 있다.한화증권은 1962년 설립된 성도증권이 전신으로 1976년 한화그룹에 인수된 뒤 1977년 제일증권으로, 1996년 한화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금융 분야라 그런지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진수형 대표이사는 동양증권에 입사, 대우투자자문 펀드매니저, 서울투자신탁(현 산은자산운용) 주식운영본부장, 산은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여러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진 대표는 전략가로 통하며 기획과 전략에 강점이 있다고 한다. 한화증권은 자산 규모로는 타 증권사에 비해 크지 않으나, CMA와 채권 거래 분야에서는 국내 1위다. 이 때문에 ‘중소 증권사’가 아닌 ‘강소 증권사’로 통한다. 올해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 증권사로 거듭나 내년 시장 개방에 대비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계획이다.한화손해보험(옛 신동아화재) 권처신 대표이사는 197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후 1994년부터는 삼성화재에서 근무했다. 수학을 전공한 권 대표는 상품 개발의 전문가다. ‘손해보험은 상품 개발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상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한다. 권 대표는 삼성생명에 있을 때도 상품개발부 부장을 지냈고, 삼성화재에서도 상품개발팀장과 상품개발당당 이사를 지냈다. 2006년 삼성화재의 서비스 조직인 삼성애니카랜드 사장으로 발령받은 직후 한화손해보험의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이 회사는 대한생명 매각 때 자회사로 짝을 이루어 인수됐는데, 우연히도 삼성생명-삼성화재 출신이 대표이사로 짝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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