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주택시장 전망

당분간 약세…4~5월 ‘매수 타이밍’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에 대해 완만한 상승세를 예상했었다. 아파트 값의 경우 지난해만큼의 급등세는 나타나지 않더라도 여러 상승 요인들로 인해 오름세가 지속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렸다. 전셋값 역시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추세가 많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봄 이사철에는 ‘전세대란이 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대두됐다.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전혀 반대로 나타났다. ‘1·11대책’이라는 예상외의 커다란 정책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및 분양가 인하를 골자로 한 1·11대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주택시장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호가가 2억~3억 원씩 떨어진 매물들이 등장했지만 매수세가 전혀 없어 약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2월이 바닥? 글쎄…”과연 이러한 약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호가가 크게 떨어진 급매물들이 소화되기 시작하면서 시중에는 설 연휴를 정점으로 다시 반등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2월 바닥설’까지 등장했다. 끊겼던 거래가 시작됐다는 점과 가격 하락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선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떨어지면 매수세가 유입돼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과 같이 대기 수요가 꾸준한 곳들의 경우 일정 수준 하락하면 다시 반등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지난해 3·30대책 이후에도 재건축의 경우 10~15% 떨어진 후 반등했던 점을 고려해 보면 고점 대비 10% 안팎으로 호가가 낮아진 지금이 바닥에 근접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36평형은 16억 원에 나오던 매물이 이달 초 14억4000만 원에 팔린 데 이어 최근에는 호가가 14억1000만∼14억2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연말의 호가 16억5000만 원에 비하면 무려 14%가량 하락한 것.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13평형도 1·11대책 전에는 8억 원까지 육박했으나 최근 10% 넘게 떨어진 7억 원에 거래됐다.더구나 최근 여당의 와해로 정부의 1·11대책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진 데다 대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일찌감치 반등의 가능성이 고개를 든 것이다.하지만 대책이 발표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된 시점에서 곧바로 반등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대책이 나온 이후에는 일정 기간 조정을 받기 때문. 지난 2005년 8·31대책 당시 아파트 값 조정이 5개월 정도 이어졌던 경험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장세는 당분간 좀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보유세 부담으로 인한 매물 출현 가능성도 가격 상승을 막는 요인이다. 집값 정체가 계속될 경우 주택 가격이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그에 반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는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더구나 오는 9월 이후 청약제도 개편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 등으로 무주택자들의 시장 참여가 더욱 줄어들고 있어 가격이 크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버블론과 가계 부채로 인한 폭락설 등으로 수요자들의 심리적인 위축도 큰 데다 1주택자가 아닌 이상 양도세 부담으로 집을 팔고 옮겨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전반적으로 상승 반등을 예상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5월까지 약보합 이어질듯따라서 당분간은 일부 10~15%가량 호가가 떨어진 급매물들이 소화되는 가운데 적어도 봄 이사철이 시작되는 3월까지는 가격 조정이 더 이루어지면서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봄 이사철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부 국지적인 오름세를 보이더라도 작년 말과 같은 급등세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시장 주도주인 재건축 아파트가 1·11대책에 직격탄을 맞고 약세를 보임에 따라 사실상 아파트 값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다소 힘든 상황이다.더욱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를 미루고 있고, 매도자들은 가격이 고점에 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일부 가격을 낮춰서라도 매도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특히 오는 9월 이후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으로 20~30%가량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더욱 매입을 미루고 있는 데다 분양가 인하는 기존 아파트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집값 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전셋값은 올해 소폭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입주 물량이 30%가량 줄어들었고 집주인들이 종부세 부담으로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경향이 강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있을 수 있다.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쌍춘년 결혼 수요가 없고, 이미 지난해 가을 가격 급등기에 전세 거주자들이 대거 주택 매입해 급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더구나 올해는 전세 이동이 많지 않은 홀수 해다. 여기에 광역학군제 개편 등 새로운 입시제도는 겨울방학철이면 어김없이 전세 수요가 몰리던 목동과 강남 일대 전셋값까지 떨어뜨리고 있어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제기했던 봄 이사철 전세대란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졌다.하지만 수급 불안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점은 중장기적으로 집값 불안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수도권에 연평균 주택 수요는 30만 가구 정도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주택 공급 물량 추이를 보면, 지난 2002년 37만6248가구가 공급된 데 이어 2003년에는 29만7289가구, 2004년에는 20만5719가구, 2005년에는 19만7901가구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겨우 17만2058가구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 강남권의 공급 물량도 뚝 떨어진 상태다. 더욱이 이번 1·11대책 이후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전체 공급 비중의 57%에 이르는 민간 분양 공급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게다가 서울 등 수도권의 신규 입주 물량 역시 계속해서 감소세에 있고, 양도세 중과에 따른 매물난도 여전해 하반기 이후로는 이로 인한 가격 반등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여러 가지 예측이 분분해짐에 따라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수요자들은 더욱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급해 하기보다는 시장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을 중심으로 저점 매수를 타진하되 좀 더 시간을 두고 종부세 회피 매물이 예상되는 4~5월을 노리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락장에서는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양도세와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차익만을 노리고 섣불리 접근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김은경·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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