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아픔의 순간을 함께한 분

나는 아버지의 건강한 몸을 그대로 물려받은 행운아였다. 건장한 체구와 그에 어울리는 강인한 체력을 지닌 아버지처럼 나는 남들보다 월등히 큰 몸으로 태어났다.나는 5kg의 우량아였다. 아버지는 마흔한 살에 본 늦둥이가 남들보다 더 건강한 몸으로 태어난 것이 많이 신이 나셨는지 그날 바로 동대문 운동장에 가서 야구를 보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지금도 예전의 젊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계신다. 몸 하나만은 대한민국에서 상위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아버지 덕분이다.내가 지금 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인생에 다양한 삶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레슬링 선수시절은 아버지의 가슴을 가장 많이 아프게 했던 경험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내가 레슬링 선수를 시작하면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가슴에 새겨 넣었을 때 내 꿈은 곧 아버지의 목표로 설정됐고 그 꿈에 아버지도 동참하셨다. 내가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아버지는 내 최고의 후원자이자 정신적 스승이 되셨다.레슬링 선수로 살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나의 하루 일과는 운동과 운동, 그리고 또 다시 운동의 연속이었다. 그 고통스러운 순간과 좌절의 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아버지는 정신적 스승 역할을 하셨다. 내가 힘들어 지쳐 쓰러지려 할 때 일으켜 세웠고 자만에 빠져 훈련에 소홀할 때 채찍질을 해 주셨다. 아마도 그것은 자식이 꿈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당신의 열정을 혼신의 힘을 다해 발휘하신 것이리라.운동은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평소 아버지의 말이었다. 체육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부문을 섭렵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항상 내가 운동과 함께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하지만 당시 나는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게다가 나는 레슬링 선수인데 이러한 것들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에 답답해했었다. 어쨌든 나는 아버지 덕분에 하루 일과를 끝내고 또 다시 공부에 매진해야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가 해 주신 이야기가 있다. “신체는 두뇌가 지배하는 것이며 두뇌의 지시에 따라 신체는 움직인다”고 하셨다. 난 그 소중한 아버지의 말씀을 운동선수 생활을 은퇴하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아버지는 내 미래에 대한 행복까지 책임지기 위해 그러셨던 것 같다. 난 평생 운동만 하며 살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운동선수의 생명은 그다지 길지가 않은 것을 아버지는 알고 계셨던 것 같다. 물론 아버지의 교육관으로 나는 사회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그 당시 아버지의 가르침은 지금 나에게 가장 큰 밑천이자 바탕이 되고 있다.대통령배 레슬링 대회에서 고등학생 신분으로 최연소 우승을 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나는 부상으로 레슬링을 그만둘 위기에 놓였다. 레슬링 말고 또 다른 꿈을 키우라던 아버지는 올림픽 출전에 대한 희망을 불태우는 나를 막지 못하셨다. 그리고 이내 나의 주치의이자 개인 트레이너가 되셨고, 나는 비록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으로 레슬링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가장 행복하고, 또 가슴 아팠던 순간을 함께한 것이다.운동선수를 그만두고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세상과 커뮤니케이션하며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위해 도전을 감행했다.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서 모델로서의 도전, 그리고 이제는 비즈니스의 무대로 영역을 옮기며 나의 미래와 또 다른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이처럼 빨리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희생과 자식의 대한 사랑이, 당신 스스로의 꿈보다 더 강했기 때문이라는 걸 지금 나는 안다.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근성과 오기,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프랑스 파리에서 고난의 순간을 이기며 당당히 최고의 무대에 올라설 수 있었고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고통과 좌절의 순간을 잘 인내할 수 있었다.‘아버지,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한다는 말씀을 올립니다…더욱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픈 김민철 올림….’글/김민철레슬링 주니어 대표. 88꿈나무. 헤비급 레슬링 국가대표로 활동했으며 60kg을 감량하고 프랑스 오트 쿠튀르 무대에 세계최초 남자 모델로 참가했다. 현재 피트니스 관련 사업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나는 나를 넘어섰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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