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알면 대박…노키아·P&G 등 관심 커

기업 경영에서 미래학자들의 예측과 조언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사실 미래 예측을 하고자 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소규모 기업 중에는 아직도 중요한 사업 결정을 앞두고 ‘점쟁이’에게 자문을 구하는 곳도 있고 일부 기업은 사원 면접 때 관상을 보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미래학자들을 경영에 활용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 같은 경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미래학자들 역시 앞을 예언하는 사람들이지만 좀 더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단초를 찾는다는 점에서 점쟁이 등과는 아주 다르다. 미래학자들은 신문이나 웹사이트 뉴스레터 등등으로부터, 그리고 전문가들의 말에서 각종 정보를 취합한다.미래학자들은 손금을 보는 사람들이나 예언가들과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해 자신들이 단순한 경영 컨설턴트나 여론 조사인, 시장조사자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애널리스트들이 자신들의 고유 분야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는 반면 미래학자들은 비교적 광범위한 부분에 대해 조언한다.신제품 개발과 미래 경영 전략에 미래학을 활용하는 기업에는 노키아 P&G 필립스 지멘스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이 있다.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역시 몇 개의 미래 예측 부서를 두고 있으며 미국의 신문인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 자체 미래학자를 고용했다. 경제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미래 연구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연간 예산 200만 파운드를 들여 30명의 고정 인력을 고용, 별도의 예측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미래학자들은 사전에 치밀한 조사를 토대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몇 개의 시나리오를 작성, 기업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기법을 통해 각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 기업이 미래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미래학자의 컨설팅을 적극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 기업은 비자(VISA) 카드다.지난 1990년대 말 온라인 지불 시스템의 등장으로 위협을 느끼던 비자카드는 미래학자를 고용, 향후 시장에서 전개될 수 있는 4개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그 중 하나의 시나리오는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신생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비자와 같은 신용카드 업체를 고사시킨다는 것이었다. 비자는 실제 이 같은 시나리오가 전개되는지 점검하기 위해 온라인 결제 업체들의 고객 및 광고 증감, 펀딩 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추적했다. 몇 년 간의 추적 결과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비자카드는 온라인 부문에 대한 불필요한 투자비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석유 메이저 업체인 쉘(Shell)은 이미 1970년대부터 미래학의 도움으로 장기 플랜을 세웠다. 쉘은 경제적 비용이나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적 문제도 향후 원유 생산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라는 미래학적 분석의 도움으로 장기적인 원유 탐사 및 생산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미래학이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부문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미래학자들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우선 예측이 언제나 맞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세계미래학회에 따르면 지난 1967년 이후 이 단체가 예측한 34개 중 23개는 현실화됐으나 11개는 그렇지 않았다.여기에 미래학자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 부족도 지적된다. 미래학자들은 특정 분야 컨설턴트와는 달리 다양한 분야의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세부적인 전문성에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학자들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저명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츠는 지금도 미래 예측에 도움을 얻기 위해 매일 6시간씩 신문을 읽고 끊임없이 여행한다며 미래학자라는 직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토로한 적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학이 근시안적 시각이 아닌 장기 관점에서 기업 경영에 접근하는 데다 제3자의 입장에서 ‘기존 틀’을 과감히 벗어나는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점점 더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분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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