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과 금융 산업 발전

2008년 발효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추진 배경은 급변하는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제 시스템 구축과 현 금융 규제 시스템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은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은행과 증권사 간 업무 구분이나 진입 제한 장벽이 사라지고 있으며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금융시장의 영업 여건도 변화하고 있다. 또한 금융지주회사와 같이 금융회사의 통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규제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현 상품별·기관별 규제로는 새로운 금융 상품 개발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자본시장과 금융 산업의 발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의 주가연동예금과 증권사의 주가연동증권 등과 같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규제 적용에 따른 문제가 상존하고 있어 금융 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과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이처럼 현재의 국내 금융시장 관련 규제는 전반적으로 관련 당국에 의한 규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고, 이로 인해 금융 산업의 규제 준수 비용을 늘리게 된다. 이러한 규제 시스템의 한계는 장기적으로 국내 금융 산업의 발전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상품별·기관별 규제가 적용되는 현 금융시장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금융시장 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증대됐다.무엇보다도 자본시장통합법은 국내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모색하는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 산업의 육성 차원에서 유망한 벤처기업 등에 금융 중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대형화된 은행과 금융지주회사의 금융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국내 금융사를 인수한 외국계 금융 자본의 시장 공략이 본격화됨에 따라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자본시장 발전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이처럼 자본시장통합법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국내 금융 산업의 빅뱅을 유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는 자본시장 내 금융업(증권업 선물업 자산운용업 신탁업 등) 간 겸영 허용, 금융 투자 상품 개념에 대한 포괄주의 및 기능별 규제 시스템 도입, 투자자 보호 제도의 선진화 등을 주요 근간으로 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 간 겸영 허용으로 대형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유도하는 한편 포괄주의에 의한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는 기능별 금융업 규제 체계를 정립, 동일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 행위에 대해 동일한 규제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향후 대형 금융투자회사(투자은행)의 출범이 가시화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은행에 의한 간접금융 중심에서 자본시장의 대형 금융투자회사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혁신형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한 원활한 금융 중개 기능이 보다 촉진될 수 있을 것이며 금융사 간 인수·합병(M&A) 활성화로 국내 제2금융권의 대형화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고령화 시대 등에 대응한 다양한 금융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금융 상품 개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그러나 업종 간 과열 경쟁, 해외 유수 투자은행과의 경쟁력 격차, 대형화된 투자은행의 부실과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 투자은행 서비스의 전문성 부족 등은 금융투자회사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따라서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정책적 지원과 선진화된 금융상품 개발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등 금융 서비스의 고급화 전략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건전성 강화를 위한 금융 감독 기능의 제고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앞으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개별 금융 산업의 측면이 아닌 전체 금융 산업의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업종 간 이해 상충 문제와 형평성 등이 고려돼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금융 산업 발전과 안정성이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정책 방향이 전개돼야 할 필요가 있다.최호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hschoi@seri.org1968년생. 92년 성균관대 농경제학과 졸업. 2002년 서강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2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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