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전시산업 국제화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는 세계 무역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중개무역이 중심인 벨기에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한국의 실질적인 무역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이른다. 그러나 전시 산업의 점유율은 고작 0.8%에 불과하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 구조에 비춰보면 전시·컨벤션 산업의 발전 속도는 매우 뒤처져 있는 셈이다.전시 산업은 ‘굴뚝 없는 황금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관광 숙박 요식 물류 등 전후방 효과가 높다. 전시 산업이 이렇듯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전시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들 국가와 비교할 때 많은 부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전시·컨벤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는 규모의 확대다. 국내 전시 산업은 무역 규모 대비 전시장 면적이 모자라고 국제 규모 전시장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전시장 면적 확보는 전시장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 요건이다. 특히, 최근의 전시 산업 성장세와 맞물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전시장의 확장 및 대형화 추세는 점차 글로벌화하는 국제 전시 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들 전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대규모 국제 전시장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두 번째는 인식의 개선이다. 아직도 국내에서는 전시·컨벤션이라고 하면 일회의 이벤트성 행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대규모 국제 전시회가 개최되면 이 전시회에 참가하는 많은 기업들이 바이어를 만나 계약 상담 및 해외 수출 수주를 하는데, 여기서 파생되는 경제적 가치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지역 경제 파급 효과도 엄청나다.독일의 하노버는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전시회 중 하나인 세빗(CeBit)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 참가하는 국가만 70개국이 넘고 참가 업체는 6000여 개, 해외 관람객 15만 명을 포함해 45만 명의 관람객이 참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들이 하노버와 인근 시에 지출하는 비용은 수천억 원이 넘는다. 이는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전시장 매출의 9배 정도에 이른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전시·컨벤션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육성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세 번째로 글로벌 스탠더드의 접목이다. 최근 아시아 주요 전시장들을 통해 전시·컨벤션 산업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존의 메이저 전시회들의 규모가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새로운 전시 주최자들이 출현하고 있고 전시회 인수·합병(M&A)이 점차 늘고 있다. 온라인 이벤트와 오프라인 전시회가 통합되고 인도 베트남 등 신흥시장의 전시 수요가 증가하는 등 지역적 다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전시장 운영자의 전시회 운영, 전시회 운영자의 전시장 운영 등 전시 관련 사업 형태도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국내의 전시 산업 역시 이러한 다이내믹하고 스피드한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트렌드를 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시장의 인력 시설 서비스 시스템은 물론 주관 또는 개최되는 전시회들이 기본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개별 전시회의 브랜드화를 위한 노력과 해외 전시장 주최자들과의 협력 관계를 형성해 새로운 전시회를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전시장 인프라 구축은 물론 전시 산업을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대한민국이 전시·컨벤션 산업의 새로운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때 무역 강국의 진정한 신화는 계속될 것이다.김인식 한국국제전시장 사장1949년생. 68년 서울사대부고 졸업. 73년 서울대 독문학과 졸업. 91년 미국 남가주대 경영학 석사. 80년 KOTRA 몬로비아무역관장. 93년 취리히무역관장. 2001년 투자전략팀장. 2002년 구주지역본부장. 2004년 무역진흥본부장. 2005년 한국국제전시장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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