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바람피기 좋은 날〉

여배우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작년은 분명 한국 여배우들에게 불운의 해였다. 연초 장진영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됐던 〈청연〉이 논란에 휩싸이며 고개를 숙이더니 〈아파트〉로 컴백한 고소영도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해변의 여인〉의 고현정, 〈가족의 탄생〉의 문소리와 고두심 등은 영화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대중적 관심 밖에 있었다. 〈타짜〉의 김혜수는 신선한 변신을 시도했지만 ‘주연’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작년에는 이영애 전도연 이미연 등 소위 ‘여배우 빅3’ 혹은 ‘빅4’라 불리는 여배우들도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다. 작년 말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가 6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면서 ‘김아중의 발견’이라는 선물을 안겼다면 고소영 조안 주연의 〈언니가 간다〉도 살짝 눈에 띄었고 이미연 이태란 주연의 〈어깨 너머의 연인〉 또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개봉하는 김혜수 윤진서 주연의 〈바람피기 좋은 날〉도 주목할 만한 여성 주인공 영화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이 ‘버디 무비(남자 둘이 짝을 이루는 영화)’의 해였다면 올해는 일찌감치 여배우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바람피기 좋은 날〉에서 김혜수와 윤진서는 몰래 바람을 피우는 유부녀로 출연한다. 대화명 이슬(김혜수 분)과 작은새(윤진서 분)는 각각 채팅에서 만난 대학생(이민기 분), 여우두마리(이종혁 분)와 바람을 피운다. 대담하고 명랑한 이슬은 대학생의 학교까지 찾아가고, 이슬은 지독한 내숭으로 여우두마리를 초조하게 만든다. 그런 두 사람은 모텔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서로 얼굴을 익힌다. 하지만 이슬은 남편(박상면 분)의 의뢰로 자신을 추적하던 흥신소 직원들에게 들키고 만다. 남편도 과거 먼저 바람을 피운 경력이 있기에 어물쩍 사태는 수습되지만, 그 위기 속에서도 이슬과 작은새는 계속 바람을 피운다. 한편 작은새는 자신도 모르게 여우두마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가 자기 몰래 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1995), 〈주노명 베이커리〉(1999), 〈바람난 가족〉(2003) 등 심각한 ‘불륜’을 흥겨운 터치로 그린 한국 영화들은 종종 있어 왔다. 그들과 비교해도 〈바람피기 좋은 날〉은 몇 걸음 더 나아간다. 특히 윤진서는 여태껏 유부녀를 연기해본 적이 없는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신선하다. 그로 인해 영화는 불륜이 들통 난 이후에도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불륜으로 인한 가족의 위기라든가 정체성의 고민도 없다. 심각한 관람자와 평자들이 도덕성을 운운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 영화의 본질은 (이미 TV드라마에서는 보편화된) 남성적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명랑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과 새로운 멜로영화 화법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q주성철·필름2.0 기자 kinoeye@film2.co.kr개봉영화▶샬롯의 거미줄농장의 아기돼지 윌버에게 주인집 소녀 펨(다코타 패닝 분)은 유일하게 자신에게 애정을 베푸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윌버가 새로운 마구간으로 옮겨졌을 때 그는 두 번째 친구를 만나는데, 그녀는 다름 아닌 샬롯이라는 이름의 거미다. 어느 날 윌버가 잡혀서 가정용 식탁 위에 올라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고, 샬롯은 윌버를 구하기 위해 애쓴다. 〈스튜어트 리틀〉의 원작자 E B 화이트의 1952년산 인기 동화를 대형 스크린으로 옮긴 가족용 드라마. 감독 개리 위닉. 출연 다코타 패닝, 줄리아 로버츠(목소리).▶황혼의 사무라이영주에 대한 충의보다 어린 두 딸과 병든 노모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가난하지만 인간적인 하위 무사 세이베이(사나다 히로유키 분)의 삶과 사랑을 그린 영화. 일본 시대소설의 1인자 후지사와 슈헤이의 작품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황혼의 사무라이〉는 일본의 거장 야마다 요지 감독이 연출했으며, 일본에서 160억 원의 수입을 올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감독 야마다 요지. 출연 사나다 히로유키, 미야자와 리에.▶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충청도 어느 마을, 중국집 무림각을 중심으로 택견과 검도 두 도장이 대치하고 있는 운명적 상황. 무림각 박 사장(노주현 분)의 건물에 세든 택견 김 관장(신현준 분)과 검도 김 관장(최성국 분)은 사사건건 충돌한다. 동네 아이들을 놓고 벌이는 수련생 모집의 혈투는 물론 박 사장의 딸인 연실(오승현 분)을 차지하기 위한 숙명의 라이벌 관계에 있기 때문. 그러던 어느 날, 무림각 1층에 김 관장(권오중 분)이 쿵후 도장 간판을 내건다. 감독 박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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