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성장엔진

많은 학자들은 21세기 경제가 점차 ‘서비스 경제’, 더 나아가 ‘체험 경제’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기업 가치도 ‘유형 자산’보다는 주로 ‘무형 자산’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와 ‘체험’ 등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상품에서 이들이 어떻게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정확히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2006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지적한 것처럼 이제 우리도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디자인(Design), 브랜드(Brand), 기업 명성(Reputation)과 같은 무형 자산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필자의 실증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조직은 디자인을 경영 활동의 핵심 요소로 파악하기보다는 주변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고 브랜드와 명성 관리 또한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21세기 기업 성장의 보이지 않는 엔진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 세 가지 무형 자산의 관계를 분석해본 결과 디자인 리더십(D)이 브랜드 마케팅 역량(B)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고 이 브랜드 마케팅 역량이 곧바로 명성 관리능력(R)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특이한 점은 D가 직접적으로 R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디자인 리더십’은 ‘브랜드 마케팅 역량’을 통해서만 조직의 ‘명성’ 구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다. 결국 ‘보이지 않는 기업 성장 엔진’을 해부해 보면 D→B→R의 연결 체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디자인 리더십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기업 성장 엔진의 출발점이며 디자인에 대한 조직의 열성과 감각이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서 결국 기업의 명성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보이지 않는 기업 성장 엔진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특히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디자인의 경우에도 ‘감성 디자인’이 중요하다. 지난 5년간 마니아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컬트 브랜드의 지위에 오른 애플 아이팟(iPod)은 기존의 MP3 플레이어와는 차별화되는 단순함과 절제된 세련미를 느끼게 하는 감성적 디자인으로 성공 신화를 만들고 있다. 또한 세계 최초 7성급 호텔인 버즈 알아랍 호텔을 비롯해 야자수 모양의 팜 아일랜드(Palm Island) 등의 대형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는 두바이(Dubai)의 핵심 전략도 감성에 소구하는 프리미엄 디자인이다.감성 디자인에서도 특히 ‘S 어필’에 신경을 써야 한다. 2006년도 히트 상품들을 보면 슬림 휴대폰, 평판 TV, 스키니 패션 등 슬림(Slim), 섹시(Sexy), 서프라이징(Surprising)한 디자인의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브랜드도 이제는 ‘감성 브랜드’로 그 DNA를 발전시켜야 한다. 싱가포르도 최근 무미건조한 이성적인 도시 브랜드에서 21세기 생존 전략으로 아시아의 대표적인 감성 장소 브랜드(Place Brand)를 추구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할리 데이비슨은 오토바이를 팔지 않고 ‘자유’, ‘독립’, ‘파워’로 상징되는 감성 가치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브랜드 개성을 만들 수 있어야 장수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마지막으로 명성 관리도 ‘감성 경영’을 통해야 한다. 스타벅스는 커피라는 상품에 지적인 분위기, 유럽풍 이미지, 커피 향, 낭만 등의 감성적 코드를 입혀 높은 커피 값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게다가 종업원을 ‘파트너’라고 호칭하며 파트타이머에게도 주식을 배당하는 등의 감성 경영을 통해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만족을 이끌어 내고 있다.필자는 서비스 경제, 체험 경제 시대가 본격화되고 글로벌 경제가 일반화되는 시장 환경에서 우리 기업과 조직이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유형의 물건뿐만 아니라 독특하고 차별화된 우리만의 문화와 정체성을 ‘디자인’과 ‘브랜드’ 그리고 ‘명성관리’를 통해 전 세계의 목표 고객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21세기 성장의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 DBR를 각각 구별된 활동으로 이해하지 말고 게슈탈트적 시각을 가지고 하나의 유기체적인 연관관계를 가진 복합요소, 즉 DBR 연결 체인으로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ygs9964@sookmyung.ac.kr1964년 제주 출생. 82년 대일고 졸업. 86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96년 영국 옥스퍼드대 경영학 박사. 97년 KIET 수석연구원. 2000년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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