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사장에 두 인부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인부는 잔뜩 인상을 쓰며 작업을 하는데 비해 다른 인부는 쏟아지는 땀방울에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 지나던 사람이 물었다. “당신들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그러자 인상을 쓰고 있던 인부는 “벽돌을 나르고 있다”고 귀찮은 듯이 대답했다. 그러나 다른 인부는 이렇게 말했다. “예, 지금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는 중입니다.”영화관 사업을 하는 CJ CGV는 2006년 12월 창립 10년을 맞았다. 10여년 전만해도 극장은 지도 선생님들이 학생을 단속하려고 순회하던 필수 코스 중의 하나일 정도로 유해 환경으로 인식되던 곳이다. 당시 선생님의 단속을 피해 숨바꼭질을 해가며 영화를 보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이름도 생소한 멀티플렉스 극장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지 어언 10년, 영화관은 이제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곳에서 생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서울 강변역 주변에 처음 멀티플렉스 극장이 들어섰을 때를 돌아보면 재미있는 풍경들도 많았다. ‘호텔식 서비스’를 내세운 직원들의 응대에 몹시 당황해 하며 외려 퉁명스럽게 대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시설 때문에 관람료가 비쌀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아마도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낯선 광경이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직원들은 나름대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역이라는 자부심으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욱 친절한 미소와 서비스로 응대했고, 이런 모습은 고객들에게 역시 깊은 인상으로 남았으리라 생각한다.전우익 작가의 라는 책에는 ‘물통의 법칙’이 나온다. 높낮이가 각기 다른 나무판자로 짠 물통에 물을 부을 때 그 물의 양은 가장 낮은 나무판자의 높이에 맞춰진다는 내용이다.기업의 서비스도 이와 같다. 많은 직원이 100점의 서비스를 제공해도 30점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전체 점수는 30점이 될 수 있다. 즉 충분한 공감대와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없는 상황에서 전 직원의 서비스 평균치를 올리기 위한 노력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상향평준화되기 전까지는 성과를 보기가 어려울 뿐더러, 앞서의 예화처럼 같은 일을 하면서도 하찮은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 되느냐, 보람 있는 일의 주역이 되느냐는 각자의 마인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누가 시킨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사람 속을 들여다볼 수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하지만 다행히도 사람의 표정이나 인상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스스로의 사고와 가치관이 투영된 거울이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은 넓은 의미에서 직원 개개인의 태도나 표정이 곧 그 회사의 가치관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 회사 역시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근간으로 하는 만큼 극장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직원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됐다. 왜냐하면 서비스업의 고객만족도는 첫 응대의 순간에 바로 결정되기 때문에 직원의 표정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고객들을 대하는 직원들의 표정만으로 그곳의 실적이나 문제점을 짚어내고 또 그 정확성에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얼굴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반영하기 때문에 항상 책임질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새해를 시작하며 ‘회사는 직원들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생각해 본다. 직원 개개인의 생각과 사고는 얼굴의 인상과 표정으로 나타나 서비스로 연결되며 그것은 결국 회사의 성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박동호 CJ CGV 대표 dhpark21@cj.net1956년생. 74년 보성고 졸업. 78년 서울대 식품공학과 졸업. 80년 제일제당 그룹공채 입사. 84년 기획실 근무. 95년 멀티미디어사업부 영화관팀 근무. 2000년 CJ CGV 대표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