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망지역

신흥시장‘굿’… 유럽·일본도 ‘예스’

2006년은 ‘해외 펀드’ 중에서도 단연 ‘중국 펀드’가 돋보인 한 해였다. 지지부진했던 국내 주식시장과는 달리 해외 주식시장은 하반기부터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5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월 1일 현재 중국 주식형 펀드는 2006년 한 해 동안 무려 56.73%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주식형 42.06%, 인도 주식형 36.59%, 남미 이머징마켓주식형 33.95%, 홍콩 주식형 33.8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 주식형은 마이너스 3.86%의 손실을 기록했다.이제 해외 펀드 투자자들의 관심은 새해에는 어떤 지역이 가장 유망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 3년간 고성장세를 보였던 세계 경제가 2006년 하반기를 고비로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7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4.9%로 2006년 5.1%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7년 성장률이 3.25% 이하로 급락할 가능성 역시 15% 정도로 평가했다. 2007년 세계 경제의 4대 위험 요소로 고인플레이션에 의한 금리 인상, 유가 급등, 미국 주택시장 냉각, 글로벌 불균형의 급격한 조정 등을 꼽았다. 특히 그동안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미국의 민간 소비가 주택 경기 침체로 얼어붙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그러나 미 주택 경기가 신규 주택 건설 감소로 인한 공급 과잉 해소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신축적인 금리 정책으로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2007년에 미국과 세계 경제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신흥시장, 단기 급등락 반복 가능성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은 미국 소비 둔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7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9.4%로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인도 7.3%, 러시아 6.5%, 브라질 4.0%, 멕시코 3.5%로 전망했다. 그동안 미국의 소비 수요와 저금리로 창출된 국제 유동성이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경기 호조의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새해 미국의 소비 수요 정체와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추가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신흥 국가에 상당한 타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은 유가 하락으로 실질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이 유가 하락의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산유국인 러시아와 브라질은 구조개혁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2006년과 유사한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약하면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은 2006년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제 성장을 기록할 것이나 그 과정에서 미국 소비 둔화 우려 등으로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유망하지만 단기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흐름과 달리 유럽과 일본은 지속적인 성장세로 세계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6년 유럽은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및 의료제도 개혁, 세금 인하,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2000년 이후 최고의 성장률(2.3%)을 기록했다. 일본 역시 구조개혁에 따른 수출경쟁력 제고가 민간 설비 투자 확대, 개인 소비의 호조로 연결돼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EU와 일본 모두 2% 이상의 견실한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EU는 2006년(2.3%)과 비슷한 2.2%, 일본은 2006년 2.4%에 비해 다소 낮은 2.1%로 예상했다. EU와 일본은 수출보다는 내수가 성장의 엔진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일본 경제가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 경기가 하락하면서 실질성장률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명목성장률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경제도 고용 증가를 동반한 소비 의존형 성장으로 옮아가면서 2.3%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투자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이들 선진국에 대해서도 분산투자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각 지역별로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새해 전망을 살펴봤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하며 반드시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또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가 많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과거 각 국가의 연도별 투자수익률을 살펴보면 해마다 다른 양상을 보여 왔다. 지난해 높은 성과를 올린 나라가 그 다음해에는 낮은 성과를 올리는 등 변동폭이 적지 않았다.경제성장률 전망 과신 ‘금물’주가란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다양한 경제 사건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 투자 관리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인 찰스 엘리스는 “시장 예측을 활용한 투자 관리인의 성공 여부에 대한 증거는 인상적이다. 손실이 압도적이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향후 시장을 예측해 특정 국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나라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차 경주에 출전한다면 한 대의 자동차만 출전시키는 것보다 여러 대 자동차를 출전시키는 것이 우승할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식이다. 따라서 유망한 국가나 지역을 예측해 투자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성과를 꾸준하게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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