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신화 올해도 ‘쭈~욱’

‘중국 증시 황금의 10년이 시작됐다.’지난 연말 중국 에 국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기사가 실렸다.지난해 중국 펀드는 투자자들에게 평균 60%에 가까운 고수익을 안겨줬다.그런 ‘호시절’이 앞으로 10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최근 돋보이는 수익률에 힘입어 해외 펀드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발 빠른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새해 유망 투자지역 찾기에 나서고 있다.과연 올해는 어떤 지역이 뜰까.2006년 11월 14일 ‘베트남 적립식 펀드’를 내놓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국운용)은 물려드는 투자자들로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했다. 베트남이 ‘제2의 중국’으로 각광받으면서 출시 직후부터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운용사는 작년 3월 국내 최초로 베트남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선 보인 이후 한 해 동안 5개의 베트남 펀드를 줄줄이 내놓아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12월 20일 기준으로 5개 베트남 펀드에 총 3700억 원, 적립식 펀드에만 1160억 원이 들어와 있다. 이중 적립식을 제외한 4개 펀드는 이미 판매가 끝난 상태다.베트남 적립식 펀드의 인기는 이 운용사도 놀랄 정도로 뜨거웠다. 출시 1개월 남짓 만에 1000억 원이 넘게 팔려나간 것은 업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운용사 측에서 서둘러 투자 제한을 강화해 이 정도 규모에서 겨우 억제할 수 있었다. 한국운용은 애초 투자제한 없이 판매를 시작했으나, 자금이 몰리면서 5일 만에 분기당 1500만 원 이상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했고, 7일 만에 다시 이를 분기당 300만 원으로 낮추었다. 투자자들이 아무리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베트남 열기 ‘아무도 못말려’이 운용사의 고민은 자금은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데 비해 베트남 내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베트남은 경제 발전 단계가 우리나라의 1970년대와 비슷한 여전히 작고 가난한 나라에 머무르고 있다. 호찌민과 하노이 주식시장을 모두 합해도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훨씬 미달한다. 상장 기업도 80개 안팎이다. 그러나 한규성 한국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2005년 말 1조 원에도 못 미치던 시가총액이 1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베트남 주식시장의 주가와 상장사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본시장의 발전 초기 단계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베트남 투자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투자자들이 베트남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한 팀장은 “중국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학습 효과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저발전 단계에서 개방 정책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기로 도약한 것처럼 베트남도 같은 경로를 밟아 급성장세를 연출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은 그동안 추진해 온 개방 정책을 최근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 국내 투자자들이 베트남을 가깝게 느끼는 계기로 작용했다.베트남은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새로운 개척지다. 베트남 전용 투자 펀드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몇 되지 않는다. 그만큼 국내 운용사들이 발 빠르게 진출한 셈이다. 현재 한국운용 외에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사모)이 베트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주식시장 주가는 지수 기준으로 160% 급등했다. 한 팀장은 “베트남 자본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 투자자들로 고수익에 큰 기대를 거는 것 같다”고 말했다.해외펀드는 2006년 최고의 재테크 상품 자리에 올랐다. 우선 수익률 면에서 국내 주식은 물론 부동산마저 압도했다. 중국 펀드는 지난해 12월 1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평균 56.73% 올라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남미(33.95%), 인도(36.59%) 투자자들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겨줬다. 2005년 말 1조7834억 원이던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주식형 펀드 규모도 1년 만에 8조8086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불어났다. 투자자들이 해외 펀드로 눈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주식시장의 약세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는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았다.김휘곤 한국펀드평가 펀드평가팀장은 “2005년 국내 주식시장은 KOSPI 기준으로 50%가량 올랐고,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도 60%대에 달할 만큼 좋았다”며 “2006년 연초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한국 증시만 무너진 게 해외 펀드 열기에 불을 댕기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2005년 펀드 투자로 50%대의 고수익을 맛본 투자자들이 조정 장세가 시작되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투자처 발굴에 나섰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산운용사와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몫했다.현재 판매되고 있는 해외 펀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먼저 국내 운용사의 해외 투자펀드를 들 수 있다. 국내 운용사 해외 펀드는 2005년 들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주식형만 따지면 200여 개 펀드가 나와 있다.또 하나는 피델리티나 슈로더 같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본사의 펀드를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다. 이들 펀드는 보통 룩셈부르크나 버뮤다 같은 ‘조세 피난처’에 설립돼 흔히 ‘역외펀드’로 불린다. 국내 운용사의 해외 펀드는 출시 3년 미만의 신생 펀드가 대부분인 반면 역외펀드는 10년 이상된 펀드가 적지 않다.중국 펀드 수익률 상위권 독차지지난해 국내 운용사 해외 펀드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한 것은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의 ‘봉쥬르 차이나 펀드’다. 지난해 12월 19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수익률이 59.56%에 달했다. 추문성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이사는 “기본적으로 작년 중국 주식시장이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봉쥬르 차이나 펀드’는 전체 자산의 95%를 홍콩의 H주(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우량기업 주식)와 레드칩(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국영기업 주식) 에 투자하고 있다. 추 이사는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석유회사 은행 등 중국 우량기업 상당수가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고 말했다. 작년 초 추 이사는 과거 10년 평균 주가수익률(PER), 위안화 평가 절상, 배당수익률 등을 종합해 투자자들에게 수익률 40~45%를 제시했다. 거기다 순이익 성장률 10~20%를 더하면 55%가량의 수익률도 무난하다고 봤다. 추 이사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기록한 59.56% 수익률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상 급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추 이사는 올해 적정 수익률을 20~25%로 보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초과 수익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주식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중국 시장에 대한 리레이팅(재평가)이 이루어지면 추가 상승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봉쥬르 차이나 펀드’는 1호, 2호 합해 1조5000억 원 규모다.전문가들은 올해 최고의 재테크 상품은 해외 펀드라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한다.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과 대한투자증권 자산관리 담당 직원 2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올해 최고 수익률이 기대되는 재테크 수단으로 해외 펀드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해외 펀드도 장기적 접근과 분산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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