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시한 3개월 눈 앞…‘산 너머 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양국을 오가며 열린 다섯 차례의 본협상을 통해 핵심 쟁점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오는 15일 예정된 6차 협상에서는 이들을 묶어 패키지로 주고받는 ‘빅딜’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미 FTA 체결이 연내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여전한 데다 쌀, 개성공단 등 협상을 일거에 좌초시킬 수 있는 ‘뇌관’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최종 시한인 3월말 이전에 타협안 도출에 성공해도, 대통령 선거와 ‘반FTA’ 여론 등을 고려하면 국회 인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한국이 미국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은 상호합의에 의한 반덤핑 조사중지 등무역구제(救濟)분야다. 지난해 12월 열린 5차 협상에서 우리 측 협상단은 당초 제시했던 15가지 요구사항 가운데 6가지를 골라 ‘수용하든지 협상을 그만두자’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도 강경했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미 상무부 장관은 “반덤핑법 개정을 요구하면 FTA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맞받아쳤다. 우리측 6가지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반덤핑법 제·개정이 뒤따라야만 한다.반면 미국의 주 관심 분야는 자동차와 의약품이다. 미국은 현재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되는 자동차세를 가격이나 연비 기준으로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세제가 배기량이 상대적으로 큰 미국 자동차의 판매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미 협상단은 신약의 약가를 높이는 데도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의 ‘빅딜’이다. 김종훈 한·미FTA 한국 측 수석대표는 “무역구제 6가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면 자동차나 의약품 분야에서 양보할 수 있는 쪽으로 물꼬를 틀 것”이라고 말했다.문제는 미국의 선택이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6가지 요구사항 중 2~4가지를 수용하는 쪽으로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한·미FTA를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미FTA의 좌초는 곧 한·미 동맹의 위기를 뜻하기 때문이다. 최근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중국을 설득하는데 실패하면서, 미국은 글로벌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서 기존 동맹국들의 중요성을 한층 강하게 느끼고 있다.‘빅딜’에 대한 국내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자동차 업계는 반덤핑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낸다면 자동차 세제 변경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약 업계는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영세한 데다 신약 개발보다는 손쉬운 카피약(복제약) 판매에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쌀 개방 문제는 협상 타결의 마지막 변수다. 지난 5차 협상까지 쌀 문제는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은 ‘쌀을 건드리면 협상을 깬다’는 우리 측의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최종 단계에서 반드시 짚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 쌀 개방이라는 ‘뇌관’을 건드릴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미국도 한국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쌀 문제를 건드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