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현대경제연구원 공동선정

경제 10대 변수 대해부

2007년 새해가 밝았다. 또 다른 시간의 시작이다. 희망찬 첫발을 내디디며 한 해의 결의를 다져야 할 때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실천 의지를 불태우면 기분마저 밝아진다. 이것이 신년의 특권이기도 하다.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다. 루미나리에 불빛이 도심을 찬란하게 꾸몄어도 웬일인지 거리의 표정은 어둡게만 보인다. 대학교수들이 ‘2006년의 사자성어’로 뽑은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은 가득하나 비는 오지 않는다)가 뜻하듯,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답답함과 옥죈 느낌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정도다. 혹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도 신년이 이렇게 가라앉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그도 그럴 것이 2006년 한 해는 누구랄 것 없이 속 끓일 일들이 많았다. 상생 정치는 간데온데없이 사라지고, 대통령 리더십 위기는 사회 갈등을 불러 왔다. 자고 나면 치솟는 부동산 값에 양극화 골은 깊어지고 북한 핵실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다. 내수 부진, 환율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기업들도 몹시 허덕였다. 현상만 놓고 보면 각계각층의 불만이 폭발 직전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제는 2007년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여건이라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최근의 국내외 여건을 종합하면 내수 경기 재침체, 외환시장 불안, 경상수지 적자화,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 한반도 정세 불안, 대선 포퓰리즘 등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각 사안을 21세기적 여건 변화에 맞게 풀어야만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년을 맞아 가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선정한 ‘2007 한국 경제를 뒤흔들 빅이슈 10가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반드시 잘 풀어야만 하는 ‘숙제 10가지’와 같다. 어느 것 하나 보조를 잘못 맞추거나 삐끗거려도 부정적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 체질이 허약해진 까닭이다.우선 금리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12월 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를 연 4.5% 수준에서 동결하기 결정했지만 1~2분기 중으로 인상 여부를 다시 결정하게 된다. 부동산 값이 다시 춤춘다면 금리 인상 카드는 상반기 중에도 나올 수 있다. 인상은 기정사실이요, 시기와 폭이 관건인 셈이다. 연말엔 5%대까지 도달할 것이란 보다 구체적인 전망도 나와 있다.금리 인상 여파는 눈덩이 가계부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소득 수준 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증가세를 기록하며 560조 원에 이른 가계 빚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돼 있다. 은행권 대출의 6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이미 금리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은행은 지난 12월 들어서만 0.03%포인트 높여 12월 18일 현재 연 5.75~6.75%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당정이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에 대한 시선 역시 차갑기만 하다.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실수요층의 집 살 기회마저 박탈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금리와 가계부채를 논하면서 부동산 값을 빼놓을 수 없다. 세 가지 축은 가정 경제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2007년 부동산 값은 일련의 분양가 인하 정책들이 실험대에 오르면서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분양 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반값 아파트 공급, 대출 제한 등의 조치가 분양가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이야기다. 특히 반값 아파트는 공공택지에서 실험적으로 선보이면서 현실화 여부를 검증받을 공산이 크다. 그래서 2007년은 부동산 값이 어떤 식으로든 방향을 잡는 과도기가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올해는 기업들에도 녹록지 않은 시기다. 미국 경기를 비롯한 세계 경기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른 소비 위축 때문에 수출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에 대한 두려움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 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지만 여전히 중동지역 정치 불안 등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마음을 놓기 어렵다. 여기에 현대건설 대한통운 하이닉스 등 대형 매물들이 새 주인을 찾게 돼 재계 판도가 확 바뀌게 된다. 이 역시 막대한 경제 파급력을 불러 일으킬만한 빅 이슈로 꼽힌다.북핵, 한·미FTA는 ‘산 너머 산’이다. 두 가지 모두 현재진행형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풀릴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북핵의 경우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더 골칫거리다. 현재로선 북한이 핵보유국 신분을 포기하는 대신 제시할 요구조건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게 분명해 보인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상반기 개최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는 것은 물론 경제 활력까지도 기대해 볼 만하다.대선은 올해 가장 시끌벅적할 대형 이벤트다. 벌써부터 레임덕은 극도에 이르렀고, 세밀한 분석은 안중에 없는 선심성 공약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치러지는 대선이라 그 혼란상이 더 할 것이라는 우려다.이처럼 올해 한국 경제를 좌우할 10가지 빅 이슈는 현재로선 하나같이 우울한 색을 띠고 있다. 어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사안임은 말할 것도 없다.과연 해법은 무엇일까. 유병규 본부장은 ‘종합적 문제 해결 지향 정책’과 ‘화합’, ‘무실역행(務實力行)의 리더십’, ‘참된 추종자 정신’을 희망의 도구로 제시했다. 조금만 자세히 따져 보면, 이는 모두 ‘상생(相生)’을 바탕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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