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007 카지노 로얄〉

원조 첩보원의 인상적인 컴백

〈007 어나더 데이〉(2002)로부터 4년 뒤 제임스 본드가 다시 돌아왔다. ‘007 안보기 운동’이 펼쳐졌을 정도로 북한을 소재로 하며 비현실적 요소가 국내 관객들을 자극했던 기억 때문인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놀라운 흥행세를 보여주고 있는 〈007 카지노 로얄〉(이하 ‘〈카지노 로얄〉’)이 국내에서 과연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큰 관심사다. 무엇보다 콜린 패럴, 주드 로, 클라이브 오웬, 이완 맥그리거 등이 물망에 올랐던 새로운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국내에는 다소 인지도가 낮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맡았다. 이전 본드들보다 세련미는 덜하지만 역대 어떤 본드들보다 가장 터프한 본드로 기억될 만큼 인상적인 액션신을 펼친다. 이와 함께 새로운 본드걸로 등장한 에바 그린은 선배 본드걸들과 달리 비키니 수영복을 입지 않는다. 본드와 동등한 위치에서 사건을 해결해가고, 결국 더 큰 수수께끼를 안고 있는 모습은 〈007〉 시리즈의 변화 양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영국 첩보국 MI6의 첩보원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분)는 체코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007로 승격된다.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국제 테러조직의 자금줄로 알려진 수수께끼의 인물 르시프(매즈 미켈슨 분)의 배후를 밝혀내는 것이다. 르시프가 몬테카를로의 ‘카지노 로얄’에서 무제한 베팅이 가능한 ‘홀뎀포커’를 통해 대규모 테러 자금을 모으려는 음모를 밝혀낸 본드는 몬테카를로로 향한다. 한편, MI6의 M(주디 덴치 분)은 본드의 위장 잠입과 자금 관리를 위해 베스퍼(에바 그린 분)를 파견하는데, 신경전을 벌이며 티격태격하던 그들은 점차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본드의 방해 공작으로 도박은 물론 신형 항공기 폭파 계획에도 차질을 빚은 르시프는 테러 조직의 압박 속에 긴급 프로젝트 ‘엘립시스’를 가동하기에 이른다.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카지노 로얄〉이 뒤늦게 만들어진 원작의 첫 번째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래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본드는 이전 선배들과 전혀 다르다. 실수 연발에다 성질 급한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본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문을 당하며 짐승처럼 울부짖고 한 여자에게 진심어린 순정을 바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매력적인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가 기억하는 본드가 왜 그런 모습과 성격을 갖게 됐는지, 그 근원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한편 시리즈 사상 최고인 1억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모두가 기대하는 오락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만족감도 상당하다. 더불어 바하마 군도를 비롯해 체코 프라하와 카를로비바리, 이탈리아의 코모 호수와 베니스가 등장하는 로케이션은 이 시리즈가 지닌 강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새로운 본드와 함께 변화를 꾀한 〈007〉 시리즈의 안간힘은 충분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주성철·필름2.0 기자 kinoeye@film2.co.kr개봉영화▶박물관이 살아있다엉뚱한 사업 아이템으로 하는 일마다 실패만 하는 래리(벤 스틸러 분)는 이혼한 아내에게 번듯한 일자리를 갖게 될 때까지 아이를 만나지 말라는 충고를 듣는다. 번듯한 아빠가 되기로 결심한 래리는 모두가 마다하는 자연사 박물관 야간 경비원으로 취직한다. 첫날 밤, 래리는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믿지 못할 경험을 한다. 를 연상시키는 아동용 액션 어드벤처 영화. 감독 숀 레비. 출연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오웬 윌슨, 스티브 쿠건.▶중천자신을 대신해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퇴마무사 이곽(정우성 분)은 ‘중천’에 들어가게 된다. 중천이란 환생을 기다리며 죽은 영혼들이 49일간 머무르는 곳이다. 그는 중천에서 소화(김태희 분)를 만나지만 소화는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이곽은 소화를 지키기 위해 막강한 원귀가 돼버린 이승의 퇴마무사 동료들과 운명적 대결을 벌여야 한다. 등을 잇는 한국 무협영화의 기대작으로 아카데미상 의상상 수상에 빛나는 에미 와다가 스태프로 참여했다. 감독 조동오. 출연 정우성, 김태희, 허준호.▶올드미스 다이어리서른두 살의 최미자(예지원 분)는 성우로 일하는 방송국에서 자기보다 어린 꽃미남 지PD(지현우 분)와 얽히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자네 가족은 이참에 지PD를 집안에 들이겠다는 희망에 부푼다. 미자 만큼이나 푼수기 넘치는 할머니 트리오, 홀아버지, 노총각 외삼촌까지 모두 배꼽 잡는 미자의 연하남 후리기에 동참한다. TV 드라마 를 출연진 그대로 영화화했다. 한국에서 인기 시트콤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첫 사례로 시사회를 통해 ‘가볍고 유쾌한 전개가 돋보인다’는 호평을 받은 기대작이다.감독 김석윤. 출연 예지원, 지현우, 김영옥,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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