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내실 중시하는 ‘품질경영 전도사’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56)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다. 좀처럼 자신의 색깔을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없다. 그러다보니 6년째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그를 아는 일반인들이 많지 않다. 언론에 등장하는 횟수도 아주 적은 편이다. 신차 발표회 같은 회사의 공식 행사를 제외하고는 대외활동에 얼굴을 거의 내비치지 않고 있다.그렇지만 회사 내에서의 그의 위상은 막강하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에 이어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사장단 인사가 비교적 잦은 편이지만 그만은 항상 예외였다. 그만큼 정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뜻이다. 2000년 상용차 담당 사장에 오른 이후 총괄사장(2001년), 부회장(2003년) 등으로 승진하면서 정 회장과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정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형이라면 그는 구체적인 세부전략을 세우고 작은 일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그는 ‘품질경영의 전도사’다. 최근 몇 년간 현대자동차의 슬로건은 ‘품질경영’이다. 정 회장은 ‘품질경영’을 누누이 강조한다. 이러한 품질경영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것은 그의 몫이다. 최근에 발표된 신형 차량들도 ‘고품질’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베라크루즈 신차 발표장에서 그는 “베라크루르즈를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가 아닌 LUV(럭셔리 유틸리티 차량)로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지난해 TG그랜저가 나왔을 때도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 등과 대등한 수준의 고급 세단으로 개발했다”며 ‘최고 품질의 고급 차량’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비전에 대해 “국내외에서 600만 대를 생산해 세계 자동차 업계의 글로벌 톱5로 발돋움한다는 기존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600만 대라는 숫자보다 품질에 우선을 두고 있다”며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그래서일까. 사실 현대차의 품질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것이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배적 평가다. 2004년 쏘나타가 미국 JD파워사의 신차품질지수(IQS)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2006년 투싼이 소형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품질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세계 시장에서 도요타 혼다 등과 밀리지 않고 경쟁하는 것도 이처럼 뛰어난 품질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그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미국 핀레이공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어릴 적 꿈은 발명가였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소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일했다. 1978년 지금의 현대모비스(당시 현대정공)로 옮겼다. 현대정공에서 K1탱크 국산화를 주도해 ‘탱크박사’로도 통했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장 시절에는 자동차 부품 및 갤로퍼 개발 등 차량 사업에 주력했다. 현대자동차로 옮긴 뒤에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 고품질의 신차 개발 등으로 세계 6위권의 자동차 회사로 올라서는 데 큰 공을 세웠다.올해 들어 현대자동차의 경영 환경은 최악이었지만 이를 잘 극복한 것도 그의 공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과 불안정한 국제 유가, 원자재값 인상 등 3중고에다 ‘선장’인 정 회장마저 구속되는 등 위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노련한 그는 이중삼중으로 밀려드는 거친 파도를 슬기롭게 넘기고 ‘글로벌 톱5’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경제와 세계 자동차산업을 이끌어 가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그의 비전이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1950년 경남 진주 출생. 68년 경기고 졸업. 72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88년 미국 핀레이공대 산업관리공학 박사. 78년 현대중공업 입사. 98년 현대우주항공 사장. 2000년 현대자동차 사장. 2001년 현대자동차 총괄사장. 2003년 현대자동차 부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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