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수원재 원장

1천년 역사 자랑하는 원극학 전수자

넘쳐나는 차들과 끊임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 바쁜 발걸음들이 물결을 이루는 도심 한복판. 한국원극학연구회가 운영하는 기공수련원 ‘수원재’의 김윤규 원장을 만나기 위해 충무로를 찾았다. 여타의 사무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평범한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낮은 목소리에 넉넉한 풍채,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그가 보였다. 일순간 번잡한 도시의 일상과 소음들이 차단되며 고요한 정적이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세상의 모든 만물은 고유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氣)’입니다. 공기와 마찬가지로 형상이 없지만 기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것, 반대로 나쁘다고 느끼는 것이 모두 기의 작용이죠. 수련을 통해 몸속의 음양의 기운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에 주는 것이 바로 기공 수련입니다.”김 원장은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수련법인 원극학의 전수자다. 원극학은 중국 금나라 때 창시돼 1992년 중국 정부로부터 정식 학문으로 인정받았다. 눈으로 보이는 것을 믿고 그것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 체계적인 데이터로 만드는 서양식 접근법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기라는 것은 하나의 불가사의한 현상이나 마술쯤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기수련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학문이자 과학이다.병은 몸속 음양의 균형이 어긋나고 리듬이 깨진 상태라는 것. 기수련으로 몸과 마음을 닦으면 온몸에 활력과 기운이 넘치고 마치 기적처럼 순식간에 병이 낫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농아나 오래 병을 앓은 환자들이 꾸준히 기수련을 해 30~40%의 치료 효과를 본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원극학은 일반적인 기치료와는 성격이 다르다. 어느 날 갑자기 치료 능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고, 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이를 아픈 사람들에게 불어넣어 본래 갖고 있는 기와 에너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음양이 조화를 이뤄 건강이 회복되는 것이다. 여기서 지도자는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필요한 수련법을 가르쳐주고, 필요한 순간마다 본인의 기를 환자에게 불어넣어 준다. 전수받은 기공 체조 등의 수련법을 환자가 꾸준히 반복해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김 원장 역시 기라는 것을 믿지 않는 보통 사람에 불과했다. 그러던 그가 원극학을 접하게 된 것은 1997년. 그가 운영하던 건축회사가 외환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건실하게 운영되던 사업체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직원들이 짐을 싸는 것을 보고 절망에 빠졌다. 앞만 보고 달리던 삶이 한순간 덧없이 느껴지고 물질이란 것, 돈이라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그러던 차 우연히 기수련을 통해 불치병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게 됐고 한국원극학연구회 본원인 월악산 수련원에 입소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땀을 흘리며 남을 위해 마음으로 봉사하는 길을 찾던 그에게 이곳은 해답을 주었다.‘건강하게 사는 법 알려주고 싶어’2000년도 월악산 수련원을 나올 때까지 그는 하루 종일 기수련에만 집중했다. 원극학은 ‘명(命)’이라 불리는 육체 건강을 바탕으로 ‘성(性)’이라 불리는 정신 건강을 찾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김 원장은 기체조와 명상을 동해 명과 성을 닦아 ‘발공(發功:기수련자가 대중에게 기를 보내는 것)’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수련을 마치고 처음 포이동에 있는 수련원의 원장을 맡아 기수련을 시작했다. 그후 사업도 다시 시작했으나 물질의 허무함을 한 번 느낀 그에게 사업은 별 의미를 주지 못했다. 2004년 아는 지인에게 회사를 넘기고 기수련에만 전념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월악산으로 들어가 수련원 원장을 맡았다. 그러다 도심에서 대중이 쉽게 기수련을 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자 이곳에 수원재를 세웠다.“제가 갖고 있는 능력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산에서 혼자 수련하는 것이 제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겠죠. 그렇지만 이런 것은 제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처음 수련을 시작한 이유도 사람들에게 마음의 건강을 되찾아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봉사하는 게 제 기본 마음가짐입니다.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김 원장은 마치 성직자처럼 욕심이라고는 도무지 없어 보인다. 아침 수업이 끝나면 낮에는 수업을 하지 않는다. 대신 이 시간 그는 봉사활동을 한다. 도장으로 찾아오는 환우들에게 무료로 기공치료를 하고 노인·어린이 단체를 찾아 목욕 봉사를 한다. 매주 금요일은 성직자와 봉사자들을 위한 무료 특별반을 운영하고 또 정기적으로 장애우들을 방문해 기공치료를 해주고 있다. 이런 그의 철학은 몸의 건강을 통해 마음의 건강에 이른다는 원극학의 기본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원극학의 수련법이 다른 기수련과 다른 점은 지도자가 수련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를 불어넣어준다는 것. 몸이 아파 기가 약해진 환자에게 기를 불어넣어 스스로 몸 안에서 음양이 조화를 이뤄 건강을 되찾도록 돕고, 수련하는 사람에게 기를 전해 한 단계 능력이 업그레이될 수 있도록 자신의 기를 나누어준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은 고유의 기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김 원장. 따라서 모든 사람은 꾸준한 수련 과정을 거치면 그처럼 발공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지에 이르려면 꾸준히 3년 정도 수련에만 매진해야 한다. 일반인이 건강을 위해 수련할 경우 3개월 정도면 몸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피곤함이 사라지고 활력이 넘치게 된다. 1년 정도 수련하면 배꼽 밑 하단전이 뚫리며 몸속의 기가 원활하게 순환한다. 이렇게 기가 드나드는 몸의 ‘삼궁(三宮)’과 ‘12규(竅)’가 열리게 되면 그 다음 성수련의 단계로 넘어간다. 각종 스트레스와 유해 환경으로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급선무는 명을 닦는 것이라 말한다.“몸의 건강을 되찾아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겁니다. 마음이 있어도 몸이 따라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지하철에서 나이든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내 몸이 피곤하면 눈감고 자는 척하는 거죠. 수련을 통해 몸이 건강해지면 즐거운 마음으로 자리를 내어줄 수 있게 되겠죠. 이런 식으로 내 몸이 건강해지면 가까이에서 내 가족들에게 동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원극학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사람들이 서로서로 긍정적인 기와 에너지를 나누는 것, 타인과 더불어 늘 가슴 뛰는 삶을 사는 것이 김 원장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온화하고 맑은 미소에 맑지만 마음을 꿰뚫는 듯한 형형한 눈빛으로 인터뷰에 임하는 김 원장의 주변에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마치 아우라처럼 감돌고 있었고, 한마디 한마디를 타고 그의 기와 에너지가 전해지는 듯했다. (문의: 0502-1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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