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책 해법 찾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거리에는 장애인들이 정말 드물다는 것이다. 외국의 거리에서는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은 장애인들을 흔히 볼 수 있고, 이들을 위해 배려하는 에티켓이 잘 정착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거리에는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2005년 현재 대한민국의 장애인 가구는 총 194만 가구로 추산되고 있으며, 15세 이상의 장애인은 203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숫자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장애인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러나 거리에는 이들 장애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거리로 나서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것도 원인일 것이다.우리나라 장애인들의 경제활동 현황을 살펴보면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장애인 가구 중 13%에 해당하는 26만 가구가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가구다. 일반인 가구 6.8%가 그 대상인 것에 비해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7만 원에 불과, 일반인 가구 302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15세 이상 장애인 203만 명 가운데 38%만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나머지 62%의 비경제 활동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설 일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우리 거리에 장애인들이 사라진 본질적인 이유일 것이다.장애인들도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왕성한 경제 활동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장애인들이 취업 또는 창업 활동을 하기에 너무나 각박하다. 장애인들은 우리 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임에 틀림없다. 장애인들을 언제까지나 소극적 수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장애인들을 위한 수동적 복지가 아니라 능동적 자활을 돕기 위해 작년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을 통해 장애인의 창업을 유도하고 장애인의 기업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장애인들의 직접적인 경제력 향상을 도모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장애경제인협회를 구성해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정부는 원거리에서 이를 지원하는 형식이다. 올 들어 법안의 구체적 내용이 조금씩 실현됐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장애 경제인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아직까지 대한민국의 복지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좀더 밝게 비추기 위한 노력은 중단돼선 안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나친 온정주의 또한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가장 좋은 복지는 복지의 대상이 스스로 삶의 의지를 갖고 평등하게 인생을 꾸려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우리 장애인들에게도 그러하다. 다른 무엇보다 그 분들이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거리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공장의 기계를 돌리고, 사무를 처리하느라 바쁘게 살아가는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회가 진정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장애의 어려움도 편견도 다 날려 버리고 말이다. 우리 거리에 좀더 많은 장애인들이 활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돕는 일일 것이다.또한 복지의 두 축이 건강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한편으로 국가의 일차적 책임을 인정해 정부가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 복지와 자활의 사이에서 그 건강한 균형을 찾는 것이 바로 우리 복지 정책의 큰 길이 될 것이다.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더욱 많은 장애인들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필자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서갑원 국회의원 (열린 우리당)1962년 전남 순천 출생. 89년 국민대 법학과 졸업. 91년 국민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 대통령비서실 정무1비서관. 17대 국회의원(전남 순천)(현).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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