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릴레이 인터뷰 - ①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강한 한국, 따뜻한 한국 만들 겁니다’

대담 = 양승득 편집장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현재 가장 지지율이 높은 예비 대선후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번 의 전문가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지난 12월 6일, 취재진은 이 전 시장을 만나기 위해 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안국포럼으로 향했다. 이 전 시장의 선거 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마침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가벼운 인사말을 건네며 사무실에 도착해 제 시간에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오산이었다.사무실엔 방송사 취재진을 비롯한 방문객들로 앉을 자리도 없이 북적거렸다. 약속 시간인 4시가 가까웠지만 한동안 기다려야 했다. 4시 30분. 마침내 순서가 됐다. “자, 번 만나봅시다”라는 이 전 시장의 신호를 시작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고갔다.의 경제전문가 조사 결과 56.6%의 지지를 얻어 가장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선정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경제 대통령을 뽑는 조사니까 그런 결과가 나왔겠죠(사실 지지율 56.6%는 경제 외의 분야까지 감안한 결과였다. 경제 문제만 따로 떼어내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67.1%에 달한다). 여하튼 이번 결과는 경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심리가 많이 작용하지 않았나 짐작합니다.현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어떤 점을 꼽으시겠습니까.실정이라기보다 경제 정책의 부재가 위기를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정책도 찾기 어렵고 일관성 있게 추진한 정책도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부동산 정책 정도가 지속적으로 추진됐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경제 문제를 정치적이고 이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겁니다.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합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현 정부의 시행착오로 차기 정부가 감당해야 할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성공적인 정부가 되기 위한 관건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정권을 획득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큰 과제는 당선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당선 이후 닥쳐오는 문제들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장악해야 합니다. 하지만 역대 정권을 보면 당선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서인지 당선 이후에 힘을 잃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기 정부의 성패는 ‘장악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먼저 손을 댈 일은 무엇입니까.사회질서 안정입니다. 노사관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으로 인한 혼란을 종식시켜야 합니다. 지금은 법이 없는 무법천지 사회와 다르지 않은 양상이라고 봅니다. 어떤 계층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하겠습니까. 경제를 비롯한 정책 목표들은 사회질서 안정 이후에나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지도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지도자가 필요합니다.경부운하가 화제입니다.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운하는 국운 융성의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3만~4만 달러 시대를 열, 경제 대국을 향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 사회통합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내륙의 균형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입니다. 일부 오해가 있지만 운하 건설은 갑작스레 급조한 구상이 아닙니다. 1996년 7월 15대 국회 본회의에서 처음 발표했고 이후 10년간 검토를 거듭해 절차탁마한 정책입니다.하지만 회의론자도 적지 않습니다.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환경 파괴, 낮은 경제성, 홍수조절능력 상실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유럽의 운하를 보십시오. 충분히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경제성과 홍수조절 능력도 검증됐습니다. 추가 건설 계획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성의 경우 자꾸 현재의 경제 수준을 놓고 측정하는데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의 물류를 염두에 두고 보면 운하는 경제성이 매우 높습니다.신혼부부에게 집을 나눠주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현실화 방안이 궁금합니다.현 상황에서 신혼부부가 저축만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들이 적절한 시기와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입니다. 이는 주거는 물론 복지와 저출산 예방 측면에서도 꼭 해야 할 일입니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방법은 현행 건축법의 보완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대형이 아니라 중소형 아파트 위주이기 때문에 충분히 물량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다만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의무 보유 기간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현재의 한국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떤 의미를 가지겠습니까.한국인은 우수한 민족이라고 확신합니다. 언제든 자랑스러운 국가, 강한 국가를 만들 능력이 있는 민족입니다. 문제는 이 우수한 재능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리더십일 것입니다. 기업이든 대학이든 누가 리더이냐에 따라 운명이 좌지우지됩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최근 강연을 통해 꿈과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전달하고 계십니다.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지도자의 덕목은 무엇입니까.지도자의 덕목은 2가지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시공을 초월해 공통되는 덕목이 있겠고 당대에 필요한 덕목이 있을 겁니다. 공통되는 덕목은 덧붙일 필요가 없을 것 같고 현재 한국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말해 보죠. 우선 경제를 살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인 리더십이 절실합니다. 두 번째로는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합니다.어떤 점에서 위기라고 보십니까.경제만 위기가 아닙니다. 북핵 사태로 안보도 위협받고 있고 젊은 부모들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휩니다. 신혼부부들은 치솟는 집값 탓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할지 고민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저출산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해 평상시에나 통할 정책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하자는 구호를 내세웠습니다. 비슷한 맥락의 구호가 있습니까.‘강한 한국, 따뜻한 한국’입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크게 위축된 상태입니다. 중국 일본 미국 등은 다 잘되고 있는데 우리만 뒤처지고 있으니 의기소침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경쟁력 있는 한국, 강한 한국을 건설해 국민들이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또 경쟁력이 약하거나 선천적으로 없는 국민, 경쟁에서 탈락한 국민들은 따뜻하게 감싸 안을 겁니다. 제도적으로 배려하겠습니다.약력: 1941년생. 60년 동지상고 졸업. 6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2004년 서강대 명예경영학박사. 77년 현대건설 사장. 78년 인천제철 사장. 82년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85년 한라건설 사장. 88년 현대건설 회장. 92~98년 14·15대 국회의원. 2000년 아·태 환경 NGO 한국본부 총재. 2002년 32대 서울특별시장. 상훈: 84년 국민훈장 석류장. 85년 금탑산업훈장.정리=변형주 기자/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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