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제올인’ 약발…유라시아 허브 ‘변신’

유럽의 생산기지 각광 … 7500만명 인구대국 ‘내수도 문제없어’터키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잠재력 때문이다. 이제까지 터키는 그저 그런 나라였다. 오랜 정치 불안 속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아 왔다. ‘10년 주기설’이 나돌 정도로 쿠데타가 자주 발생했다. 경제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2002년까지 해마다 60~100%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제자리에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였다. 게다가 유럽 국가들의 은근한 견제와 괄시로 평가절하돼 온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지금의 터키는 예전의 터키가 아니다. 2002년 11월 단일 정권 출범 후 정치가 안정된 상태다. 정치가 자리를 잡자 정부의 강력한 ‘경제 올인’ 정책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경제성장률만 봐도 2002년 7.9%, 2003년 5.8%, 2004년 8.9%, 2005년 7.4%로 4년 연속 고도 성장을 누리고 있다.터키가 ‘포스트 브릭스’로 주목받는 이유로 4가지를 들 수 있다.첫째,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상업의 요충지다. 특히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아랍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중동 시장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이 활발하다. 이는 중앙아시아에 있는 터키계 공화국과의 인종 및 역사적 유대관계에 기인한 것이다.둘째, 유럽 시장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과 인접한 데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으로 인해 유럽 기업들의 투자가 적지 않았다. 생산품의 50% 이상이 유럽 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이 시작됨에 따라 터키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유럽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셋째, 내수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 터키의 인구는 7470만 명으로 유럽 내 인구 대국이다. EU 25개국 중 독일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체 인구의 63%가 35세 미만으로 젊은층이 많은 것도 구매력이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점치는 이유다. 터키의 1인당 GDP는 2005년 기준 5016달러에 불과하나, 월드뱅크의 구매력 기준 평가에 따르면 이미 80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넷째, 경제 안정의 지속성이다. 지금까지 터키가 투자처로 각광받지 못한 것은 고질적인 인플레이션과 주기적인 경제 위기 발생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경제가 안정 기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올 상반기 터키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25% 이상 급등하면서 외환위기설이 불거졌다. 당시 한국 기업들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만 터키 정부 및 중앙은행의 적극 개입으로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터키가 브릭스 국가를 능가하는 투자 대상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군부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정치 안정을 깨뜨릴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으며 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가 아직까지도 소극적인 편이다. 터키에 대대적 투자를 고려하던 현대자동차가 체코로 급작스레 방향을 선회한 것도 터키 정부의 소극적 대응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이런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잠재력만 따진다면 터키는 브릭스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들 가운데 선두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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