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건 갖춰야 하나

‘내수시장+자원+허브’ 3박자 주목

최근 ‘Next-11’, ‘E7’, ‘BRICKS’, ‘TVT’ 등 신흥시장과 관련된 새로운 용어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가 만들어진 배후에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 유수 경제 전망기관들이 있으며, 또한 새롭게 급부상하는 신흥 소비시장의 잠재성이 있다.골드만삭스는 주로 두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신흥 소비시장을 규정하고 있다. 첫째, 경제 성장 잠재력이나 시장성이다. 여기에는 인구, 경제성장률, 그리고 부존자원이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져 소비시장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신흥시장으로 규정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브릭스’(BRICs)다. 브릭스는 많은 인구, 풍부한 자원 및 높은 경제성장률을 근거로 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아래 신흥소비국가로 인정받았다.둘째, 성장 환경 조건이다. 즉 잠재성이라는 개념과 더불어 향후 브릭스에 대별될 정도로 세계 경제에 중요한 나라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에 대해 골드만삭스가 성장 환경 조건을 제시하면서 부각된 나라가 ‘Next-11’이다. 성장 환경 조건에는 다양한 조건들이 있지만 ‘Next-11’ 선정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이 거시경제 안정성, 거시경제 조건, 기술력, 노동력, 정치적 조건 등이다. 하지만 이 국가들이 ‘포스트 브릭스’ 시장으로 인정된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인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매우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즉 비록 인구 면에서 ‘Next-11’ 국가들이 규모가 작아 아무리 빠르게 성장해도 세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수는 없으나, 빠른 경제 성장이 1인당 국민소득을 높여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기에는 충분한 국가라는 조건에 충족된 것이다. ‘E7’ 역시 빠른 경제 성장과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를 가진 국가들로, ‘포스트 브릭스’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이다. 특히 ‘E7’ 국가들은 빠르게 고령화되는 유럽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선진국들과는 달리 풍부한 젊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소비시장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한편 ‘BRICKS’는 브릭스 국가와 카자흐스탄 및 남아공을 지칭하는데 카자흐스탄은 석유자원이 많고, 또한 고유가에 따른 석유수출 확대로 부유층이 급증하는 신흥 자원 부국이고 남아공 역시 천연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원 개발에 의한 급속한 경제 성장이 가능한 국가다.‘TVT’는 중국 인도 유럽연합(EU) 등 거대한 소비시장에 입지적으로 근접해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된다면 빠른 경제 성장이 가능한 국가들이다. 터키의 경우 중동, 중앙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고자 하는 EU 국가들이 적극적인 투자로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브릭스보다 인구 적어도 성장 속도가 문제베트남의 경우 외국 기업들이 중국의 포화된 생산기지를 상대적으로 임금이 싸고 풍부한 인력을 가진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역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태국은 중국에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와의 접근성도 뛰어나는 등 지리적 우위성을 가지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결과적으로 ‘포스트 브릭스’ 국가라고 지칭되는 시장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고성장에 의해 소비시장으로의 형성 가능성, 즉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셋째, 지역적으로 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교역이 활성화되거나 제조업이 빠르게 성장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통 요소를 다시 분류해 보면, 소비시장의 잠재성이 크다는 것은 ‘내수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하고, 인적 및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지역적 허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생산요소’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즉 기업 진출 전략 면에서 보면 소비 잠재성이 높은 시장은 ‘내수시장 추구형’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생산 요소가 풍부한 시장은 ‘요소 추구형’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인구가 많고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면서 거대 소비시장이 될 수 있는 국가들은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라고 할 수 있다. 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브릭스 국가와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 이집트 이란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역 내에서 허브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필리핀이다.좀 더 세분해 보면, 세계에서 주요 신흥 소비시장으로 등장할 수 있는 국가는 우선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시장, 자원, 그리고 제조업의 급성장과 더불어 무역 확대로 세계적인 경제 규모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소비시장의 잠재성이 크면서 자원이 풍부한 인도 브라질 러시아 나이지리아라고 할 수 있고, 높은 소비시장 잠재성과 무역 등의 교역 활성화에 따른 허브화가 쉬운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 이집트 이란이며, 인접성이 높아 교역 허브로서의 역할이 가능한 나라는 터키 필리핀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자원이나 제조업도 없지만 거대 인구를 기반으로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가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터키다.이러한 유형별로 신흥국가를 구별하게 된다면 자연히 주요 국가별 진출 방안도 제시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자원, 교역, 소비시장이라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진출하기에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중국은 현재는 ‘요소 추구형’ 시장의 성격이 강하지만 이미 ‘내수시장 추구형’ 국가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요소와 내수시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시장이다.나라별 특성 파악 후 접근해야시장성과 교역 활성화에 따른 허브 가능성이 높은 시장은 제조업 성장이 가능해야 한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국가들은 구매력이 형성돼야 시장으로서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제조업이 성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간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가령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은 인접국가와의 교역 활성화로 제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2010년 후반이 돼야 소비시장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은 ‘요소 추구형’ 시장으로서 매우 적합하다.시장성과 자원을 가진 국가들은 자원 개발에 의해 빠른 성장이 가능하고, 또한 많은 인구로 인해 소비 잠재성이 높은 국가들이다. 이러한 국가들은 ‘요소 추구형’ 시장과 ‘내수시장 추구형’ 시장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혼합형 시장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가들은 만약 자원 개발이 중단되거나 어떤 장점 분야의 성장이 단절된다면 그만큼 구매력이 감소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장은 소비시장, 즉 ‘내수시장’의 잠재성만을 가진 국가들로서 향후 몇 년 또는 몇 십 년이 경과돼야 소비시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에 대해서 틈새시장이 존재하고, 또한 요소 활용 가능성도 함께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요소 추구형’ 시장으로 활용하기에 매우 유리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나라는 풍부한 자원으로 필요한 생산 요소를 쉽게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원 개발에 의해 단기간 내에 경제가 급성장해 소비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자원 개발이 중요하지 않게 되거나, 상대적으로 자원 가치가 하락할 경우 소비는 급격히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종합적으로 요소와 시장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포스트 브릭스’ 시장은 하나를 잡으면 하나가 부족하거나, 하나를 놓치면 둘 다 놓칠 수 있는 국가들이다. 즉 ‘포스트 브릭스’가 될 신흥시장의 조건은 ‘요소시장’과 ‘내수시장’이라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최근까지 대부분 중국 시장과 같은 시장에서 ‘요소 추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소 추구 가능한 국가가 바로 내수시장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모든 국가를 하나의 조건으로 바라보는 시각보다는 다양한 면을 비교분석해 필요한 분야에 적극 진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신흥시장들의 특징상 경쟁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보다 오히려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므로 상호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