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한국국제전시장(KINTEX) 사장

‘글로벌 전시산업 주역 될 겁니다’

무엇보다 먼저 든 느낌은 ‘넓다’는 것이었다. 한눈엔 도무지 담을 수 없는 규모였다. 축구장 6개와 버금가는 덩치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개장한 고양시의 한국국제전시장(KINTEX) 이야기다. 코엑스의 1.6배, 부산 벡스코의 2배라는 게 전시장측의 설명이다.몸집만 큰 게 아니다. KINTEX는 국내의 주요 대형 전시를 휩쓸 정도로 전시업계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모터쇼, 한국전자전, 한국기계전, 경향하우징페어, 한국공작기계전 등 국내 빅5 전시회가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 국가대표 전시장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셈이다.보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워밍업’도 없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점이다. 개장 이후 KINTEX의 가동률은 49.74%. 보통 가동률 50%를 달성하는 데 5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속도라고 할 수 있다. 김인식 한국국제전시장 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고속성장의 비결을 밝힌 후 “KINTEX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으며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개장 1년 반 만에 가동률이 50%에 육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무엇보다 전시장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컸습니다. 한국은 무역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세계 교역량의 2.8%를 차지하는 반면, 전시산업 비중은 0.8%에 불과합니다. 교역량과 전시산업의 비중은 대체로 비슷하게 가는데 한국은 4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전시장에 대한 수요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개장 전부터 전시회 유치에 박차를 가한 것도 조기 안착의 비결입니다. 사실 전시회 주최자들로선 아직 준공도 되지 않은데다 운영 경험도 없는 전시장에서 행사를 하는 건 모험입니다. 자칫 전시회가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분을 투자한 고양시와 경기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적극 나서 사전유치에 성공했습니다.시행착오가 없지 않았을 텐데요.그렇습니다. 첫 번째 전시회인 서울모터쇼의 경우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화장실, 주차장, 식음시설이 미비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주차장의 경우 하루 10만명 수용을 기준으로 마련됐는데 주말에 15만명이 몰려 혼란이 컸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관련 편의시설을 늘려 문제가 많이 해결된 상태입니다. 초기의 시행착오는 오히려 약이 됐다고 생각합니다.서울모터쇼를 비롯해 국내의 굵직굵직한 전시회를 잇달아 개최했습니다.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궁금합니다.전시회 자체가 업그레이드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규모가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불어났습니다.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던 것이 꼬박 이틀을 돌아야 하는 대형 전시회로 발전한 거죠. 예를 들어 공작기계 전시회는 세계 6위에서 일약 4위 규모의 전시회로 도약했습니다.관람객도 종전에 비해 50~100% 가량 증가했습니다. 전시효과가 향상된 것은 물론입니다. KINTEX의 기본운영 방침인 대형화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시회를 행사에서 산업으로 발전시켰다고 자부합니다.전시회 규모를 단기간에 몇 배나 키운 비결이 무엇입니까.성격이 유사한 전시회를 하나로 뭉쳤습니다. 예를 들면 ‘기계대전’은 금속, 공구, 기계 전시회를 합친 것이고 한국전자전은 전자에 전기기계 전시회를 더한 것입니다. 전시산업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보자는 의도였죠. 실제로 참가기업과 바이어의 숫자가 예년에 비해 획기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참가기업들로선 비용 절감 효과도 있었습니다. 과거 비슷비슷한 전시회에 여러 번 참가하던 것을 한 번으로 해결한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수익 측면은 어떻습니까.올해 손익분기점을 돌파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흑자경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초 목표는 2008년이었는데 2년 앞당긴 거죠. 2009년엔 전시장의 적정 가동률인 63%를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수익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시장은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많은 공공시설이 적자구조여서 국민과 정부의 ‘짐’으로 전락하고 있는데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제2전시관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KINTEX는 처음부터 국제적인 전시장을 목표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무엇보다 규모가 작아요. 국내 최대라고 하지만 국제적인 수준엔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전시면적이 10만㎡은 돼야 국제적인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KINTEX는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로는 세계적인 전시회를 유치할 수 없습니다. 5만㎡ 규모의 제2전시관이 완공되면 KINTEX는 명실공히 국제적인 전시장으로 발돋움할 겁니다. 2008년 공사에 착수해 2010년 완공 예정입니다. 제3전시장도 추진할 계획입니다.덩치가 크다고 국제적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물론입니다. 전시장의 운영능력이나 서비스 수준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올라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KINTEX는 2007년 경영방침을 ‘글로벌 리더의 일원이 되자’로 정하고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칠 계획입니다. 해외의 전시장과 협력관계를 강화해 새로운 전시회를 개발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선 내년에 독일 뮌헨 전시장과 함께 베트남에서 사회기반시설 관련 전시회인 ‘인프라스트럭처 베트남 2007’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개발이 한창인 베트남은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절실해 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좋은 반응이 기대됩니다. 향후 인도, 중국, 중동 등 진출 지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전시장 자체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교통, 관광, 숙박 등 주변 인프라의 뒷받침이 국제화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동감합니다. 특히 관광인프라는 전시장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과거엔 전시 컨벤션의 메카는 시카고와 뉴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대형 전시 컨벤션이 라스베이거스와 올랜도로 대거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놀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마카오에 KINTEX보다 3배나 큰 전시장이 건설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KINTEX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전시회에 와서 비즈니스만 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현재 KINTEX 인근에 30만평 규모의 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적이며 독특하고 재미있는 관광자원의 개발이 절실합니다.최근 국제전시연합(UFI) 아시아 지역 보드멤버(Board Member)로 선출되셨습니다. 어떤 의미를 둘 수 있겠습니까.KINTEX의 국제화라는 맥락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UFI는 350여개의 전시 관련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세계적인 전시연합체입니다.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 협회의 운영을 관장하는 실세가 바로 보드멤버입니다. 재정과 운영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죠. 의장 선출권, 신규 회원 적격여부 검토권, 국제순회전시회의 개최지 선정권도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로서 국내와 해외의 전시업계의 연결고리 역할과 국내 전시회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KINTEX의 발전방향은 무엇입니까.세계의 유명 전시장은 해당 전시장을 상징하는 유명 전시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보석 시계 전시회’, 하노버의 ‘세빗’, 시카고 ‘공작기계전’ 등이 그렇습니다. KINTEX도 그런 유명 전시회를 보유해 동북아 지역을 대표하는 전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약력: 1949년생. 68년 서울사대부고 졸업. 73년 서울대 독문학과 졸업. 91년 미국 남가주대 경영학 석사. 80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몬로비아무역관장. 88년 전북무역관장. 93년 취리히무역관장. 97년 베를린무역관장. 2000년 기업투자유치팀장. 2001년 투자전략팀장. 2002년 구주지역본부장. 2004년 무역진흥본부장. 2005년 한국국제전시장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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