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케터협회 정기세미나

마케팅은 죽은 회사도 살리는 ‘명약’

성공하는 마케팅은 어떤 것인가.사단법인 한국마케터협회(MASOK·회장 김부종 네슬레퓨리나 상무)는 후원으로 지난 11월28일 서울 강남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살아 있는 마케팅 2006’이라는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마케터협회는 권오휴 AC닐슨코리아 사장, 노익상 한국리서치 사장, 강홍규 LG카드 부사장, 나진희 바슈롬코리아 마케팅 상무, 백상철 동원F&B 마케팅 상무 등 20여명의 마케팅전문가들이 소속된 단체로 ‘교과서에 의한 마케팅’ 공부가 아니라 ‘현장의 살아 있는 마케팅’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200여명의 마케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강홍규 LG카드 부사장이 ‘기업회생(턴어라운드)경영’, 최규복 유한킴벌리 전무가 ‘레드오션에서 빛을 발하는 브랜드 리더십’, 노익상 한국리서치 사장이 ‘흔히 하는 마케팅 조사의 오류와 핵심’이라는 주제 등으로 발표했다. 이들 내용을 간추린다.기업회생 경영: 강홍규 LG카드 부사장수익성 위주의 마케팅으로 회생성공2003년 말 LG카드는 극심한 경영난에 처해 있었다. 만일 LG카드가 도산했다면 사회적 비용은 무려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 LG카드가 어떻게 회생했는가.한때 LG카드의 한해 당기순손실은 5조6,000억원에 달했고 잠재부실이 6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매월 1조원의 신규연체가 발생했다.이렇게 어려움을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전략의 실패 때문이었다. 외형지상주의로 무분별하게 회원을 모집했다.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카드를 발급해줬다. 현금서비스 비중이 무려 75%(정상화된 지금은 25%)에 달했다. 심지어 LG카드는 ‘돌려막는 마지막 카드’라는 좋지 않은 별명까지 갖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또 과도한 차입경영을 해왔고 핵심역량도 부족했다. 특히 신용관리역량(시스템·인력·지식 등)이 미약했다. 리스크 발생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도 모자랐다. 게다가 채권회수정책도 실패했다. 그로부터 1년 만에 정상화에 성공했다. 2004년 말부터 흑자로 전환했고 2005년에는 1조3,6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금년에도 매달 1,000억원 가량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어떻게 이런 반전을 가져올 수 있었을까. 출자전환이 회생의 모멘텀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다각적인 경영혁신과 마케팅 전략이 구상돼 실행됐다. 우선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렇다고 인적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은 아니다. 대신 생산성을 몇 배 높이기로 하고 이와 직결된 영업 채권회수조직을 강화하는 등 핵심부문을 보강했다.신규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다만 리스크를 관리하며 수익성 위주의 영업을 했다. 신용관리부문을 영업부문에 뒀다. 원래 이들 조직은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대칭점에 두는 게 일반적인데 견제 관계에서 공생 및 협업관계로 승화시켰다. 사업구조 재편과 프로세스 혁신. 일하는 방식과 자세의 개선도 추진했다. 종업원들의 최대 고충 해결방안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갔고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마케팅도 재정립했다. 카드산업의 마케팅 특성은 회원제에 의한 반복거래다. 고객 이용 행태 속성을 데이터화해 일대일 마케팅을 전개했다. 신용관리 목표도 조정해 신용관리시스템을 향상시켰다. 고객 계층별로 특화된 금융상품과 신용카드상품을 개발했다.이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도 향상시켰다. 단순히 친절한 상담만 하는 게 아니라 고객중심상담, 고객에게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상담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만족도가 높아졌다. 평균 통화 대기시간도 32초에서 6초대로 단축시켰다.LG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를 기회로 활용했다. LG그룹 계열사로 있었기 때문에 제휴가 어려웠던 우량사와 제휴에 적극 나섰다. 삼성테스코, CJ CGV, 아이파크몰, 63시티 등이 그 예다. 또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그동안 개인고객 중심에서 기관, 법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적극 나서 22개 기관과 연구비 카드 제휴를 맺었다.시사점을 살펴보자. 우량기업도 단번에 퇴출될 수 있다. 기업 경영에서 자만은 금물이다. 턴어라운드는 쉽게 일어나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성공조건은 위기관리 리더십과 조직원들의 성공에 대한 믿음과 현실 인정, 그리고 고객의 신뢰회복으로 요약할 수 있다.결론적으로 인간의 잠재력이란 그가 실행하기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또 성공적인 마케팅이란 한마디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브랜드 리더십: 최규복 유한킴벌리 전무3수 만에 팬티기저귀 시장에서 성공배변연습용 팬티는 초기에 두 번이나 실패했지만 세 번만에 성공한 케이스다. 처음에 하기스 풀업스라는 브랜드로 출시했다. 전사적으로 밀어붙였으나 시장점유율이 2%에 불과했다. 무려 100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철수했다.그뒤 하기스토들러라는 브랜드로 재도전했으나 다시 실패했다. 이때도 1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두 차례에 걸친 실패경험 끝에 3차 도전에 나서 ‘하기스매직팬티’로 출시했다. 팬티시장 창출을 통한 고급화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무려 7,525명의 아기를 대상으로 55회의 시장조사를 실시했다.꾸준한 재도전 준비.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준비했다. 제품개발 노력도 병행했다. 일본 제품과도 면밀히 비교했다. 제품의 특장점은 입기 쉽고 벗기 쉽고 활동에 편하다는 점이다. 걷기 시작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삼아 ‘아기가 걷고 싶어 하면 입히세요’라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전개했다. 증언식 광고, 점포 내 광고, 특별 진열대 설치, 사전구매 캠페인 퀴즈 등 전방위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말 3차로 출시한 뒤 1년이 지났다. 결과는 아주 좋은 편이다.팬티기저귀 시장 창출에 성공한 것이다. 저출산과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올해 유아용품 시장에서 10%대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이 제품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마케팅 조사의 핵심: 노익상 한국리서치 사장목표달성 방법 제시가 중요마케터는 수요예측으로 업무를 끝내선 안된다. 수요를 조사한 뒤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안해야 한다.그래서 수요예측 보고서는 ‘하우 투 겟’(How to get?), 다시 말해 어떻게 성과를 올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작성돼야 한다.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써야겠지만 마케팅 4P(제품·가격·유통·판매촉진) 하나하나를 토대로 방법을 찾아서 제시해야 한다.옛날에 우리나라 큰 식품회사에서 이사회를 하면 이사들이 회장한테 깨지곤 했다. 회장이 내놓은 아이디어상품은 광고비, 유통비, 판촉비를 많이 써서 잘 팔리고 이사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그거 팔릴 것도 아닌데 무슨 광고비를 쓰냐며 광고비를 안 줘서 안 팔렸던 것이다. 이게 기업이다. 중요한 것은 예측 그 자체가 아니라 전략과 행동이다. 사람이 어떻게 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마케팅조사, 여론조사의 보고는 행위부터 관찰하고 행위의 이유를 마케팅 4P의 관점에서 캐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리서치회사에 보고서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은 보고서는 다시 써달라고 요구하라. 더욱이 설문지와 보고서 순서가 같다면 그건 보고서가 아니다.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보고서를 쓰려면 행동부터 쓰고 이유를 파악하고 전략을 제시하는 식으로 얘기를 엮어나가야 한다. 나열이 아닌 이야기가 실제 삶이기 때문이다. 정리=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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