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죄

초강경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쏟아내면 낼수록 주택시장은 오히려 수급불균형이 더 심화되는 기이한 현상이 참여 정부 이후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목동, 강남 등과 같은 소위 ‘잘나가는 아파트’가, 그리고 10월에는 서대문구, 은평구 등 지역의 소위 ‘버림받아온 아파트’의 매물까지 씨가 말라버리는 극단적인 수급불균형 사태가 벌어지면서 아파트 거래가격도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 이렇게 참여정부의 정책적 목표와는 다른, 그것도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났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참여정부의 주택시장에 대한 인식과 코드에 기반을 둔 부동산 정책에 있다고 할 수 있다.참여정부는 투기적인 수요만 잡으면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인식하에서 수요억제 정책을 펴왔다. 그렇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은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수급이 불안정한 시장이다. 엄밀한 의미의 주택보급률인 1인 가구를 포함하고 다세대주택을 제외한 서울지역의 주택보급률은 60% 이하이고 수도권도 70%에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다. 결국 수도권에는 항시 대기수요자들이 줄을 서고 있으며 주택시장이 불안하면 이들은 언제든지 유효수요로 돌변할 수 있는 시장인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2004년까지는 정부의 인식대로 투기적 수요가 많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잠재적인 수요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주택 구입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하고 최근에는 정부 정책에 절망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서둘러서 주택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등에 업고 참여정부는 이전의 정부가 실현하지 못한 실거래가 제도, 보유세 중과 등을 관철시켰다. 또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 강력한 재건축 규제, 개발이익환수, 종합부동산세, 택지개발지구 내 중대형 평형의 축소, 실거래가 제도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모두 정부가 원한 결과를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가령 실거래가 제도를 통해서 불로소득을 근원적으로 파악하고 이들을 철저히 회수할 수 있는 틀은 구축했지만 소위 ‘잘나가는 아파트’의 공급을 철저히 막았으며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수급불균형을 낳게 됐다.둘째, 참여정부는 서민 주거 복지를 개선시킬 목적으로 어느 정부도 추진하지 못한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수도권 그린벨트의 일부를 풀어서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했고 이 지구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했다. 또한 판교, 김포, 파주 등 공공택지개발사업 등에서도 대규모 임대주택이 이미 공급됐거나 공급될 예정이다. 그 결과 서민 주거 안정에는 어느 정도 기여를 했지만, 공공에서 공급하는 중소형 분양아파트 물량은 격감하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이런 임대주택의 토지는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됐으며 이런 염가 분양의 부담은 분양아파트에 전가돼 아파트 분양원가의 상승을 유발했다. 대기 실수요자들이 공공아파트의 분양을 기다리기보다 수도권 일원의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지난 10월의 극심한 수급불균형 현상이 야기된 것이다.셋째, 참여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못한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기업도시, 혁신도시, 지역특구, 개발촉진지구, 경제자유구역, 뉴타운 개발 등 수백조원의 재원이 소요될 대규모 사업들이 전국을 뒤덮게 됐다. 이런 개발재료에 힘입어 지방의 토지가격이 급등했고 매각되거나 보상받은 대규모 자금이 수도권 주택 및 토지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아파트 분양원가 상승요인이 됐다.끝으로 참여정부는 인위적인 경제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일관된 정책을 수행해 왔다. 주택 및 토지 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도 금리를 통한 인위적인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펴지 않았다. 그 결과 섣부르게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주게 됐으며 최후까지 주택구입을 늦췄던 사람들조차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나서게 됐다.참여정부의 일련의 코드정책이 스스로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가뜩이나 수급불균형 상태인 수도권 주택시장을 더욱 극단적 수급불균형 상태로 내몰았고 패닉 현상까지 불러왔다. 불행하게도 부동산시장의 패닉 현상은 바로 참여정부의 코드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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