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장세 전망

연중 최고치 경신 ‘보인다, 보여’

슬금슬금 꾸준히 오르던 증시가 1,420대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증시나 홍콩, 인도 증시 등이 벌써 역사적 신고가를 마구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국내증시도 2006년 안에 역사적 신고가를 다시금 경신하려고 매진 중이다.남은 12월 장세 동안 현재 전세계 53개국 연간 주가수익률 등위에서 47등(+3.1%)이라는 성적표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의 급등(53.9%)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는 바도 크지만, 다시금 연중최고치는 경신한 채 2006년을 마감할 가능성은 높다고 여겨진다.국내로 시선을 돌려보면 앞서 투정도 배부른 편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최근 사회적 논란은 부동산 버블에 집중되고 있고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 성난 민심이 표출되는 각종 집회, 그리고 얼어붙고 있는 민생경제와 소비흐름에 대한 걱정들로 가득 차 있는데 주식시장은 이에 비해서는 천하태평(?)인 듯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근원적 배경은 ‘사람의 경기’는 너무 힘든데 ‘자본의 경기’는 심리를 크게 타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그럼 어떤 긍정적 흐름인가. 예상외로 미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빠르게 사그라지고 있다. 미국발 세계경제 침체 시나리오가 힘을 잃고 특히 미국증시가 견조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점차 2007년 경기에 대해 낙관하는 시각들이 전세계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락세가 심화되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 경기선행지수가 상승반전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걱정에 잠 못 들던 상황에서 국제유가도 60달러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빠르게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여전히 내년 중국 경제성장 전망은 9.3%(주요 전망기관들의 컨센서스 평균 수치)로 오히려 낙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국내 소비 관련 지표들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투자지표들이 국내에서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특히 기업들의 하반기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의 실적 모멘텀은 20%대의 전년 대비 상승이 점쳐지고도 있다.더불어 한국증시에서는 아직 체감하기 힘들지만, 국제적 유동성이 채권과 상품시장에서 주식으로, 특히 지역적으로는 아시아권의 내수성장을 내다보면서 빠르게 아시아로 유입되는 흐름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하지만 이런 상황만 갖고 현재의 장세흐름을 설명하는 데는 뭔가 부족하다. 당장의 수급을 크게 좌우하는 외국인 매도가 아직 여전하고 투신권도 적립식펀드 등의 자금유입이 10월 중순 이후 급격히 위축되면서 적극적 매수주체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4조원이 넘어선 프로그램 매수의 누적 잔고도 12월 장세 초반에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그럼에도 수급 측면에서 시장은 견조하고 이런 제반 요건에 대한 낙관의 근거는 나름대로 있다. 연기금과 보험 등 장기투자가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기 때문이다. 12월 장세 대응은 그런 측면에서 장기투자가를 쫓아 하기를 권한다.2003년 말에 나왔었던 OECD 통계상 한국 장기투자가들의 주식비중은 꼴찌였다. 전체 금융자산의 4% 정도만 투자해 일본(13%) 등 한국과 비슷한 주식투자 비중이 낮은 국가들과 비교해도 3배 이상 현격한 차이가 날 정도였다. 물론 영국(61%), 미국(37%) 등과의 비교 자체는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 장기투자가들이 최근 변하고 있다.왜 그럴까. 과거와 다른 장기투자 환경 때문이다. 주식투자가 89년 이후 2004년까지 500~1,000 밴드에 머물면서 사실상 초과수익을 보여주지 못한 아픈 기억, 1980~2000년까지 실질금리(물가 감안)가 5~10%대의 안정적인 고금리를 유지시켰던 점, 일본과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부동산투자 불패신화로 무장돼 있다는 점, 그리고 연기금이나 보험성 자산의 급격한 증가를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별로 경험하지 못했던 점 등으로 주식은 투자 대상으로 취급당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앞서 이유들이 반대현상에 강하게 직면하고 있다. 주가는 추세적 상승조짐을 보이고 금리는 너무 낮다. 부동산투자는 장기적으로는 너무 리스크가 높아졌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국민연금(8조4,000억원→156조2,000억원)을 위시한 각종 연기금들의 자산이 급증 중이고 가계의 보험자산도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가계 금융자산 비중에서 2배(114조원→226조원)가 늘어났다.다소 개별적인 대응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현재까지 확정적인 연기금들의 내년 신규 순매수세가 한달에 1조원 규모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국민연금만 2007년 한 해 동안 신규로 국내주식 매수를 6조원 가까이 집행할 예정이다. 2006년 전체 외국인들의 매도금액이 11조7,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 절반에 해당되는 규모를 국내 한 기관투자가가 사서 모을 태세다. 보험권도 전체 운용자산(236조원)의 6% 내외로 추정되는 주식비중을 1%포인트 이상 늘려 대응할 태세다. 이러한 수급만도 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판단된다.국민연금뿐 아니라 이외의 각종 정부기금 56개, 우체국 보험자산 등을 활용하는 정통부기금, 그리고 퇴직연금, 변액보험, 각종 연기금들이 앞서의 이유들과 채권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에 주식투자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형국이 지금 연말장세에 가장 큰 물밑변화로 보여진다.이외에 성과보수를 지향하는 헤지펀드에 가까운 자문사들의 제도권 유입 강화, PEF(사모투자펀드)의 역할 점증, 그리고 2005년 12월에 개시됐고 2006년 9월 이후 빠르게 증대되고 있는 퇴직연금자산(4,676억원 → 2007년 4조~13조원 전망) 등도 꾸준한 주식 매수 변수로 작용한다. 결국 국내 금융기관 투자가 중 특히 금융기관 내 장기투자 운용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투자계층이 점차 형성되면서 시장의 상승 시너지를 자극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이 같은 논거들을 통해서 나름의 투자 힌트를 찾는다면 내년 주식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 대략 가늠이 된다. 지난 2005년 하반기 이후 ‘적립식’으로 무장했던 투신권들의 장세 주도권이 올 하반기부터 장기투자가(보험과 연기금)로 옮아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최근 삼성전자, KT, 한국전력, KT&G, 한국가스공사, 강원랜드 등 이러한 종목들의 상승 기저에는 장기적인 배당성향, 계속기업에 대한 확신, 글로벌 대표주에 대한 점진적 매수 필요성 등이 가미된 결과로 보여진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상대가 없어서 기업의 계속성과 안정적 수익성이 확보되고, 경영의 투명성이 높으면서 배당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대형 ‘채권형 주식’들을 긴 시각과 호흡에서 사들이고 있는 장기투자가들과 함께 연말에 동행하는 것도 훌륭한 증시전략이라는 판단이 든다.필자는 장기적인 주식운용에 대한 자산 배분 전략 때문에 불려 다니는 일이 많은 편이다. 이런 업무적 특성상의 발걸음이 연말로 갈수록 더욱 잦아지고 있음은 연말장세와 2007년 장세가 이들 어마어마한 자금운용그룹의 존재 강화로 인해 더욱 밝아 보인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