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6% Up…글로벌 메이커 ‘눈독’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글로벌 자동차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1989년 공산권 붕괴 이후 소규모로 시작된 서방 자동차 메이커들의 동유럽 투자가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커지면서 동유럽이 새로운 자동차 생산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푸조가 8억9,000만달러를 투자해 건설한 연 30만대 생산규모의 슬로바키아 공장이 최근 가동에 들어간 것을 비롯,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폭스바겐, 피아트,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지난 1년 새 동유럽에 생산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대했다.도요타와 푸조는 지난해부터 체코에서 합작으로 소형차를 생산해 전 유럽에 공급하고 있다. 푸조는 체코에 이어 올 연말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등 적극적으로 동유럽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유럽에서 가장 많은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폭스바겐그룹은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아우디), 체코(스코다)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있다. 기아차 질리나 공장은 연말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국가별로는 체코 5개 업체, 폴란드 4개 업체, 슬로바키아 3개 업체, 슬로베니아와 루마니아에 각 1개 업체 등이 생산 중이거나 생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동유럽 자동차 생산대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동유럽 국가에서 지난해 생산된 자동차는 총 255만여대다.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CW)는 2010년에는 340만대에 달해 증가율이 33%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PWC는 생산대수로 따지면 세계 상위 20개국의 5,750만대(2005년 기준)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증가율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다른 국가를 압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5년 대비 2010년 자동차 생산대수 증가율이 58%로 세계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도 35%로 동유럽을 약간 웃돌 것으로 보인다.10개국 EU 가입 후엔 시장 더 커질 것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동유럽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 지역이 커다란 자동차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오랜 공산정권 통치로 경제가 침체하면서 자동차 보급률이 떨어진 상태지만 최근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자동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실제 2000년대 들어 동유럽 자동차시장은 연평균 6%의 성장률을 보여 1%에 머무르고 있는 서유럽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동유럽 10개국의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지난해 기준으로 EU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의 자동차 내수판매 규모는 총 73만여대에 달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폴란드가 23만여대로 가장 많고 이어 헝가리와 체코가 각각 20만대, 13만대를 기록하고 있다.저렴한 인건비도 동유럽의 강점으로 꼽힌다. 슬로바키아에선 서유럽 절반 수준의 임금만 줘도 숙련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 노조가 기업활동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는 슬로바키아의 경우 전체 근로자 230만명 중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50만명이 채 안된다며 그나마 노조를 탈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반면 동유럽의 부상으로 서유럽 근로자들은 일자리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서유럽의 기존 공장을 축소하거나 폐쇄하면서 동유럽으로 옮기는 자동차회사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푸조는 이번에 슬로바키아 공장을 지으면서 영국 리튼 공장 등에서 1만1,000명을 감원했다.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4개국에선 2000∼2004년 4만8,000여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반면, 서유럽에선 1만3,000여개가 줄었다.이 때문에 독일 등 서유럽 국가 노조 지도자들은 “동유럽 국가들이 외국 자동차회사의 투자를 유치할 목적으로 과도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EU에 압력을 가하고 있을 정도다.동유럽이 중국과 경쟁할 또 다른 세계의 자동차 공장이 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