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면제·거래세 인하 ‘청신호’

‘프리보드’(FreeBoard) 시장이 올해로 1주년을 맞았다.2005년 7월13일 출범한 프리보드는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코스닥의 뒤를 잇는 새로운 증권시장이다.벤처기업, 이노비즈(Inno-Biz) 등 혁신형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증권업협회가 설립, 운영 중이다.이제 돌을 막 지난 한 살배기 시장인 만큼 가야 할 길이 더 멀어 보인다. 하지만 증권업협회와 프리보드 지정기업들의 의욕은 대단하다.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증시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프리보드시장과 유망기업을 심층 취재했다.취재 = 이효정 기자 / 사진 = 김기남 기자 / 후원 = 한국증권업협회프리보드의 전신은 2000년 3월 개설된 호가중개시스템(‘제3시장’으로 통칭)이다. 제도권에 진입하기 어려운 기업에 자금조달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그러다가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다양한 투자수요 확대 등 벤처자금 선순환의 장으로 제3시장을 개편·육성한다는 정부정책(2004년 12월 발표된 벤처활성화 방안)에 따라 프리보드시장으로 새롭게 운영되고 있다. 코스피, 코스닥에서 쓰이는 ‘상장’이라는 용어 대신 프리보드에서는 ‘지정’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벤처기업, 이노비즈 등 혁신형 기업의 자금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책자금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성장단계에 있는 대다수의 혁신형 중소기업에는 코스피, 코스닥 등 기존 자본시장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 2006년 8월 말 현재 국내 전체 벤처기업 1만1,984개 가운데 상장 벤처기업은 434개로 그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혁신형 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프리보드시장이 필요한 것이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정책자금 못지않게 창업, 성장, 성숙 등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다양한 금융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가운데 프리보드시장이 성장단계에 놓인 혁신형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프리보드는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고 규제가 덜한 저비용 시장을 추구한다. 이런 이유에서 진입요건, 공시사항 등 시장유지 요건을 최소화했다. ‘자유로운, 규제가 없는’을 의미하는 프리(Free)와 ‘무대, 게시판, 시장’을 뜻하는 보드(Board)를 결합해 만든 명칭 그대로가 프리보드의 특징에 녹아든 셈이다. 프리보드 지정기업이 받는 혜택은 또 있다. 코스닥에 상장할 경우 유리한 점이 있다. 상장심사 우선권이 부여되고, 상장수수료가 면제된다. 또 프리보드 지정기업에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일 이전 1년간 지분 10% 미만 주주의 지분변동을 허용한다. 일반기업에 대해 5% 미만 주주의 지분변동을 허용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고위험 고수익’(High Risk-High Return)은 프리보드 시장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투자자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 지갑을 열어야 한다. 사실 프리보드 시장은 매매를 위한 계좌개설부터 결제까지 코스피, 코스닥 등의 상장주식 매매절차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증권회사에 개설한 위탁계좌로 거래가 가능하다. 전화 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서 매매주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프리보드 지정기업은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벤처기업이라는 점이다. 향후 기업 성장세에 따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투자위험도 뒤따른다. 아울러 시장규제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투자자는 자기판단과 책임하에 기업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한국증권업협회는 프리보드 활성화를 위해 매매체결시스템의 안정화 등 시장 인프라 구축, 유망 기업 유치, 시장홍보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1,000여개의 유망 벤처기업을 유치 대상 기업으로 선정, 프리보드에 관심을 보인 120여개 기업을 직접 방문했다.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벤처캐피탈협회, 기술보증기금 등 벤처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유망 기업 유치 등 공동사업을 추진해 오기도 했다.코스피, 코스닥에 비해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은 풀어야 할 문제점도 있다. 먼저 지정기업이 많지 않다. 2006년 8월 말 기준으로 56개 기업이 지정돼 있다. 같은 시점 코스피에 723개, 코스닥에 943개의 기업이 상장된 것과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일평균 거래대금 또한 1억원에 못미친다. 2006년 8월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의 일평균거래대금은 각 3조7,025억원, 1조7,572억원이었다.프리보드시장에 돈을 넣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다. 이들 시장참여자는 프리보드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몇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먼저 매매방식 문제다. 코스피, 코스닥은 불특정다수의 매매주문을 자동으로 체결시키는 경쟁매매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와는 달리 프리보드는 불특정다수가 거래하는 시장이지만 비효율적인 상대매매방식을 취하고 있다. 상대매매방식은 매도·매수 호가가 일치하는 경우에만 체결이 된다. 매매체결률이 경쟁매매시장에 비해 떨어진다. 또 매도자, 매수자 중 한쪽이 호가를 수정해야 해 투자자가 불편을 느낀다.투자자들의 거래비용 부담을 높이는 세제(일반기업 소액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코스피·코스닥시장에 비해 높은 증권거래세) 또한 개선돼야 한다. 시장침체에서 벗어나 유동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틀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프리보드가 코스피, 코스닥에 이은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확산돼야 한다. 코스닥이 대규모의 신시장으로 도약한 배경 중 하나는 IT산업 육성정책이었다. IT를 키우기 위해 새로운 자본시장을 기른다는 정책 또한 코스닥을 성장시켰다.정부는 현재 1만개 수준인 혁신형 기업을 2008년까지 3만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혁신형 기업의 육성에 부합하는 증권시장의 유기적 체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게 혁신형 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유기적 체계란 바로 코스닥과 프리보드의 역할분담을 의미한다.최근 정부와 국회는 이 같은 시장의 요구를 귀담아듣기 시작했다. 프리보드가 악순환에서 벗어나도록 제도적 틀을 개선하려 한다. 경쟁매매제도 도입과 세제개선을 검토 중이다. 혁신형 기업 관계자들은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지난 8월28일 신학용 열린우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4명은 프리보드 세제개선을 위한 소득세법, 증권거래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확대, 증권거래세 인하, 사업손실준비금 손금산입 허용, 장기보유주주에 대한 배당소득세 감면 등이 그 내용이다. 한국증권업협회 또한 프리보드의 밝은 미래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최정일 한국증권업협회 프리보드관리부장은 “유망 기업의 유치와 프리보드 주가지수 개발 등 시장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면서 “지정기업 분석정보의 주기적 제공, 공시기능 강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장제도 정비에도 주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114, 116, 118면에 소개할 프리보드 유망기업 6개사는 한국증권업협회에서 선정했다. 이들 6개사는 2006년 반기결산 기준으로 순이익을 낸 우수 기업들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