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복 코스텍 엔지니어링 사장

17년째 한우물… 주차설비 국산화 주역

성인이라면 대부분 하루에도 몇 번씩 주차장을 이용하게 된다. 아마 하루 중에 가장 많이 다니는 공간 가운데 하나가 주차장인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주차장은 이제 우리 생활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장소가 됐다.주차장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의 지상, 또는 지하 주차장 외에 몇 년 전부터 다른 형태의 주차장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계식 주차장이고, 요즘 들어서는 철골조립식(또는 자주식) 주차장을 만드는 곳도 크게 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철골조립식은 백화점이나 할인점, 또는 대형병원 등의 옥외주차장을 떠올리면 된다.‘좋은 주차장을 만드는 회사’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 (주)코스텍 엔지니어링 역시 오로지 ’주차장‘ 한우물만 파며 업계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명성이 높다. 특히 ‘파인파킹’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업계에서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 정상의 회사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 회사를 이끄는 김수복 사장(43) 역시 만 17년째 ‘좋은 주차장’을 만드는 데 투신해 온 업계 베테랑이다. 국내에서 주차장 설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20여년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 업계 1세대인 셈이다. 더욱이 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라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했고, 사업을 하면서 힘든 고비도 많이 넘겼다.김사장이 주차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으로 거술러 올라간다. 공대 출신인 그는 한 공장자동화 업체에 입사하면서 ‘주차장 박사’로 거듭나는 기반을 닦았다. 당시 그가 다니던 회사는 롯데기공과 손잡고 기계식 주차장 설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공장자동화 설비 전문업체였던 만큼 관련분야의 기술력이 뛰어난 점을 롯데기공측이 인정한 결과였다. 결국 김사장이 몸담았던 회사는 90년 기계식 주차장 국산화에 성공했고, 그는 주역 가운데 한명으로 업계에서 인정을 받았다.하지만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인식이 워낙 낮았던데다 건물주들 역시 설치를 기피해 회사의 어려움은 적지 않았다. 어렵사리 기술개발은 끝냈지만 정작 보급하는 과정에서 큰 장벽과 맞닥뜨린 셈이었다. 사내에서 주차장사업부를 더 이상 끌고 갈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공공연히 터져나왔다.하지만 김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당장은 건설사나 건물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주차장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도심지의 경우 현실적으로 주차장 면적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결국 김사장은 윈윈(win-win) 차원에서 주차장사업부를 떼어내 독립을 감행했다.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회사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그의 생각이 접점을 찾았던 것이다. 입사 4년 만인 93년의 일이었다. 다행히 그는 경제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있었던데다 다니던 회사의 지분을 일부 갖고 있던 상태라 주차장사업부 인수비용을 대고 새로 창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독립 이후 현실은 여전히 냉랭했다. 실적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신규시장 개척 역시 자꾸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김사장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직원들을 독려하며 현장을 누볐고, 기술개발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김사장은 초창기보다 오히려 올해가 독립 이후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얼어붙은 경기가 도무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경기가 너무 죽어 있어 걱정이 많다고 강조한다.“사업 초기도 어려웠죠. 하지만 지금보다 더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요즘 보면 지방의 건설경기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주요 고객은 건설사나 건물주인데 이들 스스로 새로 건물을 짓는 것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니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막막하기 그지없는 셈이죠.”김사장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기술개발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어차피 기술력이 없으면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문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그 덕에 코스텍은 철골조립식 주차장의 설치구조 등 여러 건의 실용신안등록증을 땄고, 중소기업청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도 선정됐다. 또 주차장 설비 관련업체로는 드물게 품질경영시스템 ISO9001 인증을 획득했고, 승강기식 주차기기 팰릿 고정장치 특허도 출원했다.2003년에는 일본의 유명한 주차장 설비업체인 유켄(YUKEN)사와 기술제휴에 합의하기도 했다. 자체 기술개발 외에 외국의 선진기술을 도입해 기술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김사장은 “두 회사가 서로가 가진 장점을 합치면 더 큰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결과적으로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김사장은 주차장 설비는 중소기업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오랜 기간 한우물을 파온 업체의 경우 기술력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데다 서비스 등에서도 더 나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그는 일부 대기업들이 주차장 설비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이다.“몇몇 대기업이 뛰어든 상태지만 중소기업보다 뛰어난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납품받고 있는데다 애프터서비스 역시 중소기업에 맡기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나을 것이 없는 것이지요. 기술력이 좋은 중소업체들의 경우 브랜드 파워에서는 떨어지지만 경쟁력에서는 오히려 앞선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국가적으로 더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손을 떼고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김사장은 요즘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시장이 시원치 않은데다 해외진출에서 해법을 찾아야만 회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2004년 중국 톈진시에 현지공장을 설립했고, 이미 인도와 베트남에는 에이전시를 두고 있다.해외 매출액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목표치 250억원 가운데 80억원을 해외에서 올릴 계획이다. 김사장은 “국내에서 승부를 보기엔 시장이 너무 좁다”며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 코스텍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김사장은 하루 24시간이 짧다. 인터뷰하던 날에도 “클라이언트를 만나느라 좀 늦었다”며 30분 정도 늦게 사무실에 도착했다. 한달에 일주일 정도는 아예 해외에 나가 있다. 바이어를 만나 상담하고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내에 있을 때도 경기도 김포의 공장과 서울 구로동 사무실을 오가며 정신없이 뛴다. 또 직접 현장에 나가 직원들을 독려하고 야근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김사장의 꿈은 코스텍을 국내 최고의 주차장 설비 전문업체로 우뚝 서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최고가 아니지만 2010년쯤이면 가능할 것 같다는 것이 김사장의 설명이다.“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직원들이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다른 것은 하지 않고 오로지 주차장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넘버원 자리에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가대해도 좋을 겁니다.”미래의 포부를 이야기하는 김사장의 눈은 어느새 촉촉이 젖어 있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강하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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