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도와 부강한 나라

경제발전과 제도간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좋은 제도를 갖고 있는 국가일수록 잘산다. 제도가 나빠지면 경제가 쇠퇴하고, 나쁜 제도를 유지하는 나라는 빈곤을 면치 못한다.좋은 제도란 첫째, 경제 분야에서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가 되는 것이다. 둘째, 사유재산권을 잘 보장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셋째, 기업의 혁신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넷째, 법치가 이뤄져야 하고, 사회 각 부문에서 부정부패가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14세기까지만 해도 중국이 서양보다 더 잘살았다. 그러나 18세기 들어 유럽의 생활수준이 중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그 격차가 계속 벌어지다가 20세기 초에 결국 중국은 유럽국가들의 식민지가 돼 버리고 만다. 유럽국가들이 시민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해주었던 반면, 중국은 그렇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1500년대에 중국의 통치자들은 배를 만드는 것을 금지했다. 외국과의 교역도 못하게 했으며, 백성들을 규제하고 착취했다.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유럽은 번영했지만 반대의 정책을 폈던 중국은 정체와 가난을 면치 못했다.1960년대 유럽의 실업률은 2% 정도로 미국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나 70년 중반 이후 상황은 역전됐다. 미국의 실업률이 낮게 유지된 반면, 유럽은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고 있다. 그것은 유럽이 온정적인 실업보험, 과도한 고용보호 등과 같은 경직된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는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했고, 그로 인해 기업의 혁신이 줄어들었다. 또 많은 기업들이 유럽을 떠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다.베네수엘라는 각종 자원부국으로, 특히 석유수출로 80년대 말까지 중남미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국가였다. 그러나 20세기 말에 들어선 차베스 대통령의 좌파정권으로 인해 중산층이 사라지고 상류층과 빈민층만이 존재하는 빈부차가 극심한 국가로 전락했다. 그것은 석유를 팔아 번 돈을 장기적인 성장과 고용을 낳는 생산적인 설비투자보다 인기영합적인 복지정책에 쏟아부은 결과였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복지 프로그램으로 인한 공공지출이 70%나 늘었지만 정작 일자리는 2%도 증가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가 지출하는 돈이 많아지면서 관리들의 부패도 심해졌다.지난 3년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평균 3.9%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중국, 인도에 이어 2005년 브라질에마저 추월당해 12위로 떨어졌다. 경제가 침체하고 성장잠재력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참여정부의 정책과 무관치 않다. 참여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좋지 않은 제도를 대거 도입했다. 지난 3년여간 국가공무원을 2만7,000여명이나 늘렸고, 각종 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에 따른 정부의 예산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불문가지다. 게다가 온정주의에 입각한 분배지향적 복지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했고,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공공부문을 확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서비스는 개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법치주의 수준이 참여정부 출범 이전보다 떨어졌다.한편 각종 개혁 명분으로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사외이사 의무비율 강화, 소비자단체소송 도입 추진 등의 기업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됐다. 또 사립학교법 개정,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부담금제 추진, 출자총액제한, 대기업 계열 금융사의 의결권제한, 종합부동산세 등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제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친노성향의 정책으로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돼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사유재산권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면 경제의 활력이 떨어져 침체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적 교훈이다. 또한 민간부문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부문을 확대하면 정부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와 국민의 조세부담이 증가해 성장동력이 떨어져 국가가 쇠퇴한다는 것이 여러 국가의 역사적 경험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혁신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조직과 씀씀이를 크게 줄여야 한다. 선진경제와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노사관계 원칙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실행하는 법치를 확립해야 한다.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jwan@kyunghee.ac.kr1954년생. 80년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87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박사. 87~88년 오하이오주립대 조교수. 89년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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