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관련주 투자전략

중장기 전망 불투명…다각화 기업 ‘찜’

국제유가가 2년여 넘는 고공행진을 마감하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관심이 한껏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유에서 유래되는 나프타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유가의 향방이 갖는 의미는 여타 업종에 비해 보다 각별하다.사실 국제원유시장은 2003년 이후 줄곧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가솔린과 항공유 등 경질유 수요 폭증세에 비해 경질 원유의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또 최근 많은 논란이 있지만 기존 유전들의 생산량이 조만간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이른바 피크오일(Peak Oil) 이론이 힘을 얻으면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해 왔다.경질유의 수요증가는 휘발유로 개질이 가능한 나프타와 방향족(벤젠, 톨루엔, 자일렌)등 정유공장에서 병산되는 제품가격을 급등시켰고 이는 이들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이른바 다운스트림 생산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유가상승이 원재료가격 상승에 제대로 전가시켜오지 못했던 2005년 하반기 이후의 부진을 탈피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하지만 만일 국제유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한다면 이를 석유화학업체들에 긍정적인 것으로만 볼 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렇게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유가상승 국면은 사실 전반적 경기상황이 양호하고,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도 왕성한 편이다.이는 곧 원재료가격의 상승분을 가격에 그나마 전가하기 용이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일반적인 원재료 재고 반영의 기간 차이(제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제품 출하 시점과 원재료 반영시기는 1~2개월간의 차이가 있음. 즉 구매해서 재고로 보유한 원재료의 도입가격이 생산원가로 반영되는 것은 1~2개월 후가 된다는 의미)를 고려할 때 원재료가격이 완만하면서도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은 화학업체들의 마진이 오히려 계속 확대되는 국면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거꾸로 유가가 급락하는 상황, 특히 향후 경기 및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하에서는 구매자들이 구매 시기를 계속 늦추게 되고 제품가격은 떨어지는 데 반해 재고로 반영돼 있는 높은 원재료가격이 원가에 반영되는 탓에 마진 압박이 심화되는 측면이 있다. 요컨대 유가상승은 원재료가격 상승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제품의 수요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역설적으로 유가가 꾸준히 상승했던 2004~2005년이 석유화학업체로서는 의미 있었던 호황 국면이었다는 점이 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부담스러운 상황은 중국의 자급률 증가와 중동으로부터의 신증설 위협이다.2005년 초 중국 세코(Secco)의 90만t 에틸렌 신설은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바로 국내 유화제품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결과를 야기했다. 중국의 가파른 자급률 상승이 가져온 유화제품 수출시장 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PVC(폴리염화비닐)를 들 수 있는데, 불과 5년 전만해도 국내 PVC 수출의 약 80%를 차지했던 중국 비중이 이제는 불과 2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좀 장기적인 영향이기는 하지만 에틸렌 기준 생산원가가 아시아지역 업체들의 절반에 불과한 중동 업체들의 공격적 신증설도 대단한 부담 요인이다. 특히 천연가스 기반의 에틸렌 생산 설비로부터 쏟아져 나올 에틸렌계 다운스트림 제품들은 결국 장기적으로 중동지역 업체들에 지배력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컨센서스이고 보면, 결국 국내업체들로서는 대안의 수출 시장을 모색하거나,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야만 하는 고민스러운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결국 투자전략적 측면에서 본다면, 단기적으로는 원재료가격 하락에 의해 수익 개선을 실현할 수 있는 범용수지업체군에 대한 관심이 유효할 것이지만, 6개월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3년에서 5년 이후 장기적인 수익모델, 그것도 중국이나 중동업체들의 증설 물량으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차별화된 품목으로 다각화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강력한 IT산업을 전방에 포진시킨 전자재료, 소재 분야 등에 화학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흐름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일본에서도 범용 수지의 전성기가 지나간 80년대 이후 수많은 섬유 및 화학업체들이 전자소재업체로 변신을 시도했으며 JSR, 쿠라레이(Kuraray), MRC 등 다수 기업들이 모두 과거의 본업보다는 전자소재용 특수수지 제품을 수익의 원천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국내 디스플레이 필름 소재의 연간 대일 수입 규모는 1조원을 상회하고 있는 만큼 전자재료 부문의 잠재력은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주가 지표로는 업종 내 여타 업체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던 제일모직은 세계 굴지의 IT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출하 증가에 대한 기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대표적 특수 소재의 하나인 실리콘 모노머 분야에 세계 6번째로 진출한 케이씨씨나 태양전지 소재로 각광받는 폴리실리콘 분야에 진출한 동양제철화학도 차별화된 아이템에 대한 다각화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이다.LG화학은 단기적으로는 유가하락에 따른 화학부문의 마진 개선 효과가 예상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LCD용 편광판이나 감광제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다각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집합적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전자재료 분야와는 다소 궤를 달리하고 있지만 생명과학 분야 또한 화학업체들이 오랫동안 검토해 온 유망분야 중 하나다.SK케미칼은 최근 동신제약 합병을 통해 2007년 이후 제약부문에서만 매출 3,000억원 이상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 2000년에 SK케미칼 생명과학부문의 매출이 불과 270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괄목한 성장세를 달성한 셈이다.비단 화학업종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 전반적으로,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계속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의 하락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시점을 감안할 때, 유망분야에 대한 전략적 진출은 높은 이익변동성에 시달려 왔던 화학업체들의 체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묘약이 될 수 있을 것이며 투자 관점에서의 초점 또한 성공적인 다각화 수행업체들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