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특별기고

기업환경 아직 미흡…내수잠재력은 ‘빵빵’

브릭스(BRICs) 국가 중 하나인 인도는 높은 인구증가율, 엄청난 내수잠재력, 세계적 IT기술 등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인도경제에 대한 외부의 역동적인 평가와는 달리 기업환경은 아직 미흡하다. 물류난, 전력난, 비싼 임차료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개선속도도 아주 느리다.인도에는 수많은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산업도 첨단산업에서 전통산업과 미개산업까지, 인력도 최고급에서 최저 수준까지 망라돼 있다. 소득분배 측면에서도 최고부유층에서 극빈층까지 편차가 크다. 한마디로 긍정적인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고 있다.그동안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기지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주목을 받아왔다. 해외진출 기업들도 꾸준히 늘어났다. 그러나 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구인난, 부동산가격 상승, 환경문제 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제는 막연히 저임금만을 생각해 이들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변화와 관련, 그동안 중소기업 진출이 본격화되지 않았던 인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이번 탐방을 통해 느낀 점은 인도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와는 문화와 환경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인도는 지리적으로 서남아시아에 있지만 현지인의 사고방식은 동양식이 아닌 서양식에 가깝다. 따라서 현지 진출 기업인들이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프라가 열악해 단독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안착하기까지 상당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 공장 및 사무실의 높은 임대료, 물류난, 전력난, 공무원 부패 등으로 저임금의 우수인력 외에는 한국보다 기업환경이 나을 게 없다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공통적인 푸념이다.하지만 무한한 내수잠재력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바로 지금이 인도에 진출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수출전진기지로서의 의미가 있는 반면, 인도는 내수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막연히 내수시장 개척을 염두에 두고 진출하면 열악한 인프라로 인해 매몰비용(Sunk Cost)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간에 수지타산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인도진출을 원하는 기업은 먼저 인도에 대한 수출경험을 쌓고 현지인들의 사고방식과 비즈니스에 대한 관행을 충분히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출업종은 현지인의 소득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 내수를 겨냥할 경우 칫솔·치약 등 생필품, 제지, 즉석식품, 액세서리 등이 유망해 보인다. 대기업과의 협력 차원에서는 자동차부품, 통신서비스, 광산(노천)개발, 사출금형, 골판지 포장재, PCB 및 프레스, 한국기업 대상 물류 등이 괜찮을 것으로 생각된다.과거의 중소기업 진출은 단독진출보다 대기업의 협력사로 동반진출한 사례가 많았다. 이 경우 모기업의 경영상황에 의존하는 공동운명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동반진출 중소업체들은 지금까지 모기업의 급격한 매출신장에 의해 상당한 이점을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기업과 협력업체들간의 관계가 변하고 있다. 즉 인도의 부품생산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공동운명체가 아니라 독립적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인도진출에 따른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진출한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함께 현지 경험자들의 조언을 들은 뒤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궁국적으로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 있는 기술력과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1956년 서울 출생. 84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및 KDI 입사(거시경제실 주임연구원 역임). 96년 SK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 2000년 SK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2005년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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