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연구원·<한경비즈니스> 공동기획 - 뉴델리 현지르포

한국기업, 인도와 찰떡궁합

기자가 10년 만에 다시 찾은 뉴델리는 과거 모습이 아니었다. 거리에는 여전히 소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지만 숫자는 많이 줄었고 낙타나 코끼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거리를 가득 메웠던 삼륜차 오토릭샤 역시 많이 줄었다. 대신 현대자동차의 상트로(한국의 아토스)가 거리를 질주한다.뉴델리 중심부에 있는 유명 백화점인 안살플라자. 4층 건물의 이곳에는 외국인 관광객과 인도의 부유층들이 북적거린다. 향수, 화장품 등 해외 명품과 리바이스 등 유명 청바지와 여성복 잡화류를 취급하는 곳이다. 각층의 천장에는 상품안내를 하는 대형 LCD TV가 걸려 있다. 화면 밑에는 LG마크가 선명하다.한국기업들이 인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LG전자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시장을 장악했다. 시장점유율은 30%대로 부동의 1위. 인도 대표적 경제뉴스채널인 CNBC와 AC닐슨이 공동으로 주관한 ‘2006 소비자 브랜드’에서 LG전자는 TV, 에어컨, 세탁기, PC 등 4개 품목에서 1위를 휩쓸었다.삼성전자도 화끈하게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은 LG보다 약간 뒤지지만 평균 20%대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 양사를 합친 가전제품의 인도시장 점유율은 50%에 이른다. 이들 양사는 일본의 가전업체들을 압도했다. 한국기업들의 공격적인 경영에 밀려 일본의 소니는 2004년 TV공장을 철수했고 마쓰시타는 생산시설을 줄였으며 세계 최대 가전제품업체인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는 일부 공장을 인도기업에 파는 등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이곳의 시장전문가들은 소니나 마쓰시타, 산요 등 일본기업들이 한국기업을 추격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워낙 확고한데다 가격과 품질경쟁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현대자동차 역시 인도 전역을 질주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5만5,157대를 팔아 2004년보다 11.3% 더 팔았다. 인도 내 자동차업체 빅5 중 최대 신장률을 기록했다.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18.2%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이들 한국 대기업 3사의 인도 내 매출은 해마다 20~30%씩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3사의 현지 매출은 45억2,000만달러. 같은 기간에 한국의 수천개 업체가 인도에 수출한 금액 45억9,000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중 LG전자가 18억달러, 현대자동차가 16억5,000만달러, 삼성전자가 10억7,000만달러였다.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은 관련 대기업의 판매증가로 새로 진출하거나 기존 설비를 확장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인도가 앞으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룬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인도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올 1월을 기준으로 8,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초 5,000만명에서 불과 1년 새 3,000만명이 새로 가입한 것이다. 휴대전화 시장은 최근 4년간 매년 50% 이상 성장해 왔다.인도의 인구는 10억9,000만명. 이들 가운데 약 20%에 해당하는 2억여명이 내년 말까지 휴대전화를 소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Ernst and Young 조사). 이 같은 소비는 탄탄한 경제성장이 밑받침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GDP 성장률은 2003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 8.5%, 2004회계연도 7.5%, 2005회계연도 8.4%로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광활한 국토, 풍부한 인적자원, 탄탄한 기초과학기술, IT 위주의 지식기반산업, 그리고 영어사용국이라는 강점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바탕 위에 전체 인구의 약 10%인 1억명이 중산층으로 급부상하면서 탄탄한 구매층을 형성하고 있다.특히 뛰어난 IT기술인력과 영어권이라는 장점이 어우러지면서 외국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 미국의 GE가 향후 10년간 인프라와 보건설비 개발, 청정에너지와 정수사업, 항공프로젝트 등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IBM은 향후 3년간 투자를 지난 3년 동안 투자액의 3배인 60억달러로 확대할 방침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년간 17억달러를 투자해 3,000명의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한편 인도 33개 도시에 지사를 개설하기로 했다.한국기업들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첸나이 기존 공장 인근에 제2공장을 내년 10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총 2억2,000만달러를 추가 투자, 생산설비를 기존의 30만대에서 60만대로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5,000만달러를 추가 투자, 푸네에 제2공장을 건설했고 오는 2010년까지 1억5,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포스코는 오리사주에 무려 120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1,200만t 규모의 제철소 건립에 나서고 있다.한국의 대인도 직접투자 누계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총 176건 8억6,400만달러에 이른다. 인도는 제조업투자(132건, 7억3,00만달러)를 기준으로 중국, 미국 등에 이은 한국기업의 제6위의 투자 대상국이다. 현재 가동 중인 업체는 약 140개사로 델리, 뭄바이(옛 봄베이), 첸나이 등 3개 주요 지역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시장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전력, 용수, 도로, 공항, 항만 등 인프라 전반이 아직 취약하다. 관료주의와 공무원 부패가 심각해 행정절차가 번잡하다. 이런 경제·사회적인 문제를 극복하는 일이 인도가 빈국에서 벗어나 천국을 향해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nhkim@kbizweek.com·shoh@kosb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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