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무대, 따뜻한 메시지

문화와 예술은 으레 삶의 현실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추상적이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저명한 예술가의 불후의 명작보다 번민과 갈등의 현실이 드러나 있는 무명작가의 작품이 관람객의 가슴에 울림을 가져다준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뮤지컬 〈베이비〉는 바로 이런 시각으로 이해해야 할 작품이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관람석을 가로질러 무대 앞으로 툭 떨어지는 화려한 샹들리에도, 〈미스 사이공〉의 헬기 같은 대형 소품도 없지만 그저 평범한 일상을 담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이 뮤지컬 〈베이비〉이기 때문이다.모든 사건의 원인은 제목 그대로 〈베이비〉 때문이다. 뮤지컬 〈베이비〉는 아이를 원하는 부부와 그렇지 않은 부부, 그들에게 생기지 않는 아이와 예정에 없이 생긴 아이, 그리고 이를 해결해가는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가족애를 그린다.무대는 난자를 찾아 헤매는 정자, 그리고 이 둘의 결합을 코믹하게 표현한 전광판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여기에 경쾌한 음악과 일상적인 대사가 이어지면서 20대와 30대, 40대 세 커플의 임신에 대한 반응이 드러난다. 아기, 즉 ‘베이비’는 사실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다. 아기를 갖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들 커플의 관계의 성장 또는 변화가 키워드다. 인스턴트식 사랑이 많은 요즘, 베이비라는 끈으로 이어진 각 커플들의 관계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198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베이비〉는 이듬해 토니상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지난 5월에 재공연되기도 했다. 뮤지컬 〈베이비〉의 한국공연 역사도 이와 유사하다. 이 작품은 이미 11년 전에 안재욱, 나현희, 이문세 등 당시 TV스타들이 출연, 〈베이비베이비〉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다만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정식 라이선스를 맺고 선보이는 첫 번째 공연이라는 점, 그리고 김성기, 임선애 등 전문 뮤지컬배우들이 출연한다는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평범한 일상을 그림으로써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지만 극이 전반적으로 조금 더 드라마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뮤지컬 〈베이비〉의 메시지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게다가 사회 분위기와 어울리게 임신·출산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와 할인행사를 갖고 있는 것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구성도, 시나리오도, 무대도 지나치게 평범하다. 사실 평범함은 공연계에서 더 이상 미덕이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단지 따뜻한 메시지만으로 관객에게 어필하기에 요즘 관객은 선택권이 너무 많지 않은가. 9월17일까지/동숭아트센터 동숭홀/1588-5212 q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공연&전시▶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양반의 멋과 흥’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10회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안동시내, 탈춤공원, 하회마을 문화재현장 등에서 열린다. 탈춤단체와 마당극 등 국내 23여개 팀과 러시아, 폴란드,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이스라엘, 중국, 일본 등 17개국 19개 팀이 참가해 수준 높은 탈춤공연과 민속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9월29일~10월8일/안동시내, 탈춤공원 등/054-841-6398▶뮤지컬 〈메노포즈〉2001년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초연됐다. 뮤지컬 〈메노포즈〉는 솔직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중년여성들의 고민을 배우들이 속시원하게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올해는 한층 젊어진 출연진과 함께 관객을 찾게 됐다. 5년 만에 다시 뮤지컬 무대에 서는 개그우먼 이영자를 비롯해 정영주, 문희경, 양꽃님 등 뮤지컬계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하며 초연멤버 전수경도 가세했다. 9월8일~11월12일/연강홀/02-744-4337▶서울세계무용축제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06)는 1998년 제13차 국제무용협회(CID-UNESCO) 총회와 제1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개최를 시작으로 올해 9회를 맞이하는 행사다. 총 10개국(한국 포함)에서 해외 12개 단체, 국내 19개 단체와 무용인, 기타 국내외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벤트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과 호암아트홀, LIG아트홀, 극장 용,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등 시내 주요극장에서 벌어진다. 세계 각국의 수준 높은 무용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10월10~25일/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등/02-3216-1185이성공감 20063인3색 여자 이야기소극장 창작물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 관객과 공감을 나누고자 하는 공연 축제다. 뮤지컬콘서트 〈한정림의 음악일기〉와 연극 〈그녀를 축복하다〉, 〈사랑합니다〉 등 여자에 관한 시선과 공감이 돋보이는 세 작품이 2개월여 동안 공연된다. 다양한 작품에서 작곡 또는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한정림의 뮤지컬콘서트는 열정이 담긴 음악 이야기를 연주와 함께 선보이는 자리며 〈그녀를 축복하다〉는 제도적 삶에 반기를 든 기혼여성의 로맨스를 담은 연극이다. 또 〈사랑합니다〉는 한 여자의 기억 속에 흐르는 슬픈 사랑을 그린 창작극이다. 세 편 모두 소프트하면서 여성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공연이라는 게 제작사측의 설명이다. 9월7일~10월29일/국립극장 별오름극장/02-762-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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