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쾌청’…‘세상을 놀라게 할 것

통신업계의 맏형인 KT는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11조8,773억원, 당기순이익은 9,9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소폭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20%나 줄었다. 하지만 가격경쟁이 치열한 통신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업은 역시 유선전화사업이었다. 6조1,701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체 매출의 52%가 이 사업에서 발생했다.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경쟁업체들이 없지 않지만 지난 3월 기준 시장점유율이 93%에 이를 정도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유선전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렸다. 전체 23.6%에 해당하는 2조8,04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3월 기준 시장점유율이 50.1%로 역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KT는 지난해 새로운 출발을 했다. 민영 2기를 이끌 ‘선장’인 남중수 사장이 취임한 것이다. 남사장은 취임식에서 ‘고객’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고객의 눈으로 시장을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새로운 성장기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KT의 민영 1기를 돌아보면 남사장이 새삼 ‘고객’이라는 화두를 꺼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KT의 민영 1기는 단기간에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고 주주중시 경영을 실천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견조한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민영화와 함께 실시하고 있는 경영혁신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3년 동안 약 3,500억원의 누적 재무성과를 달성했다.하지만 미래의 성장엔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등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기존의 사업만으로는 미래의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였다. 현재의 사업으로는 뒷걸음질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 이는 KT의 지난해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KT도 이를 인정한다. 2기를 맞은 민영 KT의 최대 과제가 미래 성장엔진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남사장의 경영구상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주인의식과 열린문화로 무장하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KT가 말하는 ‘원더경영’의 골자가 바로 그것이다.남사장은 취임과 함께 원더경영을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책임경영체제 구축과 신규사업 강화,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기존의 9실 7본부제를 3실 8부문제로 뜯어 고쳤다. 공급자 위주의 조직에서 고객과 이해관계자를 향한 조직으로 탈바꿈, 고객에게 놀라움(Wonder)을 제공한다는 ‘원더경영’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KT의 자체 평가다.신규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2010년까지 모두 10조4,000억원을 투자해 통신산업의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공익적 역할도 강화하겠다는 것. 우선 올해 민영화 이후 최대 규모인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성장, 상생, 혁신’이라는 2006년 경영 키워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 성장을 위해 휴대인터넷(와이브로), IPTV, 콘텐츠 등 신성장 산업에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 펀드를 조성하고 중소기업 대가 지급을 100% 현금결제하는 등 상생경영에도 나선다. 고객서비스와 내부 체질도 혁신해 나가기로 했다.KT의 3가지 경영 키워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성장’이다. KT는 단기적이고 조급한 성장보다 장기적인 ‘긴 호흡’의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KT가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은 당장 수익이 나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고 먼 미래의 사업도 아니다. 이미 상용화됐거나 머지않아 시장에 선보일 서비스다. 휴대인터넷, 광대역통합망, 인터넷TV(IPTV), 유비쿼터스 도시 등이 대표적이다.KT의 신사업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올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휴대인터넷 사업이다. ‘날개 달린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휴대인터넷은 이동하면서 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11년까지 800~1,170만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KT는 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2년간 3조원을 투자해 왔다. 2011년까지 가입자 311만명, 매출 1조2,00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조만간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KT의 와이브로는 세계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 개최된 세계 최대의 초고속인터넷 분야 포럼인 ‘브로드밴드 월드 포럼 아시아 2006’에서 무선 브로드밴드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와 관련, 홍원표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은 “KT가 추진해 온 와이브로 기술개발과 APEC 정상회의에서의 시연, 체계적인 상용화 준비과정에서의 앞선 기술과 서비스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성공적인 상용화를 통해 무선 TPS(전화+인터넷+방송서비스)에 기반한 차별화된 개인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제공, 세계 무선 브로드밴드 분야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KT는 와이브로의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미 KT 주도의 와이브로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KT는 지난 5월 아시아, 미주, 유럽의 15개국 21개사를 회원으로 하는 와이브로 모바일 와이맥스 커뮤니티(WMC)의 창립총회를 갖고 회원사간 협력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와이브로의 글로벌 로밍 벨트를 구축하고 비즈니스 모델 발굴, 통신사업자간 상호 호환성과 정보교류를 통해 와이브로의 확산을 도모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인터넷TV(IPTV) 등 IP 미디어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법적 문제로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지만 언제든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IP 미디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현재보다 우수한 품질의 고화질 화면과 양방향 서비스를 TV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TV를 보면서 쇼핑을 하고 e메일을 체크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금융거래와 메신저도 이용할 수 있다.IP 미디어 사업은 엄청난 경제적 효과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까지 13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7만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KT는 전망한다. KT는 IP 미디어 사업에 올해 약 3,000억원의 투자를 집중해 향후 IP 미디어 시장을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말 여의도 KT 사옥에서 12종의 양방향서비스와 12채널의 영상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IP 미디어 시범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개최, 상용화에 대한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유비쿼터스 도시(U시티)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U시티는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첨단 정보통신 도시를 말한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의 유비쿼터스 도시가 될 ‘부산 U시티 사업’에 대한 전략을 발표하며 KT가 주도하는 유비쿼터스 도시 시대가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략에 따르면 1단계 사업으로 항만, 교통 등 4개 분야 39개 전략사업에 2010년까지 5,500억원을 투자하고 2008년부터 7,700억원을 투자해 안전과 교통사업을 시작하고 2010년부터는 환경, 엑스포, 콤플렉스 사업을 추진해 부산을 세계 최고의 유비쿼터스 도시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KT는 올해 말까지 20개의 U시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지난 6월14일 KT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광대역통합망(BcN) 상용화 시대를 열었다. 제주도 지역의 시외전화망을 BcN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BcN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스위치를 자체개발, 적용해 의의가 더욱 크다. KT측은 “BcN은 음성과 데이터, 유무선 등 통신·방송·인터넷이 융합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망”이라며 “이를 통해 본격적인 유비쿼터스 홈네트워킹 시대의 도래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KT는 2009년까지 현재의 시외전화망을 BcN으로 전환하고 이미 단종된 노후화 시내전화기는 매년 단계적으로 새로운 BcN으로 대체해 나갈 예정이다.hjb@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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