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도 뭉치면 큰힘이 되죠’

소액주주의 ‘계란’이 이제는 바위를 깰 태세다. 지난 4월19일 ‘주주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가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행사명은 일성신약 주주협의회 결성식(일성신약을 사랑하는 주주모임). 자발적으로 모인 80여명의 일성신약 개인투자자들이 ‘주주민주주의’ 실현에 힘을 보태겠다며 ‘대장정’을 선언했다. 2개월간 다각적인 노력으로 세를 모은 결과 지금은 소액주주로 보기 힘들 만큼 ‘파워풀’해졌다. 우호지분만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취지가 알려지면서 외국계 펀드까지 가세했다는 후문이다.모임결성에는 표형식씨의 공이 결정적이었다. “일성신약이 소액주주의 요구를 묵살하고 불합리한 경영관행을 고집하는 데 실망했다”는 표씨는 지난 2월 이후 골리앗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사비를 들여 신문광고를 냈고, 금감원 앞에선 ‘피켓시위’까지 벌였다. 그의 얘기다. “지배주주의 소액주주 무시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일성신약은 특히 심했어요. 자본금을 2배나 웃도는 이익이 났는데도 배당금은 400원뿐이었죠. 그래서 100원만 더 달라고 했습니다. 정작 문제는 회사 태도였어요. 의견개진을 5~6차례 했는데 대화조차 안하겠다는 투였죠. 아내 몫까지 포함해 지분만 4.99% 주주였는데 엄청난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주주를 모으기 시작했죠.”이후 표씨에게 조금씩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2월24일 개최된 주총에선 감사선임안을 부결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사실 표씨는 일찍부터 소액주주운동을 해왔다. 96년부터 대현·대원제약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권리행사를 주장해 왔다. 그는 독지가이자 전문투자자다. 투자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관심이 많다. 지난해에는 직접 운영 중인 ‘참사랑장학회’에 3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이번 일성신약 배당금 전액과 주식 1,000주를 연세장학재단에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충남 시골 출신으로 어렵게 자라 장학사업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일성신약 주주협의회는 이제 조직화된 활동을 시작한다. 결성식에선 김성록 상촌인터내셔널 대표가 상임대표를, 김용범 UTIC홀딩스 대표와 김철홍 회계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당장 소액주주도 기업의 주인임을 알리기 위한 ‘4M운동’을 진행키로 했다. △Middle & Long Term Investment(목적의식하의 중장기 투자) △Minority Shareholder Right(주인의식하의 의결권 적극 행사) △Many Money & Happiness(많이 벌어 행복하게) △Moral & Society Responsibilities(사회적 책임의 능동적 수행) 등이다. 김용범 공동대표(UTIC홀딩스 대표)는 “신문광고를 보다 표씨의 대단한 용기와 취지에 공감해 적극 참가하게 됐다”며 “일성신약 주주협의회를 계기로 중장기 전문투자자의 건전한 운동이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향후 주주협의회는 다양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우선 일성신약 경영진측에 거래활성화를 위한 액면분할과 배당성향 강화, 정기 IR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김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건 경영참여가 아니다”며 “경영진과 주주와의 원만한 의사소통 채널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단 지금처럼 계속 무시하면 감사선임을 비롯한 적극적인 경영참가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표씨 역시 “회사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자는 게 아니며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가꿔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일성신약은 유보율 1,212%에 부채비율 18.54%인 우량 제약회사다.김용범 UTIC홀딩스 대표(좌)약력:1965년 서울 출생. 91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90년 앤더슨컨설팅 컨설턴트. 97년 UTIC홀딩스 대표(현). 2006년 일성신약 주주협의회 공동대표(현)표형식 일성신약 주주(우)약력:1954년 충남 출생. 일찍부터 개인투자자로 활동. 일성신약 주주협의회 결성 주도. 참사랑장학회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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