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케이크로 ‘대치동 입맛’ 한손에

오랜 해외생활 속에서 베이커리에 매료 … 자격증 따기 위해 온종일 공부

요리 잘하는 주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요리에 대한 관심을 창업으로 이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유인애 빠베(Pave) 베이커리 카페 사장(50)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우성상가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케이크와 쿠키, 빵을 판매하는 동시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요리솜씨가 좋다는 얘기를 자주 듣곤 했습니다. 특히 미국에 3년 6개월, 홍콩에 8년 6개월 살면서 자연스럽게 빵과 과자의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유사장은 1남3녀의 4자녀를 뒀다. 창업 전에는 아이들과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집에서 빵과 쿠키를 구워보는 정도에 그쳤다. 딸들이 직장인과 대학생, 막내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시간여유가 생기게 됐다. 유사장만의 일을 찾고 싶었다.“지난 2년간 주말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제과·제빵 학원에 다녔습니다.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창업반, 시험대비반까지 모든 강좌를 다 들었습니다. 시험을 준비할 때는 오후 10시까지도 학원에서 공부했지만, 다리가 붓고 힘들어도 하면 할수록 재미있더군요.”같이 공부하던 학생 가운데 유사장이 늘 최고령자, 맏언니였다. 대다수는 20대 초반, 30대 학생조차 드물었다. 제과·제빵에 그치지 않고 틈틈이 다른 요리학원도 다녔다. 유명 학원을 알아본 뒤 샌드위치 창업반도 수강했다. 이탈리아 요리학원에서 파스타와 샐러드 또한 배웠다. 간단한 식사까지도 가능한 공간으로의 확장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다.“베이커리 카페의 입지를 정할 때 대학가와 선릉역 등 번화가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10년간 살아서 속속들이 알고 있는 대치동에서 승부를 내기로 했습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이어 현재 쌍용아파트에 거주하는 유사장은 동네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들은 주부에서 사장으로 변신한 노력과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대치동에 오픈한 이유는 까다로운 입맛의 고객에게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섬유질 밀가루와 유기농 야채, 롯데캐슬·타워팰리스에서 사용하는 정수기의 물로 제품을 만듭니다.”제품의 가격대는 조금 높더라고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대치동이라고 봤다. 아파트가 즐비한 주택가라는 측면도 고려했다. “주택가에서도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세련된 분위기의 베이커리 카페를 찾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매장에서 쓰는 커피잔을 예로 들면 모두 제가 손수 해외에서 수집한 것들입니다.”유사장이 빠베 창업에 투자한 금액은 2억5,000만원이다. 기계설비와 소도구에 4,000만원, 인테리어에 4,500만원을 들였다. 아직도 충분치 않다고 봐서 한 달에 30만~40만원은 재투자하고 있다. 유사장은 본인이 직접 제과·제빵을 배웠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10년 경력의 파티셰(제과제빵전문가) 김지훈씨를 고용했다. 또 둘째딸에게도 제과·제빵과 바리스타(커피제조전문가) 자격증을 따도록 한 뒤 베이커리 운영을 돕게 했다.“어머니와 딸,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빠베를 찾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준 부모, 또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 주부가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차를 즐기도록 하겠습니다.”유사장은 현재 월매출 1,500만원을 올리고 있고, 이 가운데 25~30%가 순이익이다. 앞으로는 도심 번화가에 보다 큰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하기를 바란다. 유사장은 “10년 후에는 공기 좋은 교외에 베이커리 카페를 갖춘 집을 짓고 싶다”며 “좋아하는 베이커리 일을 하면서 노후를 즐기는 삶을 꿈꾼다”고 향후 계획을 들려줬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