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관용은 없다’… 칼날 처벌

맥더모트 윌&에머리에서 유럽 경쟁부(European Competition Group)를 총괄하고 있는 스콧 매그리지언 변호사는 유럽도 미국 못지않게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독점행위에 대해선 미국보다 강도 높은 규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 경쟁사를 배제해도 괜찮지만 유럽에선 가격과 상관없이 경쟁사를 배제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1990년대 말까지 유럽 차원의 카르텔 처벌은 거의 없었습니다. 1년에 1~2건이 고작이었죠. 그것도 유럽의 기업과 유럽 안에서의 카르텔에 한정된 규제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예를 따라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001년 이후 3년간 기소 건수가 그 이전 30년 동안보다 많다는 것에서도 EC의 정책 전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매그리지언 변호사는 90년대 말까지 유럽의 분위기는 동양권과 비슷했다고 전했다. 기업간 협력을 경쟁보다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 하지만 90년대 중반 관련법을 몇 번이나 개정하면서 카르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경쟁법을 관장하는 유럽집행위원회(EC) 안에 전담부서를 두고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상당한 금액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기업 전세계 매출의 10%까지 부과할 수 있다.강력한 수사권도 부여했다. 새벽 기습을 통해 해당 기업의 사무실, 임원의 집과 차량을 압수수색할 수 있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는 상당한 액수의 벌금이 부과된다.“EC는 유럽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기업에도 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비타민, 화학, 항공화물 등 규제하는 산업군도 전에 비해 크게 불어났습니다. 한국기업이 규제되는 사례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현재 D램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형사처벌은 없겠지만 상당한 액수의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EC는 EC조약 81조를 근거로 담합행위를 규제한다. 이 조항은 미국의 셔먼법처럼 담합의 범위를 넓게 규정하고 있다. 가격조작, 시장할당, 생산량 합의, 담합입찰 등은 모두 불법행위로 규정된다. 직접 가격을 모의하지 않았더라도 가격변동폭, 할인율, 신용조건, 부가서비스 비용 등도 위법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죽고 사는 것은 철저하게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 EC의 방침이다. 카르텔이 정당화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하지만 기술이나 특허와 관련한 기업간 협력에는 관대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특허풀의 경우 담합에 의해 소비자들이 얻은 혜택이 부정적인 것보다 크면 면책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특허풀이 기업의 경쟁이나 기술발전을 저해하면 처벌된다.“미국과 달리 EC 차원에서 개인에게 신체형을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EC의 경쟁법은 기업과 기업의 행동만을 규제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별 회원국은 신체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특히 영국과 아일랜드는 신체형을 엄격히 적용합니다. 신체형을 받을 경우 임원으로 승진할 수도 없습니다.”EC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위법사례를 찾아낸다. 우선 미국과 마찬가지로 사면제도를 둬 카르텔에 가담한 기업의 신고를 유도한다. 현재 90%의 기소가 이 제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조사가 시작되기도 한다. 특정산업이나 기업군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근거해 추가 조사를 한다. 기업고객이나 소비자의 신고도 활용된다. 외국의 관련기관과 공조도 빈번하게 사용된다.매그리지언 변호사는 EC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업 내부적으로 카르텔 참여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직원들에게 철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모의기습 훈련을 실시해 위법 여부가 있는지를 내부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자체 조사 결과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감추기보다 신속하게 당국에 자진신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EC 역시 감면 프로그램(Leniency Program)을 운용하고 있어 자진신고하는 기업은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할인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초의 신고기업은 100%까지 벌금을 면제받을 수 있고 후속적인 증거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20~50%의 벌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hjb@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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