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호전주’ 주도…상반기엔 IT ‘왕중왕’

주식투자는 로또가 아니다. 운 좋게 산 어떤 종목이 급등할 수는 있지만 이건 확률적으로 매우 낮다. 운에 맡기고 주식투자를 한다면 백이면 백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종목을 어떻게 고르느냐다. 물론 투자시점도 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종목선택이 잘못되면 아무리 강세장이라도 손실을 피할 수가 없다.2005년은 그야말로 종목장세였다. 저평가주들의 리레이팅이 확산되면서 몇 년간 소외받던 종목들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저평가주라고 전부 오른 것은 아니다. 올라야 할 종목들이 올랐다. 이익이 늘어나지 않거나 지배구조가 이상한 기업들의 주가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종목선택을 잘한 투자자는 큰 이익을 냈지만 운에 맡겼던 투자자들은 실패의 쓴잔을 피할 수 없었다.그렇다면 2006년에는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경기가 피크에 달하거나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업종의 대표주를 선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가 바닥을 지나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군은 제약, 조선, 자동차, 기계, 금융 등이다. 제약업은 고령화와 웰빙 열풍, 그리고 제네릭의약품의 시장확대라는 세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2006년에도 지속적으로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주 역시 바닥을 확인한 뒤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30년 만의 호황기’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대형 탱커와 LNG선의 수요증가, 해양구조물 수요 확대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시장은 GM과 포드의 구조조정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해외생산 100만대 체계가 완성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기계산업의 경우 수출확대, 환율안정 등으로 외환위기 이후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업종은 성장을 통한 이익 확대가 가능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신용 버블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약화되고 있고, 중소기업 대출 증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게 주목된다. 또 적립식펀드,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 신상품을 도입하고 있는 증권업은 확실한 턴어라운드의 해를 맞이할 것으로 추정된다.경기회복이 기대되는 산업은 음식료, 반도체, 유통, 건설 등이다. 이들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음식료업은 국제곡물가격, 환율, 해상운임 등에 실적이 큰 영향을 받는데 이들 3대 요소가 모두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는 플래시메모리의 호황이 지속되는데다 하반기 이후 5년 만의 새로운 PC 운영체계(OS)인 비스타가 선보일 예정이어서 호황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경기는 부동산종합대책으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겠지만 2분기 중 신규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2006년 중 경기가 피크에 달할 업종은 화학, 철강금속, 운송, 디스플레이, LCD업 등이다. 석유화학 경기는 수급을 기반으로 볼 때 중반기까지는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철강은 상반기 강보합, 하반기 약보합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의 재고조정이 2005년 말로 완료되면서 시황이 반전되고 있긴 하지만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LCD는 과거 전형적인 사이클주식으로 급등락을 보여왔다. 상반기에는 공급우위가 예상되지만 하반기로 가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업과 항공업은 유가 향방이 변수다. 해운물동량을 좌우하는 유럽과 미국의 소비의 규모는 유가의 향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대우증권은 제약업종 중에는 동아제약과 종근당, 대웅제약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동아제약은 신약개발 효과, 종근당은 경쟁력 강화, 대웅제약은 영업실적 호전 등이 이유로 꼽혔다. 조선주 중에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관심주로 올랐다.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호조가 관심을 끌고 있다. 자동차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타깃이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해외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태웅, 태광, 와이지원 등은 기계업종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종목으로 꼽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일회성 비용이 감소해 원가경쟁력이 높아졌고, 태웅은 세계 최대의 링단조 전문기계를 도입해 경쟁력이 강화됐다. 태광은 해외 플랜트, 조선기자재의 특수로 매출이 늘어나고 와이지원은 원가절감과 지분법평가이익 증가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밖에 은행주 중에서는 기업은행과 우리금융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우리금융은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으며,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원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주 중에서는 키움닷컴이 최고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수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음식료업종에서는 오리온과 하이트맥주가 부각되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 러시아, 베트남 사업의 성공과 스포츠토토의 성장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하이트맥주는 주세 인하에 진로 인수에 따른 시너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이다. 건설주에서는 현대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이 투자고려 대상이다. 현대건설은 중동 특수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30억달러를 수주할 것으로 보이며 기업도시 선정에 따른 투자 메리트가 발생했다. GS건설은 계열사의 물량발주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은 무차입 전환에 따른 주주이익 극대화 정책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경기가 피크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화학업종에서는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관심권에 들어있다. LG화학은 유화경기가 둔화돼도 실적 우려가 낮은 편으로 지적됐다.이밖에 상반기 최대 관심업종은 IT주라는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IT주는 2005년 주가가 급등하는 장세에서 사실상 소외됐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긴 했지만 과거 고점을 살짝 넘은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종목들이 서너 배씩 뛴 것에 비하면 오른 것도 아니다. 이는 IT경기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2005년 IT경기는 바닥을 기었지만 4분기부터 회복세가 가시화됐다. 이에 따라 2006년 상반기에는 IT대망론이 시장을 들끓게 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대우증권은 삼성전자를 상반기 중으로 적극적으로 매수한 뒤 하반기에 나타날 ‘IT 빅랠리’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메모리 경기가 호황국면에 들어서고 LCD-TV의 보급확대로 실적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이닉스는 업계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플래시메모리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D램 경기회복에 내성을 갖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2006년 예상실적 기준으로 한 PER(주가수익비율)가 6.6배에 불과해 저평가 매력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IT주 중에서 관심을 끄는 종목군은 PCB(인쇄회로기판)주다. PCB는 IT제품마다 들어가는 핵심부품이어서 경기회복시 매출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와 부품주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 특히 휴대전화 부품주는 세계 IT경기 회복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전문가들은 2005년에 저평가주, 특히 중소형주의 리레이팅이 본격화됐다면 2006년에는 대형주의 리레이팅이 일어날 시기라고 지적한다.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가거나 바닥을 찍은 업종에서 대표주를 골라 투자한다면 2006년에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지난해 시장은 막강한 유동성의 힘에 의해 그동안 저평가됐던 중소형주를 중심축으로 강한 상승에너지를 분출했지만 2006년에는 차익실현의 욕구가 강해지면서 중소형주 중심의 장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2005년 상승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대형우량주가 시장의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형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짜면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테마에 연연해하는 투자자들은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큰 만큼 기관이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대형우량주를 관심권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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