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관리·교육 ‘실종상태’

국내기업의 위기커뮤니케이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2003년 조사에 이어 평가지수 3가지 중 최하 점수를 기록했다. 여전히 실행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는 ‘위기관리계획’, ‘위기통합관리’, ‘위기관리훈련’, ‘미디어 관리’ 등 4가지로 구성된다. 2003년과 비교해 모든 항목의 점수가 하락하지는 않았다. 언론 대응을 지칭하는 ‘미디어관리’ 항목의 점수는 뛰어올랐다. 미디어관리는 3.78점을 기록, 위기관리지수 전체 평균 3.66점과 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 3.5점을 모두 넘어섰다.하지만 매뉴얼 마련이나 대변인 선정, 위기시 커뮤니케이션 통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위기관리계획’의 점수는 주춤했다. 2003년 3.54점에 비해 2005년에는 단 0.01점 올라 3.55점을 나타낸 것.위기관리팀 조직과 활동에 대한 ‘위기통합관리’ 항목의 점수는 오히려 떨어졌다. 2003년 3.65점에 비해 올해는 3.49점으로 하락했다. ‘위기관리훈련’ 항목 역시 점수가 내려앉았다. 2003년에는 3.07점으로 다른 항목에 비해 저조한 점수를 보였다. 올해는 이보다도 낮은 2.94점으로 평가됐다.이를 분석해 보면 추상적 계획단계에서는 좋은 점수를 기록해도, 구체적 실행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얻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직 위기관리 계획 수준에 부합하는 통합적 관리나 교육, 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이번 조사에서는 ‘위기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갖고 있는지’, ‘위기관리 계획 또는 매뉴얼을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는지’, ‘위기관리 계획 또는 매뉴얼에서 위기유형별로 다른 활동을 제시하는지’ 등을 물었다. 이들 모두 위기관리 매뉴얼을 묻는 질문이다. 이들 위기관리 매뉴얼과 연관된 문항들은 전반적인 위기커뮤니케이션 실행 문항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위기커뮤니케이션 실행을 묻는 질문은 ‘위기시 대변인(전문가ㆍCEOㆍPR 담당자)을 선정했는지’, ‘위기시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단일화했는지’ 등이었다.기업들은 대체로 위기관리 매뉴얼은 갖추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기적인 관리나 내용적 측면에는 다소 자신 없는 평가를 내렸다. 질문이 추상적이고 일반적일수록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구체적ㆍ현실적인 문항을 물으면 낮은 점수를 보였다.하지만 이들 위기관리 매뉴얼은 계속 진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보유와 업데이트 주기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 중 75.3%가 매뉴얼을 구축했다고 답했다. 이중 42%가 정기적으로 매뉴얼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1년 단위로 업데이트하는 곳은 33%, 2~3년 단위는 13%였다. 기업체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단순 책자에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이슈와 환경에 따라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위기의 통합관리에 대한 항목은 2003년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을 보이거나 또는 점수가 하락했다. ‘위기시 광범위한 위기관리팀 구성’을 묻은 문항에 대해서는 2003년 3.78에 비해 2005년 3.69로 점수가 낮아졌다. ‘위기 사전 감지 시스템’ 존재 여부와 ‘위기관리팀 역할이 조직 전체의 전략 경영과정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점수 또한 2003년에 비해 하락했다.이는 위기관리팀은 있지만 실제 회사의 경영활동과 맞물려 조직 전반에서는 위기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상당수의 기업은 아직 위기관리를 장기적 경영전략의 일환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직 전체의 중장기 경영전략과 밀접한 관계를 맺지 못한 위기관리는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한편 위기관리훈련 항목은 위기관리 성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분석됐다. 위기관리훈련 항목의 두 문항은 ‘보통’ 수준을 의미하는 3점 안팎을 얻는 데 그쳤다. 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뿐만 아니라 전체 위기관리평가 50문항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적지 않은 기업은 위기관리 훈련이나 워크숍의 정기적 수행을 묻는 항목에 소극적인 대답을 했다. 2003년에는 이 항목의 점수가 3.17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3.01점을 보이며 오히려 더 낮아졌다. 응답한 기업 중 57.7%는 연 2회 이상 위기관리 교육을 시행한다고 답했다. 반면 25%는 교육을 아예 실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전히 위기관리 교육을 별도의 교육시스템에 넣지 않은 기업이 상당수다.위기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훈련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 역시 점수가 낮아졌다. 2003년 2.96점에 이어 2005년에는 2.87점으로 조사됐다. 위기관리에 대한 교육과 훈련, 워크숍, 위기대응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른다는 의미다. 위기관리 훈련은 사전대응적인 위기관리가 자리잡기 위한 선행조건이다. 훈련 없는 위기관리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항목은 ‘미디어관리’다. 국내 300대 기업들은 언론에 의한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3.78점을 기록한 미디어관리는 위기관리 전체지수와 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의 평균점을 모두 넘어섰다. 위기커뮤니케이션 4개 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고득점을 얻었다.이는 국내 300대 기업이 위기관리의 여러 분야 중 미디어관리에 특히 치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관리를 위해 평소 기자나 언론의 특성을 이해하고 실제 상황에 활용하고 있다’, ‘위기시 기자를 응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위기시 기자를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DB)를 갖고 있다’ 등의 항목 모두가 2003년 조사 때보다 점수가 올랐다.언론에 대한 이해를 묻는 항목은 2005년 3.74점으로 2003년 3.62점에 비해 0.12점 높아졌다. 또 언론 대응 방법은 2003년 3.73점에서 2005년 3.8점으로, 미디어관리 DB 보유는 3.68점에서 3.81점으로 뛰어올랐다. 이는 언론이 기업 위기에 대한 이슈가 퍼지는 큰 통로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또 미디어관리 전문성을 키우고 DB 등 시스템을 마련해 놓은 기업이 적지 않다고도 해석된다.그러나 기업의 위기는 언론뿐만 아니라 소비자, 관련 이익단체 등 다양한 공중의 이해관계와 깊이 연관돼 있다. 이 사실을 기업 담당자들은 숙지해야 한다. 언론에 비쳐지는 이미지 메이킹에만 치우친 커뮤니케이션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평가다.위기커뮤니케이션 분석에서도 위기관리 전체 순위 1~10위 기업이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1~10위 기업들은 위기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실행 수준이 10위권 밖의 기업보다 높았다. 반면 100위 이하의 기업군의 점수는 위기커뮤니케이션 전체 평균치보다 낮게 나타났다.즉 기업의 순위가 높을수록 위기관리 이해와 시스템 운용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실무 매뉴얼을 활용한 위기관리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이다.위기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매출액별 분석결과는 위기관리 전체지수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매출액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위기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와 실행도가 높아졌다. 단 매출 3,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 업체들과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업체들의 위기커뮤니케이션지수는 동점으로 나타났다.돋보기 CEO의 미디어 트레이닝10명중 6명 ‘받지 않는다’기업의 위기관리 인식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의 위기관리 교육의 필요성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임원에게 일대일로 심화된 맞춤형 미디어 교육과 집중훈련을 시키고 있을 정도다.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국내기업의 미디어 트레이닝이 아직 부족하다고 드러났다. CEO의 위기관리 교육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기업 중 61.7%가 CEO의 위기관리 교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직원의 위기관리 교육 기회에 비해서도 CEO의 교육 기회가 낮은 것을 조사됐다.위기관리 전체지수를 살펴보면 CEO가 위기관리 교육을 받은 기업들(3.91, 100점 환산 78.2점)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3.54)보다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업들은 특히 위기관리시스템 항목과 위기커뮤니케이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CEO가 위기관리 교육을 받은 기업들의 위기관리시스템지수는 4.11이었다. 또 커뮤니케이션지수는 3.81로 나타났다. 이는 위기관리 교육을 받지 않은 CEO가 이끄는 기업의 시스템지수(3.71)와 커뮤니케이션 지수(3.35)에 비해 높은 수치다. CEO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기업의 위기관리시스템이나 위기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직결된다는 분석이다.최근 들어 예전보다 많은 CEO가 경영 트렌드에 발맞춰 위기관리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 위기관리 교육은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에 위기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고경영자는 위기관리 교육을 받으며 이를 기업경영에 위기관리 개념을 도입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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