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승부하라

우리 모두 생각보다 긴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은빛이 물결치는 세상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세상이다. 우리보다 먼저 늙어가는 일본,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의 사례가 근래 들어 언론 지상에 자주 보도되긴 하지만 그런 일들은 쫓기듯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강 건너 불’과 같은 일일 뿐이다.그러나 누구도 늙음을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게다가 정상적으로 직장에서 은퇴를 하더라도 40 내지 50년 동안 건강하고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100년 인생에 대비하자’는 구호가 보통명사로 자리잡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인구 구성비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서 정치, 사회, 경제 등의 지형도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마치 체제가 우리의 삶의 양식을 결정하듯이 저출산과 고령화는 우리 삶의 곳곳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이처럼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트렌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다. 개인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과제만큼 절실한 것도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개인의 생존전략을 모두 네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첫째, 건강은 평생 동안 추진해야 할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젊은 날 우리는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문제에 별로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문제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체의 쇠퇴는 40대나 50대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춘기 직전부터 시작된다. 다만 본격적인 쇠퇴 징후를 느끼는 시점이 대개 40세를 넘어서부터라 하겠다.노안(老眼)이 오는 시점인 40대 중반이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아, 몸이 예전과 같지 않구나’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이때라도 늦지 않았다. 정말 조심스럽게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인생을 지배하는 법칙 가운데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실은 건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급적이면 젊은 날부터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중한 자산이 건강이란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몇가지 원칙을 생활 속에 심어보자. 규칙적으로 생활한다. 평상심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식생활을 균형 있게 하고 적절한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다. 걷기를 생활화한다. 근력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은 반복적으로 실시한다. 직업병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각별한 예방조치를 취한다.오래 사는 것만이 축복은 아니다. 늙음이 주는 건강상의 장애를 본질적으로 피할 수 없지만, 가능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서 생활의 한 부분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둘째, ‘재정적 자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좀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생이란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언젠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의 글을 읽다가 그는 인생을 3단계로 나눠서 자신의 삶을 꾸려왔다고 회고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20세까지 학업기, 그리고 이후부터 60세까지 자신과 사회에 유익함을 위해 노력하는 시기, 마지막으로 60세부터 80세까지를 죽음을 준비하는 시기로 말이다.그의 이야기에 동의를 하면서도 20세부터 60세까지를 좀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기를 구분하게 되면 30대에는 직업인으로의 성공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40대와 50대는 가장 왕성하게 수확을 하는 시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중시하는 것은 재산이란 스톡 개념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플로 개념의 중요성도 환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직업인으로 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인물로 자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 자유를 만들어내는 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날로 경제의 중심축이 지식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자신이 젊은 날부터 축적한 경험들을 오래오래 상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이 확대돼 가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근로소득이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능한 이른 시기에 종자돈을 마련해서 투자소득이나 사업소득이 가능한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도 30대와 40대에 꼭 행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젊은 날부터 새 차를 사고 할부금을 붓는 데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생각보다 인생이 긴데’라는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 미국에서 재테크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데이브 램지는 “할부를 떠안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일이야말로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자동차 할부금으로 통상 55개월 동안 매월 378달러씩 소유된다. 25세부터 65세까지 매달 378달러를 연이율 12%의 뮤추얼펀드에 투자한다면 65세에 444만7,084달러를 받게 된다. 그런데도 그 돈을 자동차 할부금에 붓겠는가?”라고 반문한다.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끊임없이 옷을 사고, 차를 사고, 가전제품을 구입하라고 권하는 사회다. 한마디로 ‘부채 권하는 사회’다. 스스로 무게중심을 잡고 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미래를 위해 재산을 증식해 가야 할 책임은 어느 누가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본인의 책임이란 점이다.셋째, 혼자서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방법을 익혀둬야 한다. 노년은 대단히 긴 시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젊은 날부터 삶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둬야 하는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을 현명하게, 그리고 건설적으로 보내는 방법이다. 주위에서 은퇴와 더불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창조적으로 보내는 데 전혀 훈련이 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젊은 날부터 직장과 별개의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노년에 대한 생각도 준비라는 단어와 동의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인생 이모작’, ‘인생 삼모작’이란 단어가 보통명사로 자리잡는 시대를 우리가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력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분야를 중심으로 인생의 이모작이나 삼모작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실천에 옮긴다면, 우리는 현재의 삶에 대한 충실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삶을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삶에 대한 적극성과 호기심을 유지하는 한 우리는 순간순간마다 자신의 두뇌를 재창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노년이라고 해서 자신이 추구하는 영역으로부터 완전히 은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현재의 눈으로 보면 노년에 일정 시간 일을 하는 것이 생소한 일로 보일지 모르지만 노동력 부족 현상은 실버세대들 가운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넷째, 변신해 가는 것에 적극적인 사고를 갖자.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인생의 성공 방정식을 제시한 적이 있다. ‘성공=사고×열의×노력’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사고, 열의, 노력 가운데 어느 것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노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문제는 상당 부분이 생각하기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우생학적으로 여성이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여성은 평생을 통해서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종의 ‘멀티플레이어’의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 이런 점에서 남성은 다소 불리한 점이 있다고 하겠다.주어진 여건에 따라 스스로 계속 변신해 나가는 인물상으로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재정의해 나갈 수 있다면 날로 길어지는 노년의 시기란 것도 새로운 차원의 도전의 시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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